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머신' 김현수는 과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한국선수 악연'의 고리를 깨트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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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말 당시 SK 와이번스에서 FA가 된 '여왕벌' 정대현이 2년간 총액 320만달러에 전격 계약하면서부터였다.
하지만 이는 '한국선수 악연'의 시작이었다. 순조롭게 메이저리거가 되는 듯 했던 정대현은 볼티모어가 제시한 메디컬 테스트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미국에서 진행한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가 생긴 정대현은 한국에서 받은 검진 결과를 제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볼티모어는 계약을 무효화했다. 이런 사례는 대단히 드물긴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간혹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데 하필 정대현이 이 케이스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결국 정대현은 메이저리그 도전을 포기하고 국내로 돌아와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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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은 계속 이어졌다. 정대현 영입에 실패한 볼티모어는 이번에는 한국 아마추어 야구 유망주에 눈독을 들였다. 2012년초 대구 상원고 2학년생이었던 좌완 투수 김성민과 전격적으로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는 대한야구협회에 등록된 학생 선수 중 졸업학년 선수만이 국내·외 프로구단과 접촉할 수 있게 한 '지도자 및 선수등록규정'을 어긴 불법 계약이었다.
결국 대한야구협회는 볼티모어 구단에 공식 항의서한을 보냈고, 김성민에게는 무기한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또한 볼티모어 소속 스카우트의 협회 주최 대회 출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그러자 댄 듀켓 당시 부사장은 2월11일(한국시각)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오리올스 구단을 대표해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KBA)에 진심으로 사과한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으나 신분조회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고 사과한 뒤 김성민과의 계약을 철회했다. 결과적으로 한국 야구는 유망 좌완 투수 1명을 잃고 말았다. 김성민은 현재 일본 대학에 진출해 야구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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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무산된 윤석민의 꿈
악연의 방점은 윤석민이 찍었다. 2011년 KIA 타이거즈에서 투수 4관왕에 오르며 한국 최고 투수 반열에 오른 윤석민은 2013년말 FA 자격으로 볼티모어와 3년간 총액 545만달러(최대 1300만달러)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볼티모어는 윤석민을 메이저리그로 끝내 부르지 않은 채 1년간 마이너리그에서만 뛰도록 했다. 결국 윤석민은 올해 스프링캠프 명단에서도 제외된 뒤 지난 3월초 볼티모어를 떠나 친정팀인 KIA에 유턴했다.
윤석민 실패의 결정적 원인은 계약 내용 중에 포함된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로 승격된 선수가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으로 윤석민의 입단 2년차인 2015년부터 적용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윤석민이 입단 첫 해인 2014시즌에 어깨 부상 등으로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4승8패, 평균자책점 5.74의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볼티모어 구단은 이 권한을 크게 부담스러워했다. 윤석민을 빅리그에 한 번 부르면 계약 기간이 끝나거나 트레이드가 되기 전까지는 계속 엔트리 보장을 해야 하는 데 그러기에는 성적이 미미했기 때문. 결국 볼티모어는 40인 로스터에서 윤석민을 제외하고 스프링캠프에도 초청하지 않으며 결별 수순에 들어갔고, 윤석민은 메이저리그 입성에 실패한 채 친정으로 허탈하게 돌아오고 말았다.
이처럼 볼티모어는 2011년 말부터 지속적으로 한국 야구에 관심을 보여왔지만, 늘 좋지 않은 결과를 내고 말았다. 어떤 면에서는 메이저리그 구단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한국야구에 문을 열어놨다고도 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행보를 이어온 셈이다. 김현수 역시 이런 볼티모어 구단의 특성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결국 실력만이 이런 악연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무기다. 김현수는 입단 첫해부터 '타격 머신'의 위력을 가동해야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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