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외국인타자 에릭 테임즈가 도전하고 있는 '40홈런-40도루'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이승엽의 아시아홈런기록(56호), 서건창의 시즌 200안타(201) 등 한국프로야구는 값진 기록이 많았다. 1982년 프로원년 백인천(MBC)의 4할타율(0.412)과 1983년 장명부(삼미)의 30승(14패)은 불멸의 기록이 되고 있지만 팬들의 입에 자주 회자되진 않는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기보다 백인천이 감독 겸 선수로 뛰었던 당시의 특수한 상황과 프로야구가 정착되기전 허술한 리그 현실을 돌아보면 30승은 특별한 기억 정도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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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40-40은 완전히 상반된 기록의 두 범주 사이 교집합을 만들어야 한다. 파워를 키우려면 웨이트트레이닝과 벌크업이 필수다. 박병호 강민호 최형우 최준석 나성범 김현수 이범호 등 토종 홈런타자들은 하나같이 몸을 불리고 있다. 주로 근육량을 키우는 것이지만 체중이 불면 스피드는 떨어진다. 무거워진 몸으로 순간 스피드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도루를 자주 시도하다보면 무릎과 발목 부상을 피할 수 없다. 도루는 1번 시도를 위해 수차례 스타트를 끊고 귀루하는 복잡한 움직임을 반복한다. 감독들은 부상과 체력 저하로 인한 타격감 하락 등을 이유로 중심타자에겐 도루를 권장하지 않는다. 많아야 20개 안팎이다. 도루 20개를 15홈런으로 치면 40도루는 30홈런이다. 30홈런은 거포로 인정받을 수 있는 본격 수치다. 40도루는 수준급 톱타자 등 날쌘돌이들의 척도다.
4경기가 남았다. 마지막 하나를 채우면 되지만 막판 변수들이 많아 달성여부는 쉽게 점칠 수 없다. 다만 불가능 보다는 가능쪽으로 기울고 있다. NC는 이미 2위를 확보한 상태다. 1위자리를 노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지도 않는다. 주전들에게 휴식까지 주고 있다. 김경문 감독도 "이제 도전해봐야 한다"며 테임즈의 기록에 힘을 실어줄 태세다.
테임즈가 40-40을 달성하면 MVP와 골든글러브 무게중심은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박병호가 역대급 활약을 펼친 것이 분명하지만 테임즈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당위성을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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