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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놀랐다."
고우석의 운명 가를 수 있었던 공 하나
양 감독이 주목한 건 150km의 강속구가 아니었다. 첫 타자 심우준 상대 3B1S 상황에서 던진 5구째 공이었다. 양 감독은 "사실 고우석 투입 때 내 스스로 반신반의 했다. 3점차 리드 상황. 중요한 순간 신인투수가 어떻게 할 지 확신이 안섰다. 그래서 김지용을 바로 붙인다 생각하고 모험을 했다. 그런데 첫 타자부터 볼넷 위기였다. 만약, 볼넷을 내줬다면 승부처 내가 (투수 교체에 대해) 흔들렸을 것이다. 그런데 씩씩하게 스트라이크를 던지더라. 그리고 상대가 그걸 건드려줘 내야 땅볼이 됐다. 그 공 하나로 6회는 막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다. 그 공 하나가 어떻게 보면 고우석의 야구 인생을 바꾸게 될 공이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만약 볼넷을 내줘 강판됐더라면 선수는 자신감을 잃게 된다. 다음에 기회를 얻어도 '또 볼넷을 내주면 안된다'는 압박에 힘이 들어가게 되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식. 하지만 고우석은 그 어려운 첫 관문을 잘 이겨냈다. 그 5구째 스트라이크 하나로 말이다.
양 감독은 고우석에 대해 "구속은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가 원하는 투구를 했다는 게 중요했다. 첫 등판에서 그런 공을 던졌다는 게 좋은 평가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우리가 원했던 투구'는 뭘까. 양 감독은 "별다른 게 아니다. 연습 때처럼 던지는 것이다. 자기의 팔 스윙을 100% 다 하는 것이다. 쉬운 것 같은데 막상 마운드에 오르면 이걸 못하는 투수들이 수두룩하다"고 했다. 긴장에 몸에 힘이 들어가게 되면, 오히려 자기가 가진 100%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게 모든 스포츠의 진리다.
벌써부터 LG가 좋은 마무리감을 구했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앞으로 양 감독이 고우석을 어떤 보직으로 투입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양 감독은 이에 대해 "정해진 건 없다. 상황에 맞게"라고 짧게 말했다. 이어 "첫 등판에서 성공했다고 마구잡이로 쓰면 안된다. 오히려 조심스럽게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마무리 임정우가 없기에 부족한 필승조에 고정 투입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좋은 공을 가졌더라도, 신인은 신인이라는 의미다.
대전=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