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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구자욱은 야구 선수로 거의 모든 것을 다 갖췄다. 유연함과 스피드, 힘을 모을 줄 아는 능력, 좋은 선구안, 자신의 단점을 빨리 커버하는 야구센스, 수려한 외모까지. 잘생긴 얼굴은 야구에 별반 도움 안된다고 하지만 못생긴 얼굴도 딱히 야구에 플러스는 아니다. 구자욱은 지난해 신인왕을 거머쥐었고, 2년차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벌써부터 삼성의 10, 20년을 책임질 타자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를 설레발로 얘기하는 이는 거의 없다.
최형우, 이승엽과 함께 생활하는 구자욱은 행운아다. 프로야구 타자가 익혀야할 기술적인 부분, 정신적인 부분, 생활적인 부분을 모두 벤치마킹 할 수 있다.
이승엽은 한국프로야구의 상징같은 존재다. '국민타자'라는 칭호는 아무에게나 붙일 수 없고, 아무나 소화할 수도 없다. 실력과 사람 됨됨이, 살아온 시간의 흔적이 종합적으로 평가된다. 1995년부터 2016년까지 프로 22시즌을 보내며 이승엽은 전무후무할 홈런타자로 자리매김했다. 한일전 영웅 등 국가대표로도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안겼다. 선행과 봉사, 후배들에 대한 배려, 솔선수범은 한국프로야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까지 바꿨다.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20년전 좌우명은 여전히 이승엽을 지배하고 있다. 좌고우면 하지않고 외길을 묵묵히, 그리고 늘 감사하며 달려온 이승엽이다. 구자욱은 이승엽에게서 성실과 결코 깨지지 않는 바위같은 신념을 배울 수있다.
좋은 선배와 같이 뛰는 것은 큰 복이다. 1998년 외국인선수에게 문호가 개방되면서 KBO리그에는 웨이트 트레이닝 바람이 불었다. 예전부터 강속구 투수 놀란 라이언 등 수많은 빅리그 선수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설파했지만 일본야구 영향을 좀 더 받은 국내리그의 반응은 시큰둥이었다. 하지만 더블A, 트리플A, 간혹 메이저리그 맛만 살짝 본 외국인 선수들의 파워를 직접 경험하자 난리가 났다. 선수들이 너도 나도 웨이트 트레이닝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십수년이 흐르면서 선수들의 일과가 됐다.
책과 조언은 옆에서 보고 느끼는 것을 단시간에 뛰어넘기 힘들다. 재능많고 발전가능성이 큰 구자욱은 좋은 선배, 좋은 선생님을 옆에 두고 있다. 내년이 끝나면 이승엽이 은퇴한다. 올해말이면 최형우는 FA로 거취불투명이다. 기회 닿을때마다 많은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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