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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까지 바꾸며 절박하게 시즌을 준비한 한 선수가 있다. 하지만 예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는게 없는 듯 했다. 자주 오지 않는 선발 출전 기회. 기껏해야 대수비나 대주자 역할이 다였다. 약한 타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선수가 최근 바닥까지 떨어진 롯데 자이언치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문제라던 방망이가 매우 뜨겁다. 롯데의 주전 중견수로 거듭난 이우민의 스토리다. 롯데가 또 한 명의 개명 스타를 탄생시킬 수 있을까.
아직 이우민이라는 이름이 어색하다. 그동안 성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지만 이승화는 롯데팬들이 좋아하는 스타 중 한 명이었다. 2001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에 롯데의 지명을 받아 14년동안 롯데에서만 뛰어왔다. 매 시즌 전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많은 이름이 나오는 선수가 이승화였다. 롯데를 지휘하는 감독마다 "올해는 이승화가 잠재력을 폭발시킬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시즌 초반 타격 부진 속에 1군에서 사라지는 시즌이 반복되고 말았다. 매 시즌 부상도 발목을 잡았다. 2007년 75경기 출전, 3할1리를 기록했던 시즌이 돌아오기만을 바라다 벌써 프로 15년차가 됐다.
그를 지켜보는 주변이 애탔겠지만, 정말 속상했던 건 선수 본인. 올시즌 전에는 마지막 야구 인생이라는 각오로 이름까지 바꾸는 모험을 강행했다. 이름을 바꾼 이유는 오직 하나다. 야구를 잘 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바람에서였다. 롯데에는 손아섭이라는 개명 스타가 있다. 손광민에서 손아섭으로 이름을 바꾼 후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타자로 성장했다. 박종윤, 문규현 등도 이름을 바꾸고 1군 무대에 정착했다.
그러던 사이 이우민에게 기회가 왔다. 물론, 선배 입장에서 가슴 아픈 기회다. 7월 첫번째 날 후배 김민하가 손 골절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그렇게 1군에 자리가 생겼다. 그리고 김문호마저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그렇게 어렵게 잡은 기회를 이우민이 놓치지 않고 있다. 8월 뜨거운 방망이로 이제 롯데 외야는 아두치-이우민-손아섭 체제가 공고해지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최근 이우민의 스윙에서 자신감이 엿보인다"며 기뻐했다. 선수 입장에서 한 타석에서 못쳐도 다음 타석에서 치면 된다는 마음이 몸에 힘을 빼주고 더 좋은 타격이 되게 한다. 백업에서 주전으로 도약하는 선수들이 모두 거치는 심리적 압박감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이름을 바꾼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듯 했는데, 뒤늦게 찾아왔다. 이우민에게는 어쩌면 야구 인생 많이 남지 않은 기회일 수 있다. 이우민이 이번 계기를 통해 롯데의 확실한 주전 외야수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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