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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임창용-오승환, 대표팀 첫 동반 나들이의 의미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7-03-05 09:35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임창용이 4일 경찰청과의 연습경기에 등판해 다이내믹한 폼으로 공을 뿌리고 있다. 이날 첫 실전 등판한 임창용은 1이닝 동안 2안타를 맞고 1실점했다.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WBC 대표팀 단골 멤버 오승환이 경찰청과의 연습경기서 7회말을 삼자범퇴로 막고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KBO리그 통산 세이브 1,2위인 오승환과 임창용이 함께 태극마크를 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에는 KBO리그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 2명이 함께 뛴다.

임창용(41·KIA 타이거즈)과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다. 통산 세이브 순위서 오승환이 277개, 임창용이 247개로 나란히 1,2위에 올라 있다. 오승환이 5번, 임창용이 4번의 세이브 타이틀을 따냈다. 약 10년 간격을 두고 불세출의 소방수 명함을 서로 주고받았다.

또 둘은 약속이나 한듯 KBO리그를 평정한 뒤 일본과 메이저리그에 진출, 한국 투수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임창용은 야쿠르트 스왈로즈에서 5시즌(2008~2012년) 동안 128세이브를 거뒀고, 태평양을 건너 시카고 컵스에서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았다. 그러나 컵스에서는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40의 기록을 남긴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2014~2015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마무리로 2시즌 동안 64세이브를 올린 임창용은 지난해 KIA 타이거즈로 둥지를 옮겼다. 임창용은 고향팀 KIA에서 유니폼을 벗을 공산이 크다.

오승환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한신 타이거즈에서 2시즌(2014~2015년) 동안 80세이브를 따낸 오승환은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지고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해 19세이브, 14홀드를 따내며 빅리그에서도 정상급 소방수 반열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두 선수는 암울한 경험도 함께 했다. 해외 원정도박 파문을 일으켜 지난해 1월 법원으로부터 1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KBO로부터 '복귀 시 해당 시즌의 50% 출전 정지'라는 처분이 내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둘은 지금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WBC 대표팀 마운드를 이끌고 있다. '김인식호'의 운명이 두 선수의 어깨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은 과거 문제에 관해 사죄의 뜻을 전했고, 마운드에서 실력으로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제는 국가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흥미롭게도 두 선수가 함께 태극마크를 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둘은 전성기를 누린 시점이 달랐다. '한솥밥'이라는 표현을 쓰자면 2005~2007년, 3년간 삼성에서 함께 한 이후 10년만이다.

이번 WBC에서 두 선수의 역할은 분명하게 정해져 있다. 임창용은 셋업맨, 오승환은 마무리다. 두 선수는 지난 4일 고척돔에서 열린 경찰청과의 연습경기에 나란히 등판했다. 임창용은 6회말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동안 2안타를 맞고 1실점했다. 오승환은 7회 등판해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냈다. 오승환은 대표팀 합류전 소속팀에서 시범경기에 등판할 정도로 몸을 충실히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임창용은 대표팀의 일본 전훈때부터 진행 속도가 더뎠다. 실전 등판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임창용은 컨디션을 자신했다. 1라운드 등판에 맞출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경기 후 임창용은 "몸 만든 시간이 짧아 걱정했는데, 단기간에 의외로 잘 만들어진 것 같다. 오늘은 그래서 직구만 던졌다. 변화구를 섞어 던지면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본 게임에 들어가면 언제든 변화구를 던질 준비는 돼 있고, 구속도 올라갈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임창용은 오승환에 대해 "뒤에 오승환이 있으니까 난 중간에서 잘 버티면 된다. 승환이한테 잘 넘겨주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역할 분담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갖고 있음을 나타냈다.

오승환은 "지금 컨디션은 정확한 수치로 말하기는 힘들지만, 시차 적응은 어느정도 완료돼 몸상태는 전반적으로 괜찮다. 본선이 이틀 남았는데 첫 등판이 이 정도면 만족한다. 관중이 많이 오시면 더 힘을 내서 잘 던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인식 감독도 "오승환은 평소 모습은 아직 아니지만 무척 애를 썼고, 100%를 향해 올라가고 있다. 임창용은 타자를 상대해 봐야 하기 때문에 오늘 나왔다. 나름대로 공의 움직임이 좋았고, 문제는 제구다. 그 정도 볼에 제구만 되면 쉽게 못친다"고 평가했다. 이날 두 선수의 최고 구속은 오승환 149㎞, 임창용 145㎞였다. 김 감독의 말대로 아직 정상 구위와는 약간 거리가 있다. 그러나 '뱀직구와 돌직구', 직구에 관해서는 최고의 찬사를 듣는 두 선수다.

이번 WBC는 어쩌면 두 선수가 손을 맞잡고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무대가 될 지도 모른다. 또한 둘의 과거와 현재를 집약해 놓은 대회가 될 수도 있다. 한국 최고의 소방수들이 대표팀을 위해 어떤 피칭을 할 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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