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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든든한 힘이 되는 가족이지만, 일터에서 만나면 느낌이 또 다르다. 그라운드 위에선 공과 사가 엄격해 어색한 관계가 있다. 바로 '부자(父子)' 관계다.
그런데, 형제와 부자는 또 다르다. 피로 맺어진 끈끈한 관계지만,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는 사심을 담을 수 없다. 껄끄러운 상황도 생긴다.
KBO리그 최초의 부자 선수는 윤동균과 아들 윤준호였다. 프로야구 최초로 은퇴식을 치른 선수로 이름을 남긴 아버지 윤동균과 달리 아들의 프로 생활은 화려하지 않았다. 프로야구 역사가 쌓이면서 부자 야구인도 크게 늘었다.
요즘 이정후는 아버지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당연히 '레전드' 아버지 기록과 비교를 당하는 일도 잦다. 스트레스가 없다고 할 수 없다. 이정후는 "오히려 스트레스는 중고등학교 때 더 심했던 것 같다. 아버지가 워낙 유명해 실력이 저평가 되는 일도 있었다. 프로에 오고 나서 이제는 내 이름만으로 평가를 받는 것 같아 더 좋다"며 웃었다.
조심스러운 것은 이제 아버지 이종범이다. 방송사 해설위원이다보니 야구장에서 아들, 구단 관계자들과 마주치는 일이 많다. 또 공개적으로 아들의 플레이를 평가해야하는 입장이다. 말 한 마디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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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과 아들인 두산 베어스 이성곤이다. 팬들 사이에서 '모두까기 인형'이라 불릴만큼 직설적인 해설로 이름난 이순철 위원은 아들 경기를 중계할 때도 거침 없는 해설로 주목받았다. 이순철 위원은 '오히려 가까운 과계라 애정을 담은 지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두산 박철우 퓨처스 코치와 포수 박세혁은 부자지간으로 함께 출퇴근 하는 사이다. 아버지가 타격을 담당하고 있어, 아들의 업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또 경찰 야구단 유승안 감독과 LG 트윈스 유원상-kt 유민상 '삼부자'를 빼놓을 수 없다. 차남 유민상은 경찰 야구단에서 아버지 지도하에 군 복무를 마쳤다.
타 팀 감독과 선수로 주목받은 경우도 있다. 박종훈 한화 이글스 단장이 LG 감독이었던 2010~2011시즌에 아들 박 윤이 SK 소속 선수였다. 박 윤이 2011년 1군에 처음 올라와 백업 요원으로 10경기를 뛸 때, 부자 관계가 화제가 됐다. 박종훈 단장은 아들이 불편함을 느낄까봐 언급을 조심스러워하기도 했다.
가장 껄끄러운 관계는 '심판 아버지'와 '선수 아들'이다. 강광회 심판위원과 NC 강진성은 부자 관계다. 강진성이 1군에서 뛴 경기가 적어 경기 중 마주칠 일이 별로 없었는데, 최근 2루심과 타자로 얼굴을 마주하는 상황이 일어났다. KBO 규정에는 이런 특수 관계에 따른 금지 규정이 따로 없다. 또 문승훈 심판위원은 LG 문선재-두산 문진제 형제의 작은아버지다. 문 심판위원 입장에선 조카가 출전하는 경기가 더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문선재-문진제 형제의 아버지 문성록씨는 KIA 구단에서 일하고 있다. 또 김풍기 심판위원장의 매제가 염경엽 SK 단장이다. 이래저래 이목을 신경써야하는 위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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