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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도대체 왜 못쳤을까, 오타니의 매커니즘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5-11-08 22:50


8일 오후 일본 삿포로돔에서 프리미어 12 개막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열렸다. 일본 선발투수 오타니가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쿠바와 슈퍼시리즈를 통해 최종 점검을 마친 야구대표팀은 6일부터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에서 2015 WBSC 프리미어 12 공식 일정을 소화한다. 프리미어 12는 8일 도쿄돔에서 열리는 한국과 일본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일본과 대만에서 21일까지 14일 동안 진행된다.
삿포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1.08.

말로만 듣던 '괴물' 오타니 쇼헤이(21·니혼햄 파이터스)는 난공불락이었다.

최고 161㎞짜리 광속구와 147㎞짜리 포크볼에 한국 대표팀 타자들은 탄식을 내뱉을 뿐이었다.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오타니는 올해 3년차로 정규시즌서 15승5패, 평균자책점 2.24를 기록하며 퍼시픽리그 다승,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차지했다. 개막전이 니혼햄의 홈구장 삿포로돔에서 열리는데다 명실상부한 일본 에이스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한국과의 개막전 선발로 내정된 오타니.

6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 각 2개씩 내주고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동안 투구수는 91개. 실투라고 할만한 공은 4회초 1사후 좌타자 김현수에게 우전안타를 맞을 때 던진 145㎞짜리 포크볼이었다. 볼카운트 2S에서 4구째 몸쪽 포크볼이 살짝 가운데로 몰리면서 김현수의 방망이 중심에 정확히 맞아나갔다. 홈플레이트에서 살짝 떨어져야 할 공이 밋밋하게 흘렀다.

비교적 덩치가 작은 좌타자 손아섭을 상대로 두 차례 모두 볼넷을 허용했지만, 경기 흐름에는 지장이 없었다. 나머지 오타니가 던진 공 가운데 실수라고 할 만한 것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직구와 포크볼의 기본 볼배합에 커브와 슬라이더를 조금씩 섞어 던졌다.

인상적인 구종은 역시 포크볼. 탈삼진 10개 가운데 6개의 결정구가 포크볼이었다. 나머지는 직구 3개, 커브 1개였다. 오타니의 포크볼은 140㎞대 초중반에 이르는 스피드에 낮게 깔리는 제구에서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동안 한국 타자들이 일본 투수들을 상대로 경험했던 포크볼은 대부분 130㎞대 중후반으로 홈플레이트에서 크게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러나 오타니의 포크볼은 낙차가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빠른 속도로 궤적을 달리하는 까닭으로 방망이에 맞히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1회초 이용규와 정근우가 각각 땅볼로 물러날 때만 해도 타순이 한 바퀴 돌면 공략이 가능하리라고 봤다. 그러나 2사후 김현수가 141㎞ 포크볼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서면서 오타니의 기세에 눌리기 시작했다. 2회 선두 이대호는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147㎞ 포크볼에 배트를 헛돌렸다. 3회초 선두 강민호는 바깥쪽 141㎞ 포크볼에 꼼짝없이 삼진을 당했고, 2사후 이용규는 2B2S에서 5구째 몸쪽을 파고드는 143㎞ 포크볼을 서서 바라만봤다. 좌우 코너워크마저 완벽했던 포크볼, 한국 타자들은 혀를 내두르며 타석을 물러났다.

오타니는 4회 1사 1루서는 이대호를 상대로 134㎞짜리 슬라이더로 2루수 병살타로 잡아낼 정도로 허를 찌르는 볼배합에도 능숙했다. 하이라이트는 5회초. 선두 박병호가 153㎞ 몸쪽 직구를 공략한 것이 빗맞아 1루수 키를 넘어 우측 파울라인 안쪽에 떨어지는 2루타가 됐고, 손아섭이 볼넷으로 출루해 무사 1,2루가 됐다. 0-2로 뒤지고 있던 한국으로서는 한 점이라도 쫓아가야 할 찬스였다.

하지만 벤치의 지시대로 허경민은 초구와 2구 140㎞대 후반의 직구에 번트를 댔지만,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에 컨택트를 제대로 하지 못해 연속 파울이 됐다. 번트 타임을 놓친 허경민은 143㎞짜리 포크볼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어 강민호는 151㎞에 직구에 방망이를 헛돌렸고, 대타 나성범은 3구 삼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6회 1사후에는 정근우와 김현수가 오타니의 155㎞ 직구, 125㎞ 커브에 각각 루킹 삼진을 당했다.

오타니 투구 매커니즘의 강점은 큰 키(1m93)에서 내리꽂는 파워와 일정한 릴리스포인트에 따른 안정된 제구력이다. 킥킹후 오른발을 내딛고 공을 뿌릴 때까지 중심이동이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160㎞ 안팎의 직구 스피드 자체가 상대를 주눅들게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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