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위기의 한화, 4월을 기억하라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9-10 10:52


올 시즌 강력한 흥행 돌풍과 함께 KBO리그를 흥미롭게 만들던 한화 이글스가 시즌 막판 힘겨운 위기를 맞고 있다. 치열한 5위 싸움의 과정에서 선수들의 체력과 집중력은 바닥까지 떨어져 있다. 강력한 불펜을 구성했던 박정진과 권 혁은 갈수록 구위가 떨어지고 있고, 윤규진은 어깨 충돌 증후군 증세로 아예 1군에 합류하지 못하는 상황. 이로 인해 8월 이후 12승18패로 부진하다. 그런 상황에서 경쟁팀인 롯데 자이언츠는 투타의 이상적인 조화를 앞세워 한화를 6위로 밀어냈다. 자칫 한 시즌 내내 선전하던 한화가 막판 부진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할 위험도 감지된다.


전날 연장 12회 혈투를 치른 LG와 한화가 9일 잠실에서 다시 만났다. LG 선발 소사의 구위에 눌려 빈공을 펼친 한화는 연이틀 패하며 5강 싸움에 빨간불이 켜졌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5.09.09/
과연 한화는 이대로 추락하고 말 것인가. 아직 시간은 남아있다. 18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롯데와의 승차는 불과 0.5경기다. 얼마든지 반전을 만들어낼 기회가 있다. 이 시점에서 다시금 '처음'의 마음가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다시 한 번 4월을 돌아볼 때다.

혹독한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를 거친 한화는 야심차게 시즌 개막을 맞이했다. 그러나 초반 상황은 열악했다. 주전 선수 중에 정근우와 조인성이 부상으로 인해 개막 엔트리에조차 합류하지 못했던 시점이다. 투수진에서는 배영수와 송은범 윤규진이 부상 여파로 제대로 뛰지 못했다. 4월의 한화는 선수 구성면에서 지금보다 더 큰 위기 속에 있었다.

하지만 이 위기를 한화는 정면으로 극복해냈다. 팀워크와 총력전을 앞세워 강팀과의 승부에서 버텨냈다. 그 덕분에 한화는 4월에 치른 22경기에서 12승10패로 5할 이상을 거두며 시즌 초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3연패 이상을 당하지 않았던 팀으로 '끈기'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던 시기다. 사실 이 때 위기를 극복해내지 못했다면 지금 5위 싸움은 생각조차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객관적으로 볼 때 5개월 전과 현재 전력 차이는 크게 나지 않는다. 투수진, 특히 불펜진의 체력과 구위가 떨어져있다는 큰 단점을 선발의 힘이나 타선의 위력으로 상쇄할 수 있다. 적어도 선발과 타선의 두 가지 측면은 오히려 당시보다 현재가 낫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선발에서는 강력한 특급 에이스인 에스밀 로저스가 합류했다는 메리트가 있다. 4월에는 탈보트와 안영명 외에는 선발승을 거둔 투수가 없었다. 총 5번의 선발승 가운데 탈보트가 1번, 안영명이 4번을 거뒀다. 그런데 현재는 탈보트와 안영명이 버텨주는 가운데 리그 최강의 구위를 지닌 로저스가 중심에 서 있다. 선발 경쟁력은 4월보다 지금이 낫다.


한화가 올시즌 첫 4연승을 거뒀다. 2015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1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13-4의 대승을 거두며 4연승을 달린 한화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한화는 선발투수로 4승 5패 방어율 6.45의 송창식을 내세웠다. kt는 1패 방어율 8.41의 주권이 선발 등판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8.12/
타선 역시 마찬가지다. 김성근 감독이 "팀 전력의 50%"라고까지 평가한 정근우가 4월에는 없었다. 스프링캠프 기간에 턱뼈 골절상을 당해 재활을 하고 있던 시기다. 하지만 현재 정근우는 팀의 간판 3할 타자로 맹활약 중이다. 베테랑 포수 조인성도 마찬가지로 당시에는 없었다. 타선의 플러스 요인은 이 둘 뿐만이 아니다. 위암을 극복하고 팀에 합류한 정현석이 간결한 스윙을 앞세워 적재적소에서 힘을 보태는데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성열 허도환 등도 백업 자원이 되어주고 있다. 더불어 포수까지 가능한 외국인 타자 제이크 폭스도 있다.

물론 야구는 선수들의 이름값만으로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다. 게다가 다른 경쟁팀, 특히 롯데 역시 현재 투타 전력이 절정에 올라있는 상황. 그래서 중요한 건 선수들의 자신감과 김 감독의 효율적인 팀 운영이다. 분명 김 감독이 끌어다 쓸 수 있는 패는 4월보다 지금이 많아진 게 사실이다. 선수들 역시 동료와 벤치를 다시 한번 굳게 믿을 필요가 있다. 4월의 위기를 극복했던 경험을 다시 한번 되돌아본다면 시즌 막판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분명 찾을 수 있다. 한화에는 아직 그럴 힘이 남아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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