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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성근 감독은 분위기에 매우 민감하다. 특히, 투수교체 타이밍은 더욱 그렇다.
그런데 5회 2사 이후 배영수의 몸쪽 142㎞ 패스트볼이 정진호의 간결한 찍어치기에 걸렸다. 결국 우측 펜스를 넘어가는 솔로홈런이 됐다. 배영수의 실투라기 보다는 정진호의 간결한 타격이 그만큼 빛났던 순간.
곧바로 김재호가 1B 상태에서 배영수의 바깥쪽 가운데 몰리는 패스트볼을 그대로 걷어올렸다. 백투백 홈런이었다. 그리고 후속타자 박건우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경기 전 한화 벤치는 3~4점 싸움으로 예상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상대 투수는 두산 에이스 유희관. 쉽게 무너지지 않는 유형의 투수.
1회 한화는 김경언의 적시타로 1-0으로 앞서나가고 있었다. 3회 선두타자 이용규가 중전안타로 출루하자 곧바로 희생번트를 댔다. 추가점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는 의미.
결국 배영수는 백투백 홈런을 허용했고, 한화는 1-2로 역전당했다. 아직 많은 이닝이 남았고, 한화이 반격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추가점을 내줄 경우 분위기 자체가 두산 쪽으로 완전히 이동한다. 이런 무드를 원천차단하기 위해 68개의 투구수밖에 기록하지 않은 배영수 대신 송창식을 마운드에 올렸다.
두산 타선의 집중력은 예상 이상이었다. 허경민이 좌중월 적시 2루타를 터뜨렸다. 송창식 카드가 사실상 실패하는 순간. 김현수의 볼넷과 함께 로메로의 적시 2루타가 터졌다.
4-1로 두산의 리드. 하지만 두산의 약한 중간계투진과 한화 타선의 중량감을 고려하면 여전히 추격은 가능했다.
양의지를 사실상 고의4구로 내보냈다. 이 부분이 중요했다. 결과론일 수 있지만, 어려운 승부, 신중한 선택이 필요했다. 송창식은 초구 패스트볼을 택했다. 하지만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가운데로 몰렸고, 결국 오재일이 그대로 통타, 2타점 적시타로 연결됐다. 스코어는 6-1. 사실상 여기에서 한화의 모든 계산은 완전히 일그러졌다. 결국 사실상 승부는 결정됐다.
실망한 김성근 감독은 안일한 대처에 배터리를 모두 교체했다. 결국 포수 조인성은 정범모, 투수 송창식은 김범수로 물갈이가 됐다.
올 시즌 한화는 너무나 잘 싸우고 있지만, 여전히 김 감독이 추구하는 세밀한 야구를 실현시키기는 2% 부족한 면들이 많다. 특히 승부처에서 실점 확률을 낮추는 능수능란한 대처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김성근 감독은 이런 약점에 대해 "팀의 역량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확실히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한화 선수단은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권 혁 박정진의 '혹사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결국 한화가 5강 싸움을 하기 위해서는 좀 더 믿을 만한 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그런 카드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팀 승리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부하가 걸릴 수 밖에 없다. 결국 끊이지 않는 '혹사 논란'는 한화의 딜레마를 대표적으로 나타내주는 단적인 예다.
2사 이후 경기를 단숨에 뒤집는 두산 타선의 집중력과 폭발력은 확실히 인상적이었다. 2사 이후 타자 일순 하면서 5안타 4볼넷 6득점. 하지만 승부처를 넘지 못한 한화의 세밀한 야구가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두산은 별다른 어려움없이 8대3으로 승리했다. 승부처에서 무너진 한화는 이후 반격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런 한화의 현실적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갈까. 5강 싸움을 위한 한화의 숙제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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