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이 잘 서지 않을 지경이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은 '역산법'을 통해 경기 운영을 구상한다. 일종의 역 시뮬레이션 기법인데, 이걸 한 시즌 전체에 걸쳐 적용할 수도 있다. 방법은 말 그대로 뒤에서부터 경기를 풀어보는 것. 이를 테면 마무리와 불펜 투수가 상대 타선을 몇 이닝 정도로 막아낼 수 있는 지를 먼저 계산한 뒤에 선발의 최소 소화 이닝수를 따져보는 것이다. 상대 팀에도 그걸 똑같이 적용해서 경기에 필요한 최소 득점같은 걸 예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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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2일 청주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1회말 갑작스러운 비로 경기가 중단되자 근심스런 표정으로 경기장을 지켜보고 있다. 청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9.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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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즘에는 이 '역산법'이 좀처럼 잘 들어맞지 않는다. 김 감독 스스로도 "요즘에는 계산 자체가 잘 안될 때가 많다"고 했다. 이유는 계산의 출발점이 꼬여있기 때문. 마무리와 불펜진에 확실하게 이닝을 책임져 줄 투수가 없다보니 여러모로 팀 운용이 틀어지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팀의 간판같은 역할을 했던 권 혁이 체력 저하로 인해 구위를 잃은 것과 우완 필승조 윤규진이 어깨 충돌 증후군으로 빠진 것 때문이다.
이 가운데 윤규진의 이탈이 현재로서는 더 큰 문제다. 권 혁은 여전히 구위가 좋지 않지만 그래도 1군에 남아있다. 휴식 간격을 조금 더 보장하거나 약간은 여유있는 상황에 투입해 체력과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식으로 운용법을 조금 바꿔본다면 다시금 팀에 기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윤규진은 1군 엔트리에 아예 없다. 이게 근본적인 문제다. 쓰고 싶어도 없어서 못 쓰고 있기 때문. 김 감독 역시도 "윤규진이 없는게 상당히 크다"고 현재 위기의 핵심 요인이 윤규진의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윤규진은 언제쯤 돌아오게 될까. 실은 이 점이 명확하지 않다. 윤규진은 현재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면서 꾸준히 훈련을 하고 있다. 불펜 피칭까지 소화했다. 그러나 1군 복귀는 이미 등록 가능일이 한참 지났음에도 결정되지 않았다. 김 감독은 "무리해서 쓰자면 지금 당장도 올릴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렇게 하진 않을 것이다. 아직 구위가 완전하지 않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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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KBO리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LG를 상대로 8대5 승리를 확정지은후 승리투수 윤규진을 격려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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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면이 다소 미스테리하다. 윤규진은 지난 8월18일자로 1군에서 제외됐다. 어깨 충돌증후군 증세를 치료하기 위해서였는데 '10일'의 1군 복귀 가능일을 넘긴 지 오래다. 10일로서 윤규진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지 24일이 됐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명확한 복귀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한화는 5위 전쟁에서 점점 뒤쳐지고 있다. KIA 타이거즈의 역풍을 맞더니 현재는 롯데 자이언츠에게 밀려 6위로 내려앉았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언제까지 윤규진의 복귀를 미룰 수 있을까. 이건 여유라기 보다는 윤규진의 상태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결국 김 감독의 의도는 어설픈 상태로 복귀시켜 얻어맞게 하느니 최후의 순간까지 버티다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에 불러올리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 '복귀효과 극대화 시점'은 언제일까. 멀리 볼 것도 없다. 당장 한화는 12~13일 부산에서 롯데와 맞대결한다. 5위 전쟁의 분수령이 되는 2연전. 윤규진의 복귀효과가 극대화될 최적의 타이밍이다. 이때마저 돌아오지 못한다는 건 윤규진이 정말 크게 아프다는 뜻밖에 되지 않는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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