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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열세 극복한 한국야구, 진짜 실력은 어느 정도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11-22 10:09 | 최종수정 2015-11-22 10:09


21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프리미어 12 결승전 미국과 한국의 경기가 열렸다. 미국을 꺽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선수들이 정근우를 헹가래치며 기뻐하고 있다. 도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1.21.

한 외국인 선수는 KBO리그 수준에 대해 "메이저리그 실력을 갖춘 선수부터 루키리그급 선수까지 혼재돼 있다. 각 팀의 간판급 선수들은 최상급 레벨이다"고 했다. 소속팀의 에이스로 활약해 온 외국인 선수는 "이 작은 나라에 여러 개 팀이 있고, 팀마다 최고 수준의 선수가 있다는 게 놀랍다"고 했다.

한국야구 저변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여전히 열악하다. KBO의 적극적인 확대 노력이 있어지고 있지만, 선수 공급의 '젖줄' 고교팀은 60여개에서 정체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팀 10개가 유지된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프로팀이 자생력을 갖춘 것도 아니고, 지자체 등 관련 기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다. 여러가지 숙제를 쌓아두고 있고, 선수 자원도 빈약한데 KBO리그는 의외(?)로 강하다. 기업으로 치면 '강소기업', 국가로 치면 작지만 단단한 '강소국가'이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에 두 자릿수 승을 거둔 류현진(LA 다저스)이 KBO리그와 한국야구 위상을 높이더니, 지난 시즌에는 내야수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이번 오프시즌에는 박병호(넥센 히어로즈)를 비롯해 손아섭 황재균(이상 롯데 자이언츠) 등 KBO리그 선수와 KBO리그가 키워낸 이대호(소프트뱅크 호크스) 오승환(한신 타이거즈)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지난해 윤석민(KIA 타이거즈)의 실패사례도 있지만, KBO리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건 분명하다.


21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프리미어 12 결승전 미국과 한국의 경기가 열렸다. 미국을 꺽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선수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1.21.
한국야구대표팀이 '프리미어 12' 우승으로 KBO리그, 한국야구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예선 1차 라운드에서 패한 일본, 미국을 4강전과 결승전에서 차례대로 제압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일본에는 0-3으로 뒤지다가 9회 극적인 4대3 역전승을 만들어냈고, 미국에는 8대0 완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가 메이저리그 팀의 40인 로스터 선수가 제외된, 다소 맥이 빠진 국제대회임에는 분명하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SBC)의 대회 운영 미숙이 지적됐고, 대회 출범을 주도한 일본의 비상식적인 이기주의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러가지 불리한 여건에서도 한국은 결과로 실력을 입증했다. 현역 메이저리거가 뛰지 않았다고 해도 주어진 조건에서 참가국의 최고 선수가 나선 대회다. 우리보다 야구 저변이 두터운 일본, 미국을 꺾었다는 데 의미가 크다.

리그 전체 수준으로 보면 일본에 떨어지는 KBO리그다. 흔히 한일 프로 리그 수준을 비교하면서 '일본은 한국 대표팀같은 팀을 2~3개팀 만들 수 있다'는 말을 한다. 최상급 실력을 갖춘 선수는 분명히 일본이 많다. 한국타자들에게 좌절을 안긴 오타니 쇼헤이(니혼햄 파이터스)같은 '특급 투수'를 보유한 일본이다. 시속 150km 공을 뿌리는 20대 초반 젊은 투수들이 줄줄이 등판하는 걸 보면서, 많은 팬들이 부러워했다. 객관적인 전력을 놓고보면 이기기 힘든 게임이었는데도, 한국 선수들은 이어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 승리를 쟁취했다.

분명한 전력차를 극복한 원동력은 끈끈한 팀 워크, 대표팀에 대한 자부심이 아니었을까.


1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프리미어 12 준결승 일본과 한국의 경기가 열렸다. 9회초 무사 만루서 이대호가 2타점 적시타를 친 후 환호하고 있다. 도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1.19.
대표 선수들은 KBO리그 소속팀을 대표하는 선수이면서, 여러가지 인연으로 엮여 있는 야구 선후배이다. 개별적인 능력을 떠나 대표팀의 이름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다. 한국 특유의 강한 애국심, 강렬한 목표 의식 또한 대표팀의 강점이다. 대표팀 타선은 일본과의 4강전 9회초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해 퍼시픽리그 탈삼진 1위 투수, 정상급 마무리 투수들을 두들겨 4점을 뽑았다. 일본전에 나서는 선수들은 마음가짐부터 다르다고 한다. 부담감도 엄청나지만 강한 집중력을 불어넣어주는 게 숙적 일본전이다. 실력과는 별개로 다른 힘이 작용한다.


한국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1~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야구의 힘을 보여줬다. 우물안의 개구리가 아닌 국제 경쟁력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 지난 WBC에서 실패를 맛보기도 했으나, 어느 팀을 만나든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최고의 선수에게만 가능한 대표팀에 대한 자부심도 살아있다.

현격한 실력차가 아니라면, 우리의 강점으로 작은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 외부에서 평가하는 것보다 한국야구 수준이 높다고 볼 수도 있다. 김인식 감독 등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코칭스태프도 큰 자산이다.

흔히 일본 프로야구를 마이너리그 트리플 A, KBO리그를 더블 A나 더블 A에서 트리플 A 사이 정도로 평가한다. 이번 '프리미어 12' 결과만 보면, 이런 평가에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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