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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즌에 이렇게 바뀌어도 되는걸까.
지난해처럼 3번타자로 시즌을 출발한 그는 초반 부진을 보였지만 걱정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대부분이 '곧 올라오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를 지켜봤다. 그런데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5월이 돼도 그의 타격은 같았다. 정타로 맞는 타구 자체가 별로 나오지 않았다. 홈런이 나와야할 것도 펜스 근처도 가지 않았다. 그의 타격감을 올리기 위해 타순을 내리기도 하고 선발에서 제외시키는 등 여러 방안을 냈으나 별무소용이었다.
그는 타격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훈련에 매진했는데 그것이 심지어 손목 부상까지 오게 했다. 그가 5월 20일 2군으로 내려갈 때 타율은 1할7푼. 141타수 24안타에 그쳤다.
5월까지만해도 막강 타선의 '구멍'이었던 김주찬은 어느새 가장 믿는 타자가 됐다. 그 타격감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팀 전체 안타가 8개였던 29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김주찬은 2개의 안타를 기록하며 여전한 타격감을 보였다. 지난 25일 광주 SK전부터 5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 중. 6월 복귀 후 타율은 무려 4할1푼7리(144타수 60안타)나 된다.
김기태 감독은 지난해의 성공이 오히려 올시즌 초반 독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김주찬은 지난해 타율 3할4푼6리, 23홈런 101타점으로 2000년 데뷔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20홈런과 100타점을 넘긴 것이 처음이었다. 올시즌에도 그런 장타력을 보이려다가 나빠졌다는게 김 감독의 분석. 김 감독은 "작년에 장타를 친 게 있어서 그렇게 하려고 했던게 안좋았던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예전처럼 짧게 스윙이 나오면서 타구가 좋아졌다"라고 했다. 장타를 치려는 타격이 그의 스타일엔 맞지 않았다는 것.
심리적인 것도 있었다. 김주찬은 올시즌 두번째 FA를 앞두고 있었다. 36세인 김주찬에겐 이번 FA가 '대박'의 마지막 기회다. 나이가 있기에 당연히 올시즌 성적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는 올시즌 데뷔 이후 처음으로 주장 자리에 올랐다. 최형우의 영입과 안치홍 김선빈의 복귀 등으로 팀 전력이 올라가며 그만큼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처음엔 괜히 주장을 시켰나 싶었다"라며 웃었다.
부상으로 2군을 다녀온 뒤 부담감을 털어낸 듯.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생각에서 출루로 마음을 돌리며 좋은 타격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김주찬도 "마구 치려고만 하지 않고 공을 많이 보려고 한다. 볼넷을 골라 출루를 하려는 생각도 한다. 해결해줄 타자들이 많아 다들 출루만 하자는 생각을 한다"라고 했다. 동료들에 대한 믿음으로 부담감을 덜어낸 것.
김주찬의 타율은 어디까지 올라갈까. 아직 48경기가 남아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