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에서 '느림의 미학'을 다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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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페넌트레이스에서의 엄청난 기여도나 준플레이오프에서 플레이오프까지의 극심한 부진은 이미 지나간 일이다. 다시 떠올릴 필요는 없다. 이제는 미래, 즉 한국시리즈에만 초점을 맞춰야한다. 그런 관점에서 유희관은 두산의 키플레이어이자 불안요소라는 두 얼굴을 지녔다.
일단 유희관은 현재 두산 마운드에서 반드시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아줘야 하는 인물이다. 니퍼트와 장원준과 함께 선발 트라이앵글을 구성해줘야 한다. 그를 대체할 선수가 마땅치 않다. 특히나 날짜상으로 볼때 유희관은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로 나서야 한다. 그가 아니라면 두산의 투수 기용전략 자체가 전면적으로 수정돼야 한다. 큰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유희관의 분발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구위는 마음가짐만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확실히 포스트시즌에서 유희관은 정규시즌과는 전혀 다른 투수였다. 원래 유희관은 스피드가 아닌 볼끝과 제구력을 활용한 코너워크로 승부하는 투수다. 그래서 유희관의 독특한 스타일은 '느림의 미학'이라는 멋진 표현으로 불렸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이런 유희관의 장점이 나오지 않고 있다. 공도 2~3㎞정도 더 느려진데다 제구력이 흔들리고 있다. 이런 유희관은 타자들에게는 그냥 치기편한 공을 던지는 투수일 뿐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의 고민도 여기서 비롯된다. 반드시 써야 하는 투수지만, 현재 상태라면 결과가 안좋을 것이 눈에 선하다.
여전히 유희관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특유의 넉살과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유희관이 자신감마저 잃어버린다면 두산으로서는 최악의 재앙이다. 이제는 그 자신감을 마운드 위에서 표출해야 한다. 유희관이 살아나야 두산도 대권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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