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LG 리빌딩의 현주소, 명과 암이 공존하고 있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5-09-06 10:57


전날 비로 취소된 LG와 KIA의 월요일 경기가 17일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LG 봉중근이 한 점 차로 쫓긴 9회 1사 1루에서 KIA 이범호를 병살로 처리하고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5.08.17/

LG 트윈스는 최근 리빌딩 작업에 들어갔다. 마무리 봉중근(35)이 선발로 보직을 바꿨다. 그는 지난 4일 잠실 kt전을 통해 4년여만에 선발 등판, 4이닝 1실점했다. 전문가들은 속단은 금물이지만 봉중근의 선발 컴백은 2016시즌을 위해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봉중근의 클로저로서의 경쟁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구속이 떨어지고, 봉중근 자신이 매일 불펜 대기하는 걸 힘들어했다.

양상문 감독은 "봉중근과 면담했다. 선수가 강하게 원했다.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확답을 받았다"면서 "봉중근의 풍부한 경험과 기본기를 감안하면 선발에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봉중근은 선발 복귀전을 통해 자신감을 찾았다. 강약 조절을 잘 했다. 제구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마무리 때 보다 나쁘지 않았다. 그는 "올해 시즌 중반에 변화를 시도한 건 결국 내년을 대비한 것이다. 후배들과 선발 경쟁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LG가 2015시즌에 고전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시즌 초반 선발 투수진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류제국과 우규민이 수술 이후 재활로 공백이 생겼다. 둘은 5월 중순에 로테이션에 복귀했다. 두 외국인 선발 소사 루카스를 빼고 확실한 토종 선발 없이 한달 이상이 흘러갔다. 임지섭 임정우 장진용 등으로 버텼지만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LG는 5월초 7연패의 슬럼프에 빠지면서 9위로 떨어졌고, 그 후로 반등하지 못했다.

봉중근의 보직 전환으로 LG의 2016시즌 선발 로테이션은 이미 모양새가 갖춰져 있다.

외국인 선발 2명에 류제국 우규민 봉중근으로 다섯 자리가 채워진다. 소사와 루카스의 재계약 여부는 현재로선 정해진 게 없다. LG의 투자 의지에 따라 소사와 류현진 보다 더 강력한 선발 투수와 계약할 수도 있다. 변수가 많지만 리즈(피츠버그)의 컴백을 타진할 수도 있다. 결국 선발진의 최대 변수는 5선발을 누가 맡느냐였다. '젊은피' 임지섭 이준형 등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임지섭과 이준형은 흔들리는 제구를 내년 시즌에 잡을 수 있을 지가 미지수다. 임지섭과 이준형의 성장은 좀더 길게 볼 필요가 있다. 당장 2016시즌을 보면 봉중근 카드가 선발로 더 안전하고 믿음이 간다. 단 봉중근의 어깨와 팔꿈치 상태는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봉중근은 겨울 훈련이 매우 중요하다.

봉중근이 3년 넘게 맡았던 마무리 보직은 이동현 정찬헌 둘 중에서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이동현은 KBO리그에서 A급 셋업맨이다. 배짱있는 투구와 탈삼진 능력 그리고 경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동현 카드가 가장 현실적이다. 이동현의 구속이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떨어지는 건 불안요소다. 정찬헌은 올해 6월 음주사고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직구 구위만 놓고 보면 이동현에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제구와 경험 그리고 위기관리 능력에서 아직 이동현을 능가할 수 없다. 정찬헌과 임정우가 셋업맨을 맡고 윤지웅 진해수 등이 필승조를 이루면 불펜의 모양새도 그려진다.


2015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2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9회초 1사 1, 2루 LG 히메네스가 1타점 안타를 친 후 환호하고 있다.
LG는 선발투수로 3승 8패 방어율 4.49의 류제국을 내세웠다. 넥센은 12승 6패 방어율 3.66의 밴헤켄이 선발 등판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9.02/

2015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LG트윈스의 경기가 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LG 2회초 선두타자 서상우가 좌중월 솔로홈런을 치고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8.07/
투수진과 달리 LG 야수 쪽은 리빌딩의 밑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현재 주전 판도를 확실하게 뒤집어 줄 신진 세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LG가 올해 득점권에서 부진한 건 중심 클린업트리오가 제구실을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4번 타자가 계속 말썽을 부렸다. 이병규(등번호 7번) 최승준 정성훈 한나한 히메네스 등이 4번에 들어갔지만 강한 인상을 누구도 남기지 못했다.


확실한 4번 타자가 없으면 타선은 중심이 잡히지 않게 돼 있다. LG가 타선의 리빌딩을 하기 위해선 그 시작을 4번에 누굴 세울 지를 정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히메네스와의 재계약 여부도 이 문제와 연관이 있다.

잦은 부상으로 올해 기대치에 부족했던 이병규(7번) 기대주 최승준, 베테랑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에게 내년 시즌에도 큰 기대를 거는 건 리스크가 있는 도박이다. 그렇다고 당장 이 선수들을 전부 뒷전으로 물릴 수도 없다.

따라서 최근 출전 기회를 많이 잡고 있는 서상우 양석환, '이적생' 임 훈, 내야 수비의 핵 오지환, 포수 유강남 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삼성 구자욱 박해민, 넥센 김하성 고종욱 처럼 강한 임팩트를 주지 못할 경우 LG 야수진의 세대교체는 탄력을 받기가 어렵다.

양상문 감독은 최근 경기를 통해 내년에 쓸 선수들을 경기에 투입, 몇 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리빌딩은 잡음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가장 건설적인 리빌딩은 선수들간의 경쟁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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