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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루포에 5타점, 가장 홍성흔다웠던 초가을 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5-09-17 21:46


2015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홍성흔이 3회말 1사 만루에서 우월 만루홈런을 치고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9.17/

힘차게 다이아몬드를 돈 뒤 홈플레이트를 강하게 내리 찍는 마지막 스텝. 그것이 홍성흔이다.

두산 베어스 홍성흔이 모처럼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오버 제스처'를 선보였다. 홍성흔은 17일 잠실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게임에서 만루포를 포함해 5타점을 쏟아내며 팀의 13대0 대승을 이끌었다.

올시즌 홍성흔은 3번이나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1999년 입단해 17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홍성흔은 허벅지 부상으로 한 차례, 단순 부진으로 두 차례 1군서 제외됐다. 두산이 지난 2013년 FA 자격을 다시 얻은 홍성흔을 불러들인 것은 덕아웃 리더십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2009년 홍성흔이 롯데로 떠난 뒤 4년간 두산 클럽하우스는 리더십 부재가 심각했다. 홍성흔은 2013년과 지난해 두 시즌 동안 그라운드 안팎에서 리더십과 묵직한 방망이 솜씨로 두산 클럽하우스를 파이팅 넘치는 곳으로 바꿔놓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올해 홍성흔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늘 덕아웃 분위기를 주도했던 그였지만, 타석에만 서면 낯을 들기 힘들 정도로 부진했다. 자연스럽게 말수가 줄었고, 혹시나 팀분위기를 해치지나 않을까 신중한 언행으로 동료들을 배려하기까지 했다. 포수 출신 사령탑 김태형 감독이 지난해말 부임하면서 홍성흔에게 맏형 역할을 기대했으나, 몸과 마음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전날 잠실 롯데전까지 최근 9경기서 1승8패. 두산에게는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7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홍성흔은 2-0으로 앞서 있던 3회말 그랜드슬램을 뿜어냈다. 홍성흔은 2-0으로 앞선 3회말 1사 만루서 롯데 선발 송승준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그랜드슬램을 터뜨렸다. 롯데 선발 송승준을 상대로 볼카운트 1S에서 2구째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119㎞짜리 커브를 그대로 밀어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지난달 21일 잠실 LG전 이후 26일만에 터진 시즌 5호 홈런. 만루홈런은 두산의 올시즌 첫 기록이며, 홍성흔이 만루포를 때린 것은 롯데 시절인 지난 2012년 8월 21일 대구 삼성전 이후 약 3년 1개월만이다. 홍성흔은 타구가 펜스를 살짝 넘어가자 오른팔을 치켜 들고 포효했고, 힘차게 그라운드를 돈 뒤 오른쪽 발을 번쩍 들어 홈플레이트를 당당히 찍어내렸다. 그동안의 부진을 씻어내려는 듯, 먼저 홈을 밟은 후배들과도 뜨겁게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홍성흔의 방망이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4회 1사 1,2루서 중월 2루타를 날려 타점을 추가했고, 6회와 8회에는 각각 좌전안타, 좌측 2루타를 때려냈다. 5타수 4안타 5타점. 홍성흔이 한 경기서 4안타를 친 것은 지난해 8월 8일 잠실 넥센 히어로즈전 이후 약 1년 1개월여만이다. 또 5타점은 올시즌 들어 지난 6월 12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 이어 두 번째. 그러나 당시 NC전에서는 두산이 5대8로 역전패해 빛이 바랬다.

이날 초가을 밤 롯데전은 올시즌 홍성흔에게 가장 빛나는 경기였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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