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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구장에서 한국과 쿠바의 2015 서울 슈퍼시리즈가 열렸다. 1회말 2사 1,2루서 손아섭이 1타점 적시타를 친 후 기뻐하고 있다. 고척돔=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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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축될 것 없다. 젊은 날 멋진 도전을 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손아섭의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이 무산됐다. 조금 충격적이다. 포스팅 금액이 낮아서 무산된 것이 아니라, 메이저리그 30개팀 중 어느 팀도 손아섭을 원하지 않았다.
손아섭은 이 사실을 훈련소에서 접했다. 손아섭은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23일 훈련소에 입소했다. 본인은 담담하게 "괜찮다"고 했다지만, 충격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훈련소 입소 전, 손아섭을 만났다. 손아섭은 굉장히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살포시 꿈의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손아섭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입니다. 담담하게 부대 안에서 기다리겠습니다"라고 하면서도 "솔직히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표정에 설렘이 묻어나왔다.
메이저리그 진출, 손아섭의 오랜 꿈이었다. 기자가 롯데 출입을 한 2011년부터 손아섭을 지켜봐왔다. 당시에는 혈기 넘치는 신예 선수였다. 그 선수가 한 단계, 한 단계 성장의 과정을 거치며 국내 최고 타자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기자가 확실히 아는 건, 손아섭의 큰 무대 도전이 다른 동료 선수들의 성공 등에 의해 즉흥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약 2년 전부터 현지 시장 상황을 파악하며 조심스럽게 준비를 했다. 비시즌에는 영어 학원에도 다녔다. "남자가 더 큰 무대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는 건 당연한 것 아닙니까. 언제든 도전을 하고 싶습니다"라는게 손아섭이 자주 하던 말이었다.
일각에서는 손아섭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롯데를 떠나고 싶어서, 아니면 향후 연봉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함이라고 쉽게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포스팅을 거쳐야 했던 손아섭은 미국에서 실패할 경우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FA 선수들이야 미국에 진출해 실패하더라도 많은 연봉을 받고 국내 구단에 돌아올 수 있지만, 손아섭의 경우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 시 다시 국내 무대로 돌아오면 FA 자격을 얻기까지 4년을 또 기다려야 하고, 돌아오더라도 연봉에 대한 손해를 감수하며 롯데로만 돌아올 수 있었다. 손아섭은 "제가 돈 때문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생각한다고 하면 그건 절대 아닙니다. 정말 온 힘을 다해 부딪힌다는 생각으로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야구 잘한다는 선수들과 한 번 겨뤄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었다. 실제 손아섭은 구단에 막심한 피해만 가지 않는다면, 포스팅 금액이 얼마가 나오든 연봉이 얼마이든 관계 없이 자신의 꿈을 꼭 이루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었다. 야구 욕심이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엄청난 선수다.
최근 해외 진출을 명예가 아닌, 쉽게 돈을 버는 수단으로 여기는 사례들이 있었다. 물론 손아섭도 미국 무대에서 많은 돈을 벌기 원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는 일단 새 무대에서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알려 성공 신화를 쓰겠다는 순수 도전 의식이 확실하게 밑바탕에 깔려있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손아섭의 도전에 우리가 돌을 던져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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