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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잠실이었다. 두산이 11회 연장 혈투 끝에 LG를 제압했다. 전날 패배를 설욕하는 복수혈전이었다.
이후 0의 행진이 이어졌다. 양팀 선발 류제국(LG)과 허준혁(두산)은 호투에 호투를 거듭했다.
류제국은 7회까지 1점만을 내준 채 버텼다. 허준혁 역시 7회까지 무실점을 기록했다.
희생번트에 의한 1사 2루. 손주인이 우전안타를 터뜨리며 동점을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LG는 9회말 끝내기 찬스를 잡았다. 1사 이후 히메네스가 안타를 터뜨렸다 양석환의 빗맞은 타구가 우익수와 2루수 중간에 떨어지는 절묘한 안타가 됐다. 타구가 우선상으로 흐르면서 1사 2, 3루.
최은성이 우익수 앞 안타를 터뜨렸다. 하지만 3루 주자 히메네스는 들어오지 못했다. 잘 맞은 타구가 두산 우익수 민병헌의 슬라이딩 캐치에 잡힐 뻔했다. 때문에 히메네스는 3루 태그업을 시도했지만, 발이 미끄러지면서 결국 홈에 들어오지 못했다. 1사 만루.
하지만 정성훈이 친 타구가 두산 유격수 김재호의 호수비에 걸리면서, 병살로 연결됐다. 결국 연장전.
LG는 10회말에도 찬스를 잡았다. 유강남의 빗맞은 타구가 또 다시 유격수와 좌익수 사이에 떨어졌다. 두산 좌익수 김현수가 제대로 포구하지 못한 사이 유강남은 전력질주, 2루 베이스에 안착했다.
LG는 9번 박지규에게 희생번트 사인을 냈다. 하지만 번트 타구가 뜨면서 3루수 허경민에게 그대로 잡혔다. 1사 2루.
이때 두산 중간계투 함덕주의 원바운드 공을 포수 최재훈이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다. 대주자 안익훈은 그대로 3루를 훔쳤다. 잠실 혈투를 끝낼 수 있는 두번째 기회.
그러나 문선재는 삼진 아웃. 오지환은 9구째까지 가는 풀카운트 접전 끝에 높은 패스트볼에 그대로 배트가 돌아갔다.
분위기가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흐름에 민감한 야구. 두 차례의 위기를 극복한 두산은 심리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빌미를 LG가 제공했다. 1사 이후 고영민과 홍성흔이 연속 볼넷을 골라냈다. 결국 LG는 이동현을 임정우로 투수를 교체했다. 임정우는 최주환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다. 순식간에 1사 만루의 위기에 빠졌다.
다음 타자는 김재호. 9회 무사 1루 상황에서 번트 앤 슬래시, 2루수 뜬 공을 치면서 병살타를 기록했다. 이날 4타수 무안타.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1B 2S 상황에서 외야로 타구를 보냈다.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치면서 천금같은 타점을 올렸다. 3루 주자 고영민이 홈을 밟으면서 드디어 두산이 2-1로 역전했다.
이전 상황까지 두 차례의 텍사스 안타가 터졌던 LG. 김재호의 타구는 얕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행운이 두산에게 따랐다. 어깨가 강하지 않은 LG 좌익수 박용택이 잡았고, 유격수 오지환을 거쳐 홈으로 송구했지만, 고영민이 더 빨랐다. 두 차례 위기를 극복한 두산의 상승세와 LG의 외야 약점이 결합된 결과물이었다.
10회 마운드에 올라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한 함덕주는 11회 선두 타자 박용택을 삼진, 히메네스를 2루수 앞 땅볼로 처리했다. 하지만 양석환과 채은성을 모두 볼넷으로 내보냈다. 2사 1, 2루. 타석에는 정성훈. 그런데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LG는 더블 스틸을 시도했다. 두산 배터리는 순간적으로 피치아웃을 했고, 1루 주자 채은성이 두산 포수 최재훈의 정확한 송구에 2루에서 아웃됐다. 결국 두산의 반전은 극적으로 마무리됐다.
함덕주는 2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반전을 이끈 승리투수가 됐다.
두산은 그동안 뼈아픈 역전패가 많았다. 뒷심 부족 때문이었다. 3연패에 빠진 두산은 이날 의미있는 승리를 했다. 주도권이 LG로 넘어간 상황에서 절체절명의 두 차례 위기를 극복, 연패를 끊었다. 최근 주전들의 부상이 많은 두산 입장에서는 반격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1승. 게다가 그동안 반복했던 역전패의 패턴을 극복했다는 깊은 의미가 있었다. 완벽한 두산의 반전이었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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