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생결단이다. 다음 경기를 볼 수 있는 여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포스트 시즌 무대는 그렇다.
[PS포인트-F(수비)]
넥센 히어로즈 3루수 김민성이 바로 이런 영리한 수비 위치 이동으로 실점을 막아냈다. 넥센 홍원기 수비코치와 김민성의 센스가 빚어낸 작품이다. 홈런에 버금가는 가치를 지닌 수비다. 이 수비로로 넥센은 14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경기 초반 타오르던 두산의 기를 꺾을 수 있었다.
2-2로 맞선 4회초 두산 공격. 넥센은 2회초 먼저 2점을 줬지만, 곧바로 2회말 동점을 만들며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그런데 4회초에 다시 흐름이 두산쪽으로 흘렀다. 선두타자 양의지와 후속 최주환의 연속 안타로 무사 1, 2루 득점 기회를 만들었기 때문. 그리고 타석에는 2회초 1사 2루에서 좌익선상 2루타로 선취점을 뽑은 두산 외인타자 로메로가 나왔다.
만약 다시 로메로에게 적시타를 맞아 실점한다면 어렵게 균형을 맞춘 승부의 추가 초반에 두산쪽으로 기울 수 있었다. 그런데 무사 1, 2루에서 3루수 김민성의 수비 위치가 묘했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3루수는 베이스에서 약 2m 정도 약간 떨어진 곳에 서있는다. 하지만 김민성은 처음부터 3루 베이스 쪽으로 이동해 있었다. 로메로의 당겨치는 타구를 대비한 위치다.
이같은 위치 이동은 로메로에 대한 철저한 분석에서 비롯됐다. 로메로는 2회초에도 3루 베이스 쪽을 지나가는 적시 2루타를 쳤다. 3루 뒤쪽에서 베이스와 꽤 거리를 두고 있던 김민성이 몸을 던졌지만, 글러브가 타구에 못 미쳤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차전에서부터 출전한 로메로는 계속 당겨치는 타법으로 좌측 타구를 만들고 있었다.
넥센의 예상대로 로메로는 이번에도 당겨쳤다. 앞선 타석과 같은 방향의 타구였다. 김민성이 2회처럼 서있었다면 또 2루타를 허용할 뻔했다. 그러나 김민성은 미리 3루 파울라인에 0.5m 정도로 바짝 붙어있었다. 덕분에 타구는 김민성의 글러브에 쉽게 잡혔다. 김민성은 여유있게 3루 베이스를 밟은 뒤 2루에 송구해 더블 아웃을 잡아낼 수 있었다.
목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