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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티스와 이승엽, 아름다운 피날레를 준비하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6-09-15 10:28


보스턴 레드삭스 데이비드 오티스가 지난 13일(한국시각)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경기에서 6회말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오티스는 올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난다. ⓒAFPBBNews = News1

은퇴 후 '레전드'라 불릴만한 선수는 마무리하는 모습도 남다르다.

보스턴 레드삭스를 세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데이비드 오티스는 올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는다. 지난 겨울 2016시즌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명예의 전당 헌액이 유력한 오티스가 은퇴를 예고하자 올시즌 들어 그를 '모시고' 행사를 치르는 구단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오티스의 마지막 모습을 팬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보여주고 그의 족적을 하나라도 더 남기려는 다른 구단들이 욕심일 터. 이 때문에 오티스는 한때 "원정경기를 가면 너무 바빠 해야 할 일을 못한다. 괜히 은퇴를 발표했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오티스는 올시즌에도 전성기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ESPN은 15일(한국시각) '데이비드 오티스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고별 시즌을 보내고 있나?(Is David Ortiz having the greatest farewell season of all time?)'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오티스를 집중 조명했다.

기사를 쓴 제이슨 스타크 기자는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1만9000명에 가까운 선수들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딱 한 개가 있다. 그 누구도 데이비드 오티스라는 선수만큼 위대한 마지막 시즌을 치르지는 못했다'고 단언했다.

스타크는 '윌리 메이스는 마지막 시즌서 타율 2할1푼1리를 쳤고, 행크 애런의 그것은 2할2푼9리였다. 하몬 킬리브루는 1할9푼9리, 구스 고시지는 마지막 시즌 4.1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존 스몰츠와 필 니크로는 6점대 이상의 평균자책점을 마크했다'면서 '그것이 마지막 시즌의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했다.

스타크 기자는 역대 피날레 시즌 가운데 가장 위대한 '톱5'를 1위 2016년 데이비드 오티스, 2위 1960년 테드 윌리엄스, 3위 1966년 샌디 쿠팩스, 4위 2007년 배리 본즈, 5위 1920년 조 잭슨 순으로 꼽았다. 하지만 오티스의 은퇴 시즌은 좀더 특별하다고 했다.

이 가운데 쿠팩스는 팔꿈치 부상으로 피칭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잭슨은 '블랙삭스 스캔들'로 영구제명 조치를 받아 더 이상 뛸 수 없었다. 약물 스캔들로 얼룩진 본즈는 받아주는 팀이 나타나지 않아 유니폼을 벗을 수 밖에 없었다. 은퇴 당시 41세였던 윌리엄스만이 신체 및 체력적인 이유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하지만 오티스는 아직도 지친 기색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오티스는 14일 현재 133경기에서 타율 3할1푼6리, 33홈런, 111타점을 기록중이다. 타율은 2013년 이후 3년만에 3할대 복귀가 유력하고, 타점은 2007년(117개) 이후 최다를 기록중이다. 홈런은 2012년부터 4년 연속 30개 이상을 때려냈다. 은퇴를 앞둔 마지막 시즌이 '전성기' 못지 않다.


뉴욕 양키스 카를로스 벨트란은 ESPN과의 인터뷰에서 "선수라면 마지막 순간, '나는 여전히 생산적인 타자'라는 인상을 남기고 떠나기를 원한다. 오티스는 그런 점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하면서 은퇴하려 한다. 놀라운 일이다"고 극찬했다.

1975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태어난 오티스는 1992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 1996년 트레이드를 통해 미네소타 트윈스로 이적했고, 이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2002년 12월 미네소타에서 방출의 설움을 당하기도 했지만, 2003년 보스턴으로 옮긴 뒤 슈퍼스타 반열에 올랐다. 올시즌을 포함해 10차례 올스타에 뽑혔고, 2013년에는 월드시리즈 MVP에 오르기도 했다. 통산 타율 2할8푼6리, 536홈런, 1752타점을 기록중이다.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도 은퇴 시점을 미리 결정해 발표했다. KBO리그에선 처음 있는 은퇴 예고다. 내년 시즌을 마치고 유니폼을 벗기로 했다. 1976년생인 이승엽은 내년이면 41세가 된다. 올해 오티스의 나이와 같다. 이승엽은 지난 14일 한일 통산 600홈런을 터뜨렸다. 600홈런이 아니더라도 이승엽은 여전히 '생산적인' 타자다. 이날 현재 홈런(25개) 공동 9위, 타점(109개) 6위에 올라 있다. 타율도 3할 안팎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내년에도 이승엽이 생산적인 타격을 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2012년 KBO리그 복귀 후 활약상을 보면 내년에도 삼성의 중심타자로 기대를 해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

아무리 박수칠 때 떠나라고 해도 전성기 포스를 풍기고 유니폼을 벗기란 쉽지 않다. 나이 마흔에 어려운 결정을 내린 오티스와 이승엽이 사랑받는 이유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삼성 이승엽이 한일 통산 600홈런을 달성했다. 이승엽이 2회 한화 이재우를 상대로 우월 솔로홈런을 날렸다. 힘차게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이승엽.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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