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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스토리] 2년전 KIA 박흥식 코치의 한숨 그리고 지금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7-07-10 20:28


18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17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린다. 경기 전 KIA 선수들이 훈련에 임하고 있다. 박흥식, 조계현 코치가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광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05.18

"KIA 타이거즈 타자들은 왜 이렇게 못칩니까?"

2년 전 박흥식 KIA 타격코치가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KIA는 김기태 감독 부임 첫 해였던 2015시즌 팀 타율 꼴찌(0.251)로 시즌을 마쳤다. 신생팀 kt 위즈(0.273)보다 낮았다. 사실 팀 타율이 그 팀의 전체 성적을 말해주는 기록은 아니다. KIA는 그해 여러 희망을 남긴채 7위로 시즌을 마무리 했다.

하지만 박흥식 코치의 스트레스는 컸다. 다른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였지만, 타격 책임자인만큼 박 코치에 대한 팬들의 비난도 있었다. 말 한마디 하기가 조심스러웠다.

가장 괴로웠던 사람 역시 박흥식 코치다. 사실 당시 KIA 전력으로는 뻥뻥 때려낼 수 있는 타자가 많지 않았다. 코칭스태프는 타선 침체에 김선빈, 안치홍의 부재가 크다고 느꼈고, 더욱이 2015시즌은 중심 타자 나지완이 데뷔 후 최악의 슬럼프를 겪었던 시기다. 리빌딩을 시도하다보니 1군 선수단이 전체적으로 어려지고, 새로운 얼굴이 많이 등장했다는 것도 감안해야 했다. 결국 이범호와 김주찬을 제외하면, 어린 선수들은 타석 상황에 따른 대처나 좋은 페이스를 길게 끌고갈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코칭스태프가 직접 "선수가 없다"고 하는 것은 변명밖에 될 수 없다. 때를 기다렸다. 당시 박흥식 코치는 'KIA 타자들은 왜 이렇게 못치냐'는 질문을 받을 때 마다 "지금도 좋아지고 있다. 그리고 장담하건데 앞으로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박흥식 코치는 2008년에도 KIA에서 타격을 담당했다. 김기태 감독 부임으로 7년 만에 다시 돌아왔을 때, KIA 타자들의 기초 체력 상태를 보고 실망을 감추지 못했었다. 타격에서 하체의 골반 힘과 임팩트시 손목 힘이 중요하다는 이론을 가진 만큼, 타자들에게 가장 기초적인 부분부터 강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박 코치는 "처음에는 선수들이 훈련 다음날 잘 걷지도 못할 정도로 하체 강화 훈련을 힘들어 했다. 그러나 나는 이 방법대로 하면 타구가 훨씬 강해지고, 비거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체 내전근과 연결된 골반에 힘이 없으면 타구 회전력이 안생긴다. 힘이 없으면 하체가 아니라 상체로 친다. 스트라이크가 아니라 볼로 판단이 되도, 방망이를 멈추지 못해 헛스윙이 된다. 이건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돌아봤다.


2017 KBO리그 KIA와 SK의가 경기가 4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4회초 1사 1,2루서 나지완의 1타점 적시타로 KIA는 7경기 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인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07.04.
김기태 감독과 코칭스태프 전체가 기초를 강조하며 지난 2년간 체질 개션을 시도했고, 지금은 180도 달라졌다. KIA는 리그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는 팀으로 변신했다. 팀 타율 1위(0.309) 팀 홈런 3위(92개) 장타율 1위(0.479) 출루율 1위(0.380) 등 주요 부문 최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또 메이저리그 기록도 뛰어넘어 역대 최초 8경기 연속 두자릿수 득점 등 여름들어 더욱 뜨거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물론 FA(자유계약선수) 최형우 영입 효과, 안치홍과 김선빈 복귀 효과 등도 큰 역할을 했지만, 지난해와 올해 2번의 트레이드가 타선의 짜임새 자체를 바꿔놨다. 바로 서동욱과 이명기의 존재감이다.

지난해 시즌 개막을 앞두고 무상 트레이드로 이적해 온 서동욱은 단숨에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 했다. 박흥식 코치는 "동욱이는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다. 팀내에서 하는 행동이나 야구하는 수준이 높은 선수다. 우리 선수들이 그 전에는 못봤던 것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며 칭찬했다. 선수층이 훨씬 두터워진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역할이 줄었지만,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위치는 여전히 굳건하다.

이명기 역시 '신의 한수'가 됐다. SK에서 시즌 초반 별다른 기회를 잡지 못했고,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옮긴 이명기는 최전성기를 다시 쓰고 있다. 1번 타자로 완전히 자리를 잠았다. 박흥식 코치도 "명기는 풀타임을 뛰어본 선수 아닌가. 그 차이가 엄청나다. 주전으로 풀타임을 뛰었던 선수는 자신의 '클래스'를 가지고 있다. 명기가 와서 공격력이 훨씬 좋아졌다고 생각한다"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KIA는 올해 2009년 이후 8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그 중심에 '핵타선'이 있다. 2년전의 박흥식 코치의 한숨이 올 가을 환희의 눈물로 바뀔 수 있을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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