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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정규시즌도 절반이 끝났다. 올 해 처음으로 KBO리그에서 코치생활을 한 일본인 나카시마 데루시 한화 이글스 타격코치(55)는 다음과 같은 소회를 밝혔다. "한국은 머리를 쓰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의 실력 차이가 크다. 자신의 감각만으로 타격하면 지속적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
이 질문에 대해 "여러가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는 선수가 있는 반면, "되는대로 한다"거나 "자연스럽게 스텝을 취한다"고 말하는 선수도 적지 않았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두산 베어스 민병헌(30)이었다. 민병헌은 사구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 전인 지난달 23일 필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앞으로 빨리 뛸 때는 스텝까지 의식 못 하지만 여유가 있을 경우 글러브를 낀 팔 쪽의 다리(왼다리)를 글러브 뒤쪽에 두고 오른 다리를 앞으로 향한다. 왼다리를 앞으로 하고 공을 잡으면 던질 때 투 스텝이 필요하지만 왼다리가 뒤에 있으면 잡고 나서 바로 송구가 가능하다."
민병헌에게 타 구단 선수 중 홈송구가 좋은 이를 꼽아달라고 했더니, 롯데 이우민(35)과 SK 김강민(35)을 떠올렸다. 이우민에게도 외야 송구 시의 다리 스텝에 대해 물어보니 민병헌과 같이 글러브를 낀 팔 쪽 다리를 글러브 뒤쪽에 두고 있다며 "이렇게 하면 두 박자 정도 빠르다"고 말했다. 김강민도 송구 때 같은 스텝을 취하고 있다.
이번에 외야수들에게 이 질문을 한 이유는 외야 수비에 대한 한국 선수들의 인식을 확인하기 측면도 있었다. 옛날에는 글러브를 낀 팔 쪽의 다리를 앞에 하고 잡는 자세가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에는 글러브를 낀 팔 쪽의 다리를 뒤쪽에 두는 자세를 취하려한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민병헌도 "어렸을 때는 왼쪽 다리를 앞에 뒀지만 프로에 들어가서 바꿨다"고 말했다.
이런 플레이에 대한 의식은 경험이 많은 선수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다. 넥센 히어로즈의 신인 이정후(19)도 "초등학생 때는 (글러브를 낀 팔 쪽의) 다리를 앞에 했는데 고교 때 바꿨다"고 했다. 이정후는 신인이지만 다리 스텝 뿐만 아니라 송구시 오른손 사용법에 대해서도 뚜렷한 주관이 있다. 그는 "타구가 글러브 안에 들어간 직후에는 공이 회전하고 있어 확실하게 실밥을 못 잡는다. 이 때문에 던지는 동작중에 순간적으로 그립을 바꾼다"고 했다.
한편 민병헌과 이우민은 "그립까지는 신경 쓸 수 없다"고 했지만 대신 중계 플레이 때 정확한 송구 컨트롤 위해 고민한다고 말했다.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외야수의 레이저 송구는 좋은 신체능력(어깨 등)에서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뛰어난 선수들의 플레이 속엔 '생각하는 야구'가 녹아 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