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데뷔하자마자 완투승과 완봉승을 연거푸 달성하며 KBO리그를 평정하고 있는 한화 이글스의 새 외국인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30)가 고향인 도미니카 공화국의 '야구영웅'이자 지난 7월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44)와의 특별한 인연을 밝혔다. 사실상 지금의 로저스를 만든 '스승'은 바로 마르티네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저스의 마음 속에서 마르티네스는 '고향의 영웅'이자 '영원한 롤모델',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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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와 한화의 2015 KBO 리그 경기가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한화가 kt에 4대0으로 승리했다. 완봉승을 거둔 한화 로저스가 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8.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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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스는 12일 수원 kt전에 앞서 취재진과 미니인터뷰를 가졌다. 전날 수원 kt전에서 9이닝 3안타 3볼넷 7삼진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따내며 KBO리그 역대 최초로 '데뷔 후 2연속 완투승' 기록을 세웠지만, 로저스의 표정은 담담했다. 전날 대기록을 세운 흥분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에이스의 위엄이 배어나왔다.
인터뷰에서 로저스는 KBO리그 타자들을 상대한 소감과 호투의 비결, 메이저리그 때의 경험 등에 대해 간단히 털어놨다. 그런 와중에 자연스럽게 마르티네스와의 인연이 소개됐다. 사실 도미니카 출신 투수들이라면 누구나 마르티네스에 대한 존경심이 마음속에 심어져 있게 마련. 메이저리그에서는 왜소한 1m80, 87㎏의 체격으로 리그 최고 투수의 반열에 오르며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된 전설적 투수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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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뉴욕 메츠 소속이던 지난 2005년 5월8일(한국시각)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역투하는 모습. 밀워키(미국 위스콘신주)=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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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티네스가 빅리그에 등장한 이후 도미니카 야구 소년들의 마음속에는 '나도 마르티네스처럼 메이저리그 정상에 우뚝 서겠다'는 다짐이 빠짐없이 들어찼다. 로저스도 예외가 아니다. 1985년생인 로저스는 마르티네스가 처음으로 사이영상을 수상한 1997년에 불과 12세였다. 막 야구를 시작한 어린 로저스의 마음에 '야구의 불씨'를 당긴 인물이 마르티네스였다는 걸 자연스럽게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로저스는 실제로 마르티네스와 함께 야구를 했고, 그로부터 기술적인 포인트와 마음가짐 등을 사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로저스는 "도미니칸 윈터리그에서 뛰었을 때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같은 팀에 와서 뛴 적이 있다. 당시 그는 후배들이 야구를 가르쳐달라고 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곤 했다. 나 외에 많은 동료들이 마르티네스에게서 기술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을 배웠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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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와 한화의 2015 KBO 리그 경기가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투수 로저스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8.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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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스는 구체적인 시기와 팀 이름을 밝히진 않았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보면 마르티네스의 현역 생활 말년이던 2009~2010년 사이로 추정된다. 당시 로저스는 입단 4~5년차로 콜로라도 산하 마이너리그 더블A와 트리플A를 오가던 시기다. 메이저리그 입성을 위해 매진하던 20대 초반의 로저스가 '대영웅' 마르티네스와의 만남을 계기로 많은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마르티네스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역시 마운드에서의 마음가짐이었다. 로저스는 "무엇보다 마운드 위에서 정서적으로 편안하게 임하는 것을 배웠다. 그는 늘 자신감이 넘쳤다"면서 "더불어 어린 시절부터 그의 투구 영상을 많이 찾아보면서 투구폼 등의 기술적인 영향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런 로저스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마르티네스의 빼어난 구종 중에서 한 가지만 가져올 수 있다면 무엇을 택하겠는가". 질문을 받은 로저스는 망설임없이 말했다. "수많은 장점과 구종이 있지만, 내가 지금도 가장 닮고 싶은 것은 '강심장'이다. 그는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늘 마운드에서 거구의 상대 타자를 압도했다. 구종보다는 그런 모습을 배우고 싶다." 지금도 로저스에게 마르티네스는 영원히 닮고싶은 '영웅'이자 '롤모델', 그리고 '스승'임이 확실하다.
수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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