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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탑의 색깔에 따라 '캐릭터'가 달라지는 타순은 2번이다.
그러나 김강민은 지난 3월 19일 kt 위즈와의 시범경기에서 도루를 시도하다 왼쪽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전치 8주의 진단을 받은 김강민의 이탈로 김 감독의 라인업 구상은 흐트러지게 됐다. 박계현 조동화 박재상 김성현 등이 2번 타순을 맡았다. 붙박이는 없었다. 김 감독은 상대팀 선발투수 등 상황에 따라 2번타자를 기용했다.
그러다 지난 5월30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부터 김강민이 출전할 수 있게 되자 그를 2번타자로 내세웠다. 하지만 김강민은 첫 두 경기서 2번타자로 나선 뒤 곧바로 6번으로 내려갔다. 최 정 등 부상 선수가 속출하고 라인업 자체가 짜임새를 보이지 않자 김 감독은 다양한 라인업을 들고 나갔다. 이때도 붙박이 2번타자는 없었다. 후반기 들어서는 조동화가 주로 2번으로 나섰지만, 브라운이 톱타자로 나가면서 이명기가 2번을 대신하기도 했다.
박정권 본인도 "2번이 딱 내 자리인 것 같다"며 만족하고 있다. 사실 박정권은 그동안 타격감이 들쭉날쭉했다. 이 때문에 올시즌 두 차례나 2군을 다녀왔다. 지난 4월말 열흘 동안 1군서 제외된 박정권은 돌아온 뒤에도 타격감을 찾지 못했다. 두 번째로 2군으로 내려가기 전인 7월 4일까지 시즌 타율 2할6푼1리를 기록한 박정권은 후반기 시작과 함께 1군에 복귀했지만 타격감은 썩 좋아지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달 30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2안타를 치면서부터 감을 찾기 시작했다. 이후 5경기 연속 2안타 행진을 벌였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찾은 게 타격감 회복의 원동력이다. 박정권은 올시즌 후 FA가 된다. 전반기 동안 압박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김 감독은 "심리적으로 뭔가 쫓기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마음을 편하게 먹고 자신감을 되찾은 것 같다"고 했다.
팬들은 박정권을 향해 '가을 남자'라고 한다. 전반기 내내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후반기, 특히 포스트시즌서 맹활약을 펼치기 때문인데, 올시즌에도 이 패턴은 반복되고 있다. SK는 후반기 들어 팀타율 3할1푼4리를 기록중이다. 박정권이 2번타자로 자리잡으면서 타선의 짜임새가 높아졌다. 박정권의 역할이 커졌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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