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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개명 효과 이우민, 롯데의 위안거리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08-12 08:23


2015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8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롯데 이우민이 7회초 무사 선두타자로 나와 좌중월 솔로 홈런을 치고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8.08/

이름까지 바꾸며 절박하게 시즌을 준비한 한 선수가 있다. 하지만 예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는게 없는 듯 했다. 자주 오지 않는 선발 출전 기회. 기껏해야 대수비나 대주자 역할이 다였다. 약한 타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선수가 최근 바닥까지 떨어진 롯데 자이언치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문제라던 방망이가 매우 뜨겁다. 롯데의 주전 중견수로 거듭난 이우민의 스토리다. 롯데가 또 한 명의 개명 스타를 탄생시킬 수 있을까.

롯데 자이언츠 이종운 감독은 "최근 팀 성적은 조금 저조하지만, 이우민이 잘해주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8월 들어 치른 10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때려냈다. 특히 지난 6일 NC 다이노스전부터는 완벽히 타격감을 잡은 모습. NC 2연전 홈런 1개 포함, 연속 2안타 경기를 했다. 그러더니 8, 9일 한화 이글스전에는 또 홈런 1개 포함, 연속 3안타를 쳐내며 불방망이를 과시했다. 팀이 아쉽게 2경기 모두 역전패를 당한 것이 천추의 한이었다. 11일 SK 와이번스전에서도 안타를 추가했다. 안타수는 줄었지만 팀이 4연패를 끊었기에 1개의 안타라도 가치가 있었다.

리그 최고의 중견수 수비는 여전하다. 탁월한 타구 판단 능력이 발군이다. 어깨도 강하다. 덕분에 짐 아두치가 좌익수로 이동하며 수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타격에 더욱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수준급 수비에 타격까지 더해지니 롯데의 하위 타선이 더욱 단단해지는 느낌이다.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이 2006년 2홈런이고 통산 홈런수 6개였는데, 지난주 2개의 홈런을 몰아쳤고 시즌 홈런수가 벌써 4개다.

아직 이우민이라는 이름이 어색하다. 그동안 성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지만 이승화는 롯데팬들이 좋아하는 스타 중 한 명이었다. 2001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에 롯데의 지명을 받아 14년동안 롯데에서만 뛰어왔다. 매 시즌 전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많은 이름이 나오는 선수가 이승화였다. 롯데를 지휘하는 감독마다 "올해는 이승화가 잠재력을 폭발시킬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시즌 초반 타격 부진 속에 1군에서 사라지는 시즌이 반복되고 말았다. 매 시즌 부상도 발목을 잡았다. 2007년 75경기 출전, 3할1리를 기록했던 시즌이 돌아오기만을 바라다 벌써 프로 15년차가 됐다.

그를 지켜보는 주변이 애탔겠지만, 정말 속상했던 건 선수 본인. 올시즌 전에는 마지막 야구 인생이라는 각오로 이름까지 바꾸는 모험을 강행했다. 이름을 바꾼 이유는 오직 하나다. 야구를 잘 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바람에서였다. 롯데에는 손아섭이라는 개명 스타가 있다. 손광민에서 손아섭으로 이름을 바꾼 후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타자로 성장했다. 박종윤, 문규현 등도 이름을 바꾸고 1군 무대에 정착했다.

하지만 전반기에는 이름을 바꾼 효과를 보지 못하는 듯 했다. kt 위즈와의 개막 2연전 엔트리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경기 후반 교체 출전이 다였다. 그리고 4월 4경기, 5월 3경기, 6월 4경기 출전이 다였다. 그 사이 롯데 외야는 김문화 잠재력을 대폭발시키고 있었고, 김민하도 출전 기회를 보장받았다.

그러던 사이 이우민에게 기회가 왔다. 물론, 선배 입장에서 가슴 아픈 기회다. 7월 첫번째 날 후배 김민하가 손 골절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그렇게 1군에 자리가 생겼다. 그리고 김문호마저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그렇게 어렵게 잡은 기회를 이우민이 놓치지 않고 있다. 8월 뜨거운 방망이로 이제 롯데 외야는 아두치-이우민-손아섭 체제가 공고해지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최근 이우민의 스윙에서 자신감이 엿보인다"며 기뻐했다. 선수 입장에서 한 타석에서 못쳐도 다음 타석에서 치면 된다는 마음이 몸에 힘을 빼주고 더 좋은 타격이 되게 한다. 백업에서 주전으로 도약하는 선수들이 모두 거치는 심리적 압박감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이름을 바꾼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듯 했는데, 뒤늦게 찾아왔다. 이우민에게는 어쩌면 야구 인생 많이 남지 않은 기회일 수 있다. 이우민이 이번 계기를 통해 롯데의 확실한 주전 외야수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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