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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승 0패 0홀드 0세이브.
넥센 팬들도 마정길을 논하며 "있을 때는 모르지만, 없을 때 빈자리가 상당히 큰 선수"라는 표현을 쓴다. 팀이 크게 앞선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이닝을 책임져 주고, 기울어 진 경기도 되도록 빨리 끝내주는 투수란 의미다. 통상 젊은 투수들은 기복이 심해 5점 차 이상 리드하고 있어도 잇따라 실점을 한다. 상대가 백기를 들고 백업 선수를 투입했지만 스스로 무너지는 셈이다. 그러면 쉬고 있던 필승조가 몸을 풀어야 한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감독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하지만 마정길이 등판하면 이와 같은 기분 나쁜 시나리오가 완성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0홀드, 0세이브 투수가 갖고 있는 가치다.
그런데 남은 시즌 마정길을 사실상 볼 수 없게 됐다. 오른 엄지가 골절돼 2개월 간 재활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4일 목동 KIA전에 7회 2사 후 팀의 2번째 투수로 등판해 ⅔이닝 1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부상 장면은 8회 나왔는데 오준혁의 타구에 오른 엄지를 맞았다. 고통을 호소한 그는 곧장 이대목동병원에서 검진을 받았고 부러졌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올해를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 두 아이의 아빠에겐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넥센 관계자는 "뼈가 붇고 다시 공을 던지기까지는 최소 2개월 정도가 필요할 것 같다. 너무 안타깝다"고 밝혔다.
흔히 감독들은 "지는 경기도 잘 져야 한다"는 말을 한다. 끌려가는 경기에서 등판한 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감독들은 "크게 이기고 있을 때 누굴 내보낼 지도 고민"이라는 말도 흔히 한다. 필승 계투조를 쓰자니 아깝고, 아끼자니 불안하다는 의미다. 넥센은 그런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주던 투수가 사라졌다. '원조 마당쇠'로 불리며 묵묵히 제 역할을 하던 고참 투수의 공백은 꽤나 크게 느껴진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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