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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경기에서도 오묘한 천적 관계가 존재한다. 특정팀을 상대로 계속 좋은 결과를 내는 투수들은 자신감을 갖고 마운드에 오른다. 그렇다면 올 시즌 어떤 천적 관계가 형성됐을까.
보통 특정팀에 강한 투수들은 강한 이유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한다. 타자들의 스윙 궤적이나, 타격 스타일이 상대 투수의 구종에 잘 안 맞을 수 있다. 무엇보다 심리적인 요인이 강하다. 상대 전적이 좋은 타자를 만나면, 더 자신 있게 공을 던질 수 있다.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은 "정상급 에이스가 아닌 특정 투수에 약하면 안 된다. 그게 강팀과의 차이다"라고 지적했다.
SK 스캇 다이아몬드도 LG전에선 특급 투수다. LG를 상대로 4경기에 선발 등판해 4승무패, 평균자책점 1.00(27이닝 3자책점)을 마크하고 있다. 다이아몬드의 시즌 8승 중 절반이 LG로부터 나왔다. SK는 LG전 선발 로테이션 조정을 통해 재미를 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LG는 그 외 좌완 투수들인 라이언 피어밴드(1.17), 앤디 밴헤켄(1.29)을 상대로 모두 약세다. 다만, KBO에서의 커리어를 봤을 때, 두 투수는 에이스급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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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잠수함 투수 박종훈은 한화 이글스전에 압도적으로 강하다. 박종훈이 전체적으로 지난 시즌에 비해 성장한 것은 맞다. 그런데 한화를 상대로 유독 잘 던졌다. 5경기에 선발 등판해 5승무패, 평균자책점 1.32(27⅓이닝 4자책점)로 호투하고 있다. 따라서 SK는 한화를 상대로 박종훈 선발 카드를 즐겨 쓴다. 한화가 언더핸드 투수(타율 0.260)를 상대로 다소 약한 건 맞지만, 고영표, 우규민 등 다른 투수들은 잘 공략했다. 박종훈의 더 낮은 타점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종훈은 시즌 10승 중 5승을 한화로 상대로 거뒀다.
또 가장 잘 알려진 천적 관계 중 하나는 더스틴 니퍼트(두산)와 삼성 라이온즈다. 2011년 KBO리그에 입성한 니퍼트는 통산 삼성 28경기에서 16승2패, 평균자책점 2.39(177이닝 47자책점)을 마크하고 있다. 거의 한 시즌 성적과 맞먹는 기록. 올 시즌 역시 삼성과 4경기에서 1승무패, 평균자책점 1.44(25이닝 4자책점)로 강했다. 다만, 이전보다 전력이 약화된 삼성은 헥터 노에시(1.67), 에릭 해커(1.69) 등 정상급 투수들에게 모두 약한 모습이다. kt 역시 마찬가지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