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잘 나가던 넥센, 뼈 아픈 원조 마당쇠 마정길의 부상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5-08-05 06:49


2015 KBO리그 넥센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16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렸다. 넥센 마무리 투수 마정길이 9-1로 앞서던 9회초 롯데타선을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
목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6,16/

0승 0패 0홀드 0세이브.

넥센 마정길(36)은 그런 존재다. 승수와 패수는 물론, 세이브와 홀드 개수가 주목받은 현대 야구에서 개인 성적이 볼품 없는 베테랑 투수다. 5일까지 그의 성적은 34경기에서 4.58의 평균자책점.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 나와 35⅓이닝을 던졌다. 평균 1이닝씩, 경기 당 17개의 공을 던지며 추격조, 롱릴리프 역할을 맡았다.

팀이 크게 이기고 있을 때 등판하는 건 그나마 낫다. 완패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건 죽을 맛일 게다. 성급한 팬들은 일찌감치 경기장을 빠져 나가고 없는 상황이다. 선수들은 퇴근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 시점이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그런 마정길에 대해 "시즌 초 조금 안 좋았지만, 지금은 팀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마)정길이 같은 투수가 있어서 마운드 운용이 된다"며 "솔직히 (마)정길이가 더 잘해줬으면 하는 게 감독의 바람이자 욕심"이라고 했다.

넥센 팬들도 마정길을 논하며 "있을 때는 모르지만, 없을 때 빈자리가 상당히 큰 선수"라는 표현을 쓴다. 팀이 크게 앞선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이닝을 책임져 주고, 기울어 진 경기도 되도록 빨리 끝내주는 투수란 의미다. 통상 젊은 투수들은 기복이 심해 5점 차 이상 리드하고 있어도 잇따라 실점을 한다. 상대가 백기를 들고 백업 선수를 투입했지만 스스로 무너지는 셈이다. 그러면 쉬고 있던 필승조가 몸을 풀어야 한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감독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하지만 마정길이 등판하면 이와 같은 기분 나쁜 시나리오가 완성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0홀드, 0세이브 투수가 갖고 있는 가치다.

그런데 남은 시즌 마정길을 사실상 볼 수 없게 됐다. 오른 엄지가 골절돼 2개월 간 재활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4일 목동 KIA전에 7회 2사 후 팀의 2번째 투수로 등판해 ⅔이닝 1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부상 장면은 8회 나왔는데 오준혁의 타구에 오른 엄지를 맞았다. 고통을 호소한 그는 곧장 이대목동병원에서 검진을 받았고 부러졌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올해를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 두 아이의 아빠에겐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넥센 관계자는 "뼈가 붇고 다시 공을 던지기까지는 최소 2개월 정도가 필요할 것 같다. 너무 안타깝다"고 밝혔다.

당장 염경엽 감독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같은 위치에서 마정길처럼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 줄 투수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강점은 꾸준함이다. 야구 선수론 그리 크지 않는 177㎝의 키에도 남들에 비해 훈련을 두 배, 세 배로 하는 독기도 있다. 그 역시 최근 500경기 출전을 달성한 뒤 "과도하다고 할 정도로 훈련에 매진했다. 웨이트트레이닝 등을 절대 빼먹지 않았다"며 "같은 팀에 있는 송신영(38) 선배처럼 더 롱런하고 싶다"는 목표를 드러내기도 했다.

흔히 감독들은 "지는 경기도 잘 져야 한다"는 말을 한다. 끌려가는 경기에서 등판한 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감독들은 "크게 이기고 있을 때 누굴 내보낼 지도 고민"이라는 말도 흔히 한다. 필승 계투조를 쓰자니 아깝고, 아끼자니 불안하다는 의미다. 넥센은 그런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주던 투수가 사라졌다. '원조 마당쇠'로 불리며 묵묵히 제 역할을 하던 고참 투수의 공백은 꽤나 크게 느껴진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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