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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차고 패기가 있어야 되는데 너무 오밀조밀하다."
그러나 잦은 수비실책과 석연치 않은 판정, 단타 위주의 스몰 야구가 전반적인 흥미를 떨어뜨렸다는 평가다. 주목할만한 것은 프로에서 볼 수 있는 수비 시프트, 예를 들면 극단적인 전진수비 같은 포메이션이 최근 고교야구에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외야 타구보다 땅볼이 많은 현실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고교야구에 홈런이 사라졌다는 게 흥미를 반감시킨 가장 큰 원인이다. 나무배트를 쓰기 시작하면서 장타보다는 단타와 기동력 위주의 스몰 야구가 대세가 됐다는 이야기다. 국제야구연맹(IBAF)이 2004년 4월 청소년급 이상 국제대회에서 알루미늄배트 사용을 금지하자 대한야구협회는 그해 8월부터 고교야구에 나무배트를 도입했다. 고교 졸업후 바로 프로 무대로 진출하는 선수가 많기 때문에 나무배트에 익숙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까지 더해졌다.
김응용 대한야구협회장은 17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알루미늄배트를 다시 썼으면 하는 생각이다. 홈런 1개 친 선수가 홈런왕이 되는게 현실이다"며 "한미일 중 아마야구서 나무배트를 쓰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고 했다.
이번 청룡기 대회 39경기에서 나온 총 홈런수는 11개다. 11명의 선수가 한 개씩 쳤다. 동률의 경우 경기수가 가장 적은 선수에게 타이틀이 주어지는데 1경기에 출전한 공주고 유격수 조효원이 홈런상을 받았다. 김 감독의 말대로 1개를 친 선수가 홈런왕이 되는 웃지못할 현상이 반복됐다. 청룡기 대회 총 홈런수는 지난해 6개, 2015년 3개였다.
김 회장은 "알루미늄배트를 가지고 시원하게 자기 스윙을 하는 타자가 나와야 하고, 정교하게 치는 타자도 나와야 한다"면서 "나무배트를 쓰다보니 힘을 쓰기보다 맞히는데 급급한 타격을 하고 있다. 외야로 시원하게 날아가는 타구를 보기 힘들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당장 알루미늄배트로 회귀하기는 쉽지 않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너무 많다"고 해다.
요즘은 그래도 과거처럼 해당 고교팀의 성적에 따라 대학 진학이 결정되는 구조에서는 벗어난 상황. 어디까지나 개인능력에 따라 프로행 또는 대학 진학이 결정되는 추세다. 굳이 승부를 위해 한 점을 빼기 위한 재미없는 야구로 일관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김 회장은 심판 판정 어필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날 결승전에서는 아웃과 세이프를 놓고 2~3차례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나왔다. 양팀 벤치에서 감독, 코치가 직접 어필에 나서는 모습이 보였다. 결승전이 아니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은 나와서는 안된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야구규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몰라도 아웃과 세이프, 볼판정을 놓고 우루루 나와 항의하는 모습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나도 기회있을 때마다 심판들을 모아놓고 판정에 관해 신중을 기하라고 강조한다. 요즘은 일부러 누구를 봐주고 그런거는 없다. 아마추어답게 어필도 필요 이상은 자제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프로야구의 근간인 아마야구의 위기 의식은 십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방책 중 하나는 활기찬 고교야구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대한야구협회를 비롯한 아마야구계의 의미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