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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스타와 그 팀의 이별은 왜 힘들기만 할까.
그렇다면 이렇게 좋아하는 스타의 모습을 팬들은 왜 보기 힘든 것일까. 그리고 앞으로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이병규는 97년 단국대를 졸업하고 LG에 입단했다.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에서의 3년(2007~2009)을 제외하면 줄곧 LG에서만 뛰어온 프랜차이즈 스타다. 오래 뛰었다고 프랜차이즈 스타의 명함을 내밀 수 없다. LG 소속 통산 1741경기를 뛰며 타율 3할1푼1리 161홈런 972타점을 기록했다. 개인통산 안타수가 무려 2043개다. 99년에는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선수가 30홈런-30도루 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국가대표, 올스타 유니폼은 밥먹 듯이 수집했다. 훤칠한 키와 검은 피부에서 연상되는 '적토마'라는 멋진 별명까지 있었다. 스타 선수가 갖춰야 할 모든 요소를 갖고 있었다.
결국 이병규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내년 시즌 갑자기 이병규가 간판으로 활약한다는 게 더 이상한 모양새다. 결국 이병규가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이 왔다. LG 유니폼을 입고 명예로운 은퇴를 하느냐, 아니면 다른 팀에서 현역 생활을 조금 더 이어가느냐는 것이다. 구단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예우해줘야 한다. 그게 프로다. 만약, 이병규가 전자를 선택하면 LG는 구단 역사상 가장 화려한 은퇴무대를 준비할 것이다. 만약, 이병규가 후자를 선택한다면 그 길을 응원해줄 것이다. 본인이 원하는 길을 선택하게 하는 것, 어찌보면 그 자체가 가장 큰 예우일 수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이별과정, 결국은 시각의 차이다. 선수 입장에서는 아직 자신이 있다. 기본적으로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이었다. 나이가 들어 힘과 스피드는 떨어져도 경험으로 그 한계를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 더 냉정히 그들의 시각을 분석하면, 1군에서 뛰는 후배들의 모습을 보며 '저 정도 실력이면 내가 충분히 더 잘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 그래서 구단이 자신들을 붙잡지 않으면, 다른 팀에 가 조금 더 뛴 후 선수 생활을 마무리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선수들의 경험과 실력을 필요로하는 구단들이 쭉 있어왔기 때문이다. 또 가장 중요한 것, 팬들이 원한다.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가지는 절대적인 힘은 바로 자신을 지지하는 열성적인 팬들의 목소리다. 구단이 이 목소리를 쉽게 흘려들을 수 없다.
구단도 이들의 실력과 팬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게 아니다. 다른 선수보다 야구적인 측면에서만 놓고 봤을 때, 더 쓰임새가 있을 수 있다고 충분히 생각한다. 그러나 구단 운영은 오로지 잘 치고, 잘 던지는 것만 보며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팀 분위기 조성과 향후 지도자 확보, 또 연봉 등 현실적인 제약 등을 고려해 종합적인 판단을 내린다.
해태-KIA 타이거즈의 슈퍼스타 이종범(현 MBC 스포츠+ 해설위원)의 은퇴 과정도 그랬다. 이종범은 현역 연장 의지를 계속 드러냈고, 구단과 코칭스태프는 이를 만류했다. 결국 이종범은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명예로운 은퇴를 했으나, 그 선택이 시즌 도중 이뤄지며 조금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과연 이병규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병규와 LG의 관계는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이병규는 일단 팀을 먼저 생각하기로 했다.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을야구를 잘 마칠 때까지 심사숙고해 자신의 의견을 내기로 했다. 두산전 안타를 친 후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이병규의 눈빛에 많은 감정들이 담겨있는 듯 보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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