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편법' 만드는 등록선수제도, 근본적 개선 필요하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9-30 10:59


현실이 바뀌었다면 제도도 보완돼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자꾸 편법이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대상이 나타난다.


2016 KBO 신인드래프트가 24일 오후 서울 양재동 The-K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신인 드래프트에 지명된 선수들이 모두 무대에 올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졸 및 대졸 예정자와 해외 아마야구 출신 선수 등 모두 860여 명이 참가하는 이번 2차 드래프트는 홀수 라운드는 전년도 성적의 역순(kt 1순위), 짝수 라운드는 전년도 성적 순으로 10라운드까지 진행된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8.24/
한화 이글스는 지난 29일 내야수 조정원(25)과 외야수 채기영(20)을 '임의탈퇴'로 공시했다. 대신 상무에서 제대한 투수 김용주(24)와 내야수 하주석(21)을 1군 엔트리에 포함시기기 위해서다. 김용주와 하주석은 2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 출전해 팀의 7대6 승리에 기여했다.

1차적으로 명백히 한화의 편법이다. 이미 65명의 정식 등록선수 정원이 다 차있었다. 팀의 막판 전력보강을 위해 두 명의 제대 선수를 포함시키려다보니 '임의탈퇴'라는 방법을 동원했다. 대상이 된 조정원과 채기영은 각각 12월과 내년 2월에 입대영장을 받아놓은 상황. 조정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 9월에도 경찰청 입대를 추진했으나 2년 연속 1차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

10월에 상무 야구단 입단 전형이 시작되지만, 2년 연속 경찰청 1차 서류 전형에서 떨어진 조정훈이 경찰청 이상으로 높은 상무의 문턱을 넘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예 현역 입대를 추진했다. 채기영은 아예 경찰청, 상무 입단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두 선수의 현역 입대는 피할 수 없다. 2년간 군복무를 해야 해서 다른 팀에서 뛸 수도 없다.

'임의탈퇴'는 기본적으로 선수에게 내리는 중징계다. 하지만 한화는 이를 다른 식으로 이용했다. 조정원과 채기영의 동의를 얻어 이들을 '임의탈퇴'로 공시하는 대신 제대 후 다시 받아주기로 했다. 구단 측에서는 모두가 손해를 보지 않는 방법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선수들도 징계를 받은 것이 아니라 '임의탈퇴'라는 용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편법'이 '정도'가 되는 건 아니다.


2015 KBO 올스타전이 18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렸다. 경기장을 찾은 야구팬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1999년 이후 16년 만에 수원에서 개최되는 '2015 KBO 올스타전'은 10 구단 체제 출범을 기념해 팀 명칭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드림 올스타(삼성, 롯데, 두산, SK, kt)와 나눔 올스타(KIA, 한화, 넥센, LG, NC)로 경기를 치룬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7.18/
그런데 본질적으로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 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분명한 것은 '임의탈퇴'를 이런 식으로 다르게 활용하는 구단은 한화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SK는 이건욱과 오수호를 각각 2월과 4월에 임의탈퇴 공시했다. 그러나 이 또한 '징계' 차원이 아니었다. 재활을 해야 하는 두 선수를 선수 정원에서 제외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SK는 이들의 재활 훈련을 진행했다. 이건욱은 11월 마무리캠프에도 데려갔다가 언론에 노출되자 다시 귀국시켰다. 다른 구단들도 암암리에 이런 편법을 쓴다.

원칙적으로 편법은 나와선 안된다. 구단들의 잘못된 관행을 비판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런 편법들이 자꾸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현 제도의 문제점을 고쳐야 한다. 구단만 비판해서는 본질을 개선할 수 없다. 결국 10개 구단 체제에서 갈수록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현행 65명 등록선수 제도와 1, 2군 시스템에 대한 개선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 현재 65명 등록선수는 제9구단 NC 다이노스가 태동한 2012년 1월10일 이사회에서 개정된 제도다. 이전까지 8개 구단 시대에서는 63명이었다. 제10구단 체제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만큼 재개정이 필요한 때가 됐다.

사실 선수 정원이나 1군 엔트리 증대에 관한 문제점은 매년 프로야구 현장에서 제기돼 왔다. 프로야구 이사회 차원에서도 종종 논의된다. 하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리진 못하고 있다. 결국은 비용(구단 운영비) 문제로 귀결됐기 때문이다. 선수 정원을 늘리거나 미국처럼 메이저-마이너 시스템으로 선수의 신분을 확실하게 보장해주는 등의 방식이 합리적이긴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돈이 들어간다. 모기업의 전폭적 지원에 의해 운영되는 KBO리그의 구단 체제에서 선뜻 시도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류가 있는 제도를 계속 고집한다면 편법은 갈수록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편법이 나올 수 없고, 근본적으로는 선수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나와야 하는 시점이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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