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엄청난 거액을 주고 영입한 에스밀 로저스(30)는 마치 슈퍼카같다. 페라리나 마세라티, 벤틀리 등 해외 슈퍼카는 사실 경제성을 따지는 대상은 아니다. 차값 자체도 수억원대에 달하고, 연비도 떨어진다. 그래서 사실 이런 차들은 유지비를 따져가면서 몰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대신 비싼만큼 엄청난 퍼포먼스를 해낸다. 도로 위에서 최강의 위력을 발휘한다. 로저스도 그런 식이다. 엄청난 몸값을 지불했다. 쉽게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몸값에 걸맞는 확실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한화는 '로저스 등판=승리'라는 공식을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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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KBO리그 한화와 KIA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선발 로저스가 KIA 양현종과 선발 맞대결에서 3대0 승리하며 완봉승을 거뒀다. 경기 종료 후 환호하고 있는 로저스. 광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8.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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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앞으로 로저스가 나오는 경기는 사실 몇 번 되지 않는다. 한화가 31경기(24일 기준)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로저스는 계산상 약 7번 정도 더 나올 수 있다. 이게 뜻하는 바는 로저스가 나오지 않는 24~25경기의 내용이 앞으로 한화의 5위 싸움에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화에 지금 정말 필요한 건 '로저스 등판=승리' 공식이 아닌 '로저스 없이도 이기는 법'이다.
우선적으로 다른 선발진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2~3선발진인 안영명과 탈보트가 확실히 승리를 챙겨줘야 한다. 어차피 남은 경기에서 전승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4~5선발진들까지 모두 이기는 패턴의 투구를 해주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로 볼때 포기할 건 포기해야 한다. 송창식은 상황에 따라 중간계투로도 나와야 하기 때문에 무리해서는 안된다. 송은범은 이제 기대를 걸기에는 너무 시간이 많이 지나버렸다. 신인 김민우는 간혹 스윙맨 역할을 해줄 때 자신감있는 피칭만 보여줘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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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8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투수 안영명이 롯데타선을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8.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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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2~3선발인 안영명과 탈보트 만이라도 승리를 이끌어주면 한화의 5위 싸움은 훨씬 유리해질 수 있다. 이들 역시 5~6번 정도 더 나온다고 했을 때 5할 승률만 만들어주면 된다. 안영명과 탈보트가 7승 정도만 더 합작해준다면 한화가 다시 5할 고지를 되찾는 데 큰 힘이 된다. 그리고 5할 승률을 하면 5위 전쟁에서도 유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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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탈보트와 NC 이태양이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한화 탈보트가 7회 투구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며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대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8.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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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최근 안영명과 탈보트의 구위는 나쁘지 않다. 안영명은 21일 대전 kt전에서 무려 8이닝을 버텨내며 승리를 따냈다. 구위가 낮게 제구되고 있는 게 최대 강점. 김성근 감독은 "밸런스가 좋아지면서 공이 낮게 들어오고 있다. 아마 지금 가장 좋은 페이스가 아닌가 싶다"며 "안영명이 앞으로의 키"라고 했다.
탈보트도 2군에서 돌아온 후에는 많은 이닝을 버텨주고 있다. 복귀 후 2경기에서 평균적으로 6회 이상 마운드를 지켜줬다. 18일 대전 NC전에서는 7⅓이닝, 23일 광주 KIA전에서는 5⅔이닝을 버텼다. 승리를 따내진 못했지만, 현재 불펜이 지친 한화로서는 이런 탈보트의 역투는 상당한 호재다. 이런 페이스가 계속 유지될 필요가 있다. 결국 로저스보다 안영명과 탈보트의 호투가 어떤 면에서는 한화 5위 탈환의 핵심 요소라고도 보여진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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