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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에이스인 메릴 켈리는 올시즌 200탈삼진에 오를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다. 올해 한층 향상된 탈삼진 능력을 앞세워 '닥터 K'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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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부, 최동원, 김시진, 선동열, 주형광, 에르난데스, 류현진.
이들 7명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KBO리그에서 한 시즌 200탈삼진 고지에 오른 적이 있는 투수들이다. '닥터 K' 계보라고 보면 된다. 1983년 장명부가 220탈삼진으로 200K 클럽을 개설한 이후 최동원과 류현진이 각 2번, 선동열이 3번, 김시진과 주형광, 에르난데스가 각각 한 번씩 200탈삼진 이상을 기록했다. 마지막 200K 기록은 2012년 류현진이 올린 210개다. 이후 지난해까지 4년 동안 200K 클럽 회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올해 200탈삼진 투수가 탄생할 수 있을까. 시즌 중반에 접어든 시점에서 가능성이 있는 투수는 SK 와이번스 메릴 켈리다. 켈리는 6일 현재 84탈삼진으로 이 부문 선두다. 팀이 55경기를 치렀으니 현재 페이스를 유지하면 올시즌 220개의 삼진을 잡아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단순 산술적인 예상일 뿐 실제 기록과는 많은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러나 켈리는 올시즌 한층 업그레이드된 탈삼진 능력으로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올시즌 9이닝 한 경기당 탈삼진은 9.65개다. 켈리는 KBO리그 데뷔 시즌인 2015년 181이닝서 139탈삼진, 2016년에는 200⅓이닝 동안 152탈삼진을 기록했다. 한 경기 평균 수치는 각각 6.91개, 6.83개였다. 올해 경기당 평균 3개 정도의 삼진을 더 솎아내고 있는 것이다.
탈삼진 부문 톱10 가운데 이 수치가 9이상인 투수는 켈리 말고도 삼성 라이온즈 차우찬(9.04)과 NC 다이노스 구창모(10.72)가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탈삼진 갯수와 페이스를 보면 200K에 가장 근접한 투수는 켈리다. 켈리는 지난 4월 12일 롯데 자이언츠전서 8이닝 동안 11개의 삼진을 잡아내기도 했다.
켈리의 구종을 들여다 보면 탈삼진 능력을 가늠할 수 있다. 150㎞를 웃도는 포심패스트볼과 투심패스트볼, 커터, 커브, 체인지업 등 5가지 구종을 모두 능수능란하게 던진다. 투심의 경우 우타자 바깥쪽으로 던져 카운트를 잡는 무기로 사용하며, 어떤 날은 체인지업과 포심의 볼배합으로 헛스윙 비율을 늘리기도 한다. 한 마디로 레퍼토리가 다양하다. 이전까지 켈리는 땅볼 유도 비중이 높은 투수로만 잘 알려져 있었다. 물론 올해도 땅볼 아웃이 플라이 아웃보다 1.62배가 많다. 투심과 커터가 여전히 위력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켈리는 "탈삼진은 목적이 아니다"고 이야기한다. 맞혀잡는 피칭으로 투구수를 관리해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어한다. 많은 이닝을 던지면 탈삼진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그런데 이닝을 길게 끌고 가려면 타자들의 초구나 2구 등 스윙을 빠른 카운트에서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삼진을 잡으려면 적어도 3개 이상의 공을 뿌려야 한다. 결국 탈삼진과 투구이닝은 '정(正)의 관계'는 아니다. 200탈삼진이 힘든 이유다. 켈리가 200K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올해도 200이닝 가까운 투구를 해야 한다. 그러나 탈삼진 숫자는 등판 당일 컨디션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투수간 경쟁 양상이 어떻게 변할 지는 알 수 없다. 켈리는 아직 타이틀 홀더가 돼 본 적이 없다. 올해 탈삼진 부문서 첫 영광을 안을 지 주목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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