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강력한 흥행 돌풍과 함께 KBO리그를 흥미롭게 만들던 한화 이글스가 시즌 막판 힘겨운 위기를 맞고 있다. 치열한 5위 싸움의 과정에서 선수들의 체력과 집중력은 바닥까지 떨어져 있다. 강력한 불펜을 구성했던 박정진과 권 혁은 갈수록 구위가 떨어지고 있고, 윤규진은 어깨 충돌 증후군 증세로 아예 1군에 합류하지 못하는 상황. 이로 인해 8월 이후 12승18패로 부진하다. 그런 상황에서 경쟁팀인 롯데 자이언츠는 투타의 이상적인 조화를 앞세워 한화를 6위로 밀어냈다. 자칫 한 시즌 내내 선전하던 한화가 막판 부진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할 위험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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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위기를 한화는 정면으로 극복해냈다. 팀워크와 총력전을 앞세워 강팀과의 승부에서 버텨냈다. 그 덕분에 한화는 4월에 치른 22경기에서 12승10패로 5할 이상을 거두며 시즌 초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3연패 이상을 당하지 않았던 팀으로 '끈기'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던 시기다. 사실 이 때 위기를 극복해내지 못했다면 지금 5위 싸움은 생각조차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객관적으로 볼 때 5개월 전과 현재 전력 차이는 크게 나지 않는다. 투수진, 특히 불펜진의 체력과 구위가 떨어져있다는 큰 단점을 선발의 힘이나 타선의 위력으로 상쇄할 수 있다. 적어도 선발과 타선의 두 가지 측면은 오히려 당시보다 현재가 낫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선발에서는 강력한 특급 에이스인 에스밀 로저스가 합류했다는 메리트가 있다. 4월에는 탈보트와 안영명 외에는 선발승을 거둔 투수가 없었다. 총 5번의 선발승 가운데 탈보트가 1번, 안영명이 4번을 거뒀다. 그런데 현재는 탈보트와 안영명이 버텨주는 가운데 리그 최강의 구위를 지닌 로저스가 중심에 서 있다. 선발 경쟁력은 4월보다 지금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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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야구는 선수들의 이름값만으로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다. 게다가 다른 경쟁팀, 특히 롯데 역시 현재 투타 전력이 절정에 올라있는 상황. 그래서 중요한 건 선수들의 자신감과 김 감독의 효율적인 팀 운영이다. 분명 김 감독이 끌어다 쓸 수 있는 패는 4월보다 지금이 많아진 게 사실이다. 선수들 역시 동료와 벤치를 다시 한번 굳게 믿을 필요가 있다. 4월의 위기를 극복했던 경험을 다시 한번 되돌아본다면 시즌 막판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분명 찾을 수 있다. 한화에는 아직 그럴 힘이 남아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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