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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괴물' 오타니 쇼헤이(21·니혼햄 파이터스)는 난공불락이었다.
비교적 덩치가 작은 좌타자 손아섭을 상대로 두 차례 모두 볼넷을 허용했지만, 경기 흐름에는 지장이 없었다. 나머지 오타니가 던진 공 가운데 실수라고 할 만한 것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직구와 포크볼의 기본 볼배합에 커브와 슬라이더를 조금씩 섞어 던졌다.
인상적인 구종은 역시 포크볼. 탈삼진 10개 가운데 6개의 결정구가 포크볼이었다. 나머지는 직구 3개, 커브 1개였다. 오타니의 포크볼은 140㎞대 초중반에 이르는 스피드에 낮게 깔리는 제구에서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동안 한국 타자들이 일본 투수들을 상대로 경험했던 포크볼은 대부분 130㎞대 중후반으로 홈플레이트에서 크게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러나 오타니의 포크볼은 낙차가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빠른 속도로 궤적을 달리하는 까닭으로 방망이에 맞히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오타니는 4회 1사 1루서는 이대호를 상대로 134㎞짜리 슬라이더로 2루수 병살타로 잡아낼 정도로 허를 찌르는 볼배합에도 능숙했다. 하이라이트는 5회초. 선두 박병호가 153㎞ 몸쪽 직구를 공략한 것이 빗맞아 1루수 키를 넘어 우측 파울라인 안쪽에 떨어지는 2루타가 됐고, 손아섭이 볼넷으로 출루해 무사 1,2루가 됐다. 0-2로 뒤지고 있던 한국으로서는 한 점이라도 쫓아가야 할 찬스였다.
하지만 벤치의 지시대로 허경민은 초구와 2구 140㎞대 후반의 직구에 번트를 댔지만,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에 컨택트를 제대로 하지 못해 연속 파울이 됐다. 번트 타임을 놓친 허경민은 143㎞짜리 포크볼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어 강민호는 151㎞에 직구에 방망이를 헛돌렸고, 대타 나성범은 3구 삼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6회 1사후에는 정근우와 김현수가 오타니의 155㎞ 직구, 125㎞ 커브에 각각 루킹 삼진을 당했다.
오타니 투구 매커니즘의 강점은 큰 키(1m93)에서 내리꽂는 파워와 일정한 릴리스포인트에 따른 안정된 제구력이다. 킥킹후 오른발을 내딛고 공을 뿌릴 때까지 중심이동이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160㎞ 안팎의 직구 스피드 자체가 상대를 주눅들게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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