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만수가 꼽은 대구구장의 추억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5-10-02 18:47


"대구구장은 어머니 품같은 곳."

삼성 프랜차이즈 스타로 대구구장 정규리그 최종전에 시포자로 나선 이만수 전 SK 감독은 온가족이 대구구장으로 출동했다. 이 감독 뿐만아니라 가족에게도 대구구장이 큰 추억의 장소였기 때문.

이 감독은 "가족들이 모두 같이 오고 싶어해 아들은 직장에 월차까지 내고 내려왔다"면서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에게 추억이 서린 곳"이라고 했다.

이 감독이 꼽은 대구구장에 얽힌 추억은 통산 100홈런을 친 경기와 SK 수석코치로 대구구장을 찾은 날이었다.

이 감독은 "100홈런이 참 드라마틱했다"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1986년 이 감독과 해태 김봉연이 당시 프로야구 개인 통산 첫 100홈런 경쟁을 벌였다. 의미있는 기록이라 당시 100홈런에 승용차가 부상으로 나왔다. 시즌 시작 때 김봉연이 78개, 이 감독이 85개로 이 감독이 100홈런을 먼저 달성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 감독이 허리 부상으로 결장이 잦았고, 그사이 김봉연이 홈런을 치면서 역전했고, 이 감독이 95개를 쳤을 때 김봉연은 97개로 2개를 앞섰다. 그런데 김봉연의 홈런이 97개로 멈췄고, 그때 이 감독의 홈런포가 불을 뿜었다. 8월31일 99호 홈런을 치더니 9월2일 대구에서 빙그레 이글스전에서 대망의 100홈런을 달성했다. 이 감독은 "당시 투수가 왼손인 천창호 선배였다"면서 "감독님의 배려로 1번타자로 나가 1회말 선두타자로 홈런을 쳤는데 그게 장외였다"며 당시의 기쁨을 미소로 표현. 이 감독은 이어 "재미있는게 그 홈런공을 주운 분도 나와 이름이 같은 이만수였다"며 웃었다.

이 감독은 10년간 미국에서 코치생활을 마치고 SK 수석코치로 한국에 돌아온 2007년 대구팬들의 따뜻한 사랑을 다시한번 느꼈다. 5월22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 때 대구팬들이 클리닝타임 때 이 감독에게 장미꽃 22송이를 던진 것.

이 감독은 "아이스링크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연출됐다"면서 "그때도 우리 가족이 다 함께 대구구장에 왔었는데 팬들의 고마움에 눈물을 흘렸다고 하더라"고 했다.

많은 추억을 남긴 대구구장에서의 아쉬움은 팬들에게 우승을 선사하지 못한 것. "준우승만 했고, 그때마다 감독님이 경질됐다. 감독님께도 죄송하고 팬들께도 죄송했다"고 말했다.

전국의 야구팀을 돌며 재능기부를 하고 강연도 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이 감독은 "야구선수와 지도자로 다닐 땐 도시들만 다녔는데 이번에 시골도 가보고 하니 한국에 이렇게 좋은 곳이 많았나하고 새삼 놀라게 됐다"며 "다음주엔 제주도에 가서 재능기부를 한다. 진짜 전국을 다 돌게 됐다"며 웃었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삼성과 kt의 2015 KBO 리그 경기가 2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열렸다. 경기 전 대구구장의 고별전을 위해 삼성의 레전드 스타들이 모두 모인 굿바이 이벤트가 펼쳐졌다.
'93년 한국시리즈의 전설' 박충식 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이 시구를 양준혁 해설위원이 시타, 이만수 전 감독이 시포자로 나서 멋진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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