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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에 참가하는 야구대표팀이 11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타오위안구장에서 도미니카공화국과 조별리그 2차전 경기를 펼쳤다. 3회 황재균이 도미니카 페레스의 볼에 삼진을 당했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황재균. 타이베이(대만)=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1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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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옥스프링, 나이트를 찾아라.'
2013년 3월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외국인 투수 때문이었다. 야심차게 영입한 스캇 리치몬드가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자마자 무릎 부상을 당했다. 스카우트는 대체 외인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시즌 초반 외국인 투수 없이 버틸 수도 없는 대위기였다. 그 때 대만에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제3회 WBC에 출전 중인 베테랑 송승준이었다. "옥스프링 공 좋습니다. 한 번 체크해 보세요." LG 트윈스에서 팔꿈치 부상을 당하고 한국을 떠난 호주 출신의 오른손 투수. 구단은 호주 리그에서 뛰던 그의 영상을 확인했다. WBC에서 던지는 모습도 유심히 살펴봤다. 결과는 전격적인 영입 결정. 옥스프링에게 WBC는 KBO리그 복귀를 위한 일종의 쇼케이스장이었다.
돌이켜 보면, 넥센 히어로즈 2군 코치가 된 브랜든 나이트도 베이징올림픽이라는 무대가 있었다. 그는 미국 대표팀에 선발됐고 한국전에서 공을 던졌다. 당시 성적은 4⅓이닝 6실점.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몇몇 구단은 '좋은 공을 던진다'는 평가를 했다. 다양한 변화구를 원하는 곳에 넣을 줄 알아 합격점을 받았다. 실제 2009년 시즌 중반 삼성 라이온즈가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2011년부터는 넥센 유니폼을 입고 에이스 노릇을 했다. 이처럼 KBO리그에 관심이 있는 외인들에게 국제대회는 일종의 오디션이다. 각 구단도 그들의 기량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더 없는 기회의 장이다.
야구랭킹 12위 안의 국가가 총 출동한 프리미어12도 다르지 않다. 대회가 열리고 있는 대만이 쇼케이스장으로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는 모양새다. 당장 11일 한국 대표팀과 맞붙은 도미니카공화국의 선발 루이스 페레즈가 그렇다. 페레즈는 6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만 허용하는 완벽한 피칭을 했다. 1회 1사 후 민병헌에게 몸에 맞는 공을, 5회 2사 후 손아섭이 중전 안타를 친 게 유일한 출루였다.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이 워낙 넓은 탓도 있지만 우리 선수들은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이 경기 후 "상대 선발 공이 굉장히 좋았다. 진짜 치기 힘들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물론 이 1경기만 놓고 페레즈를 온전히 평가하는 건 성급하다. 국내 스카우트가 과연 '한국에서 통할 수 있는 투수'로 봤는지도 불투명하다. 그는 올해 트리플A에서 거둔 성적도 9경기에서 승패 없이 5.93의 평균자책점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78경기에서 5승6패 4.50의 평균자책점이다. 하지만 그저 그랬던 선수가, '관심 대상'으로 업그레이드 된 것만은 분명하다. 66개의 공으로 6이닝이나 책임진 건 엄청난 호투다.
B조에 속한 한국은 앞으로 베네수엘라(12일), 멕시코(14일), 미국(15일)을 상대한다. 여기서 또 어떤 선수가 야구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들 국가에는 특히 도미니카공화국처럼 KBO리그를 경험한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10개 구단 스카우트 팀이 비상한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대회 전만해도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박병호, 이대호, 김현수, 손아섭, 황재균의 쇼케이스장이 될 것이라고 예상된 프리미어12. 그에 못지 않게 타국 선수들 입장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검증해야 하는 무대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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