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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스포츠의 세계에는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다. 때문에, 졌다고 그 팀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할 수 없다. 이기는 경기가 있으면 지는 경기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지는 것도 납득이 돼야 한다. 현장도, 지켜보는 사람도 받아들일 수 없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다면 그 패배는 단순 1패가 아니다. 그 악영향이 쭉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까지는 선수들의 실수. 지금부터는 벤치다. 8점의 점수차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듯 하다. 이해하기 힘든 투수 운용이 나왔다. 김성욱의 행운의 2루타로 8-1 스코어가 됐고, 우규민이 손시헌에게 볼넷을 내줬다. 이어 좌타자 김종호가 대타로 등장했다. 우규민의 공이 괜찮았다. 이닝 마무리를 맡겨도 충분했다. 하지만 좌완 윤지웅을 투입했다. 더 강한 타자 모창민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서 적시타가 나오며 NC의 기를 살려줬다. 2번 지석훈을 상대로 우완 이승현을 올렸다. 그가 사구를 내주자 곧바로 좌완 진해수가 나왔다. 나성범-테임즈로 이어지는 좌타 라인 봉쇄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진해수는 두 사람을 상대로 연속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고 말았다. 좌-우 대결에 집착한 결과. 진해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 벤치는 이를 포수의 볼배합 문제로 착각한 듯 했다. 테임즈를 상대할 때 유강남을 박재욱으로 교체했다. 하지만 박재욱은 유강남보다 더 경험이 부족한 선수. 박석민 타석에서 패스트볼이 나오며 6-8까지 추격을 당하고 말았다. 또, 이 상황에서 박석민을 고의4구로 보내 만루 위기를 다시 한 번 자초했다. 다음 타자 조영훈이 좌타자이고 박석민보다 위력이 덜해 선택한 결과. 진해수가 조영훈을 막아내기는 했지만, 만약 흔들리던 진해수가 적시타라도 허용했다면 더 일찍 상대에 내줄 경기 흐름이었다.
물론, 이런 투수 운용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LG 벤치는 이날 마무리 임정우를 몸도 풀게 하지 않았다. 투입할 생각이 없었다는 뜻. 그렇게 되면 9회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김지용을 아껴두고 싶었을 것이고, 진해수로 최대한 길게 이닝을 끌고가고 싶었을 것이다. 이 계산이 엇나가며 8회 진해수가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폭투를 저지르자 김지용 카드를 급하게 꺼냈다. 김지용이 8회를 잘 막았지만, 9회 30개가 넘는 공을 던지며 힘이 떨어졌고 테임즈에게 동점 투런포를 맞았다. 그리고 이동현이 개인통산 600경기 출전을 기록하며 끝내기 홈런을 맞았다. 누가 봐도 구위, 멘탈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진해수 카드를 너무 끌고 가다 대 참사를 맞이했다.
경기 후 평과는 결과론적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이 투수 교체 작전으로 승리를 했다면, 아마 비판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때문에 지는 경기에도 벤치의 선택, 선수들의 노력에 대해 쉽게 말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날 LG의 경기는 확실했다. 선수, 벤치 스스로 기회를 걷어찼다. 선수들은 큰 점수차에 집중력이 부족했다. 벤치는 승리에 너무 집착했고, 납득할 수 없는 고집을 부렸다. 모처럼 만에 만들어낸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제 주중 3연전은 선두이자 잠실 라이벌 두산 베어스와 대결한다. 5연승을 거두고 두산을 만났다면, 더 괜찮은 경기 장면을 기대할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이러고도 두산과의 경기를 잘 풀어나갈 가능성이 있기에 조심스럽지만, 어찌됐든 LG의 NC전 충격의 패배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만 하다. 현수막 시위를 벌이는 팬들에게 딱히 할 말이 없는 경기를 했다는 게 가장 충격적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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