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자유계약선수), 메이저리그 재도전에 대한 제 생각은요…."
2017년에는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대체 멤버로 선발됐고, 생애 첫 FA를 앞두고 있다. 또 지난해 메이저리그 포스팅 실패를 딛고 다시 해외 진출을 시도하느냐도 관심거리다.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 근처 카페에서 밥상 대신 찻잔을 앞에 두고 손아섭을 만났다. "시럽 없는 아메리카노 한 잔 정도가 운동할 때 도움이 된다"며 연한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개인 훈련중에 대표팀 합류 소식을 들었을 텐데. 훈련 패턴에 변화가 있나.
체력 위주로 훈련 하고 있었는데, 대표팀에 뽑히면서 부랴부랴 기술 훈련을 시작했다. 낮 12시쯤 야구장에 나가서 기술 훈련을 하고, 오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따뜻한 곳에서 몸을 만들기 위해 해외로 개인 훈련을 가는 선수들도 많은데 국내에 남았다.
원래 해외 개인 훈련을 선호하지 않는다. 야구선수들은 1년 중 개인 시간이 적지 않나. 그래서 휴가 기간만큼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도 만나면서 보내고 싶다. 한 번도 외국으로 개인 훈련을 가지 않았다.
-31일 대표팀 훈련을 위해 괌으로 출국한다고 들었다. 개막 직전 국제 대회가 부담스럽지 않나. 부상에 대한 염려도 있고.
모든 선수가 시즌을 준비하는 루틴이 있다. 나도 루틴이 조금 다르게 흘러가는 것은 맞다. 하지만 결과를 봐야 할 것 같다. 2013년 WBC에서는 경기 출전이 적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형들만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올해는 그때와 느낌이 다르다.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을 때와 다시 합류하게 됐을 때의 심경 변화가 있나.
탈락했을 때는 충분히 이해가 됐다. 누가 봐도 국가대표로 5명을 뽑는다면 그 선수들을 뽑겠다 싶었다. 나보다 좋은 선수들이 뽑혔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대체 발탁 기회가 왔을 때는 아직 나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2013년 WBC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재미있는 경험인 것 같다. 잘하는 선수들과 뛰면서 보고 배우는 것이 많다. 그런데 부담감이 솔직히 상상 이상으로 크다. 모든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영광스런 자리니까 최선을 다해 잘해야 한다.
◇해외 진출 재도전에 대한 솔직한 생각
-2015시즌이 끝나고 메이저리그 포스팅(비공개 입찰 경쟁)을 신청했다. 하지만 무응찰이었다. 고민도 많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심적으로 힘든 것은 없었고, 큰 동기 부여가 됐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 결과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나.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자극이 됐다. 아직 한국에서 최고가 못 돼봤기 때문에 스스로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올해 FA 자격도 얻을 수 있고, 앞으로도 기회는 많다. 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있나.
먼저 KBO리그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한국에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선수가 돼야 더 큰 무대로 나갈 수 있다. 아직 정규 시즌 MVP도 못 해봤고, 타격왕을 해본 적도 없다. 골든글러브 몇 번이 전부다. 최형우 선배도 그렇고, 서건창도 그렇고 그해 최고의 선수가 되지 않았나. 나는 아직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그래서 해외 진출을 이야기하기에는 어불성설인 것 같다. 모든 야구 관계자들이나 팬들에게 '손아섭은 최고 선수'라는 인정을 받고 싶다. 그게 먼저다.
◇ "FA? 의식하지 않는다"
-손아섭 하면 이름을 바꾸고 나서 잘된 대표적인 케이스다.
2008시즌 끝나고 바꿨으니(개명 전 손광민), 그때 21살이었다. 이제는 바꾼 이름이 훨씬 더 익숙하다. 결과적으로 이름을 바꾸고 나서 꿈꿔왔던 것들을 많이 이뤘기 때문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서른이 됐다. 20대의 손아섭을 돌아보면.
너무 앞만 보고 달린 것 같다.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린 10년이다. 내가 가진 목표와 꿈이 있어서 열심히 달렸는데, 이제는 조금 시야를 넓혀서 주위를 둘러보고, 후배들도 챙길 수 있도록 여유를 갖고 싶다.
-팀에서도 중고참급에 속한다. 특히 롯데는 최근 20대 초중반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평균 연령이 낮아졌다.
어릴 때는 형들만 따라갔다. '성공해야겠다'는 마음만 품고 달렸다. 지금도 그 마음에 변함은 없지만, 이제는 형들에게 받았던 것들을 후배들에게 돌려줄 시기가 된 것 같다. (강)민호형이 주장이지만, 포수이기 때문에 힘든 부분이 많을 것이다. (황)재균이형도 없는 상황이라 민호형을 잘 보필해야 한다. 팬들이 걱정하시는 부분도 많은데, 선수들이 잘 뭉치면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1년이다. 첫 FA를 앞두고 있지 않나.
기사로 많이 언급되는데, 아직까지는 FA를 신경 써본 적이 없다. 크게 실감이 나거나 의식하지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느낌 점이 딱 하나 있다. 잡으려고 하면 꼭 달아난다. FA도 마찬가지다. 내가 너무 신경 쓰면 멀어진다. 그래서 여태껏 해왔던 대로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는 좋은 대우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당연히 욕심이 있을 것 같은데.
다른 것보다는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많은 경기를 뛰어줄 수 있는 선수가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 내가 야구 실력으로는 다른 선수들을 압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보다 꾸준히 많은 경기를 뛰어왔다고 생각한다. 내 장점이다. 올해도 그 장점을 다시 인정받고 싶다.
부산=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