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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홈런 노린다. '넥벤져스' 스윙은 무엇이 다를까.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5-07-28 12:41


넥센 김민성. 스포츠조선 DB

넥센은 올해도 화끈한 공격 야구의 팀이다. 40홈런을 치는 거포 유격수 강정호가 없지만 실투를 대포로 연결하는 야수들이 여럿이다. 27일 현재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 중인 타자만 5명이다. 박병호(30개)를 필두로 유한준(18개) 김하성(13개) 스나이더(11개) 윤석민(10개)이 홈런쇼에 앞장 섰다. 김민성과 박동원도 9개씩, 이택근마저 8개로 10홈런 고지가 눈앞이다. 89경기에서 127홈런을 쌓은 넥센 타선은 산술적으로 144경기에서 205홈런이 가능하다. 삼성(1999년·2003년) 해태(1999년) 현대(2000년)에 이어 역대 5번째로 팀 200홈런을 넘어설 페이스다.

혹자는 목동 구장을 홈으로 쓰는 넥센의 홈런 숫자를 폄하한다. 타 구장이면 워닝트랙에서 잡힐 타구가 목동에서는 넘어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윙 자체가 기본적으로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선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모든 선수들의 방망이가 뒤에서 짧게 나온다. 힘이 좋기 때문에 굳이 테이크백을 크게 하지 않아도 타구를 멀리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양승호 전 롯데 감독은 "과거 국내 야구가 타구를 정확히 때려 상대 수비의 실책을 유도하는 지도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타구를 강하고 멀리 때려 담장을 넘기는 방식으로 변했다. 그런 부분에서 넥센이 가장 앞장 서 있다"고 밝혔다.

◇타격의 세 가지 원칙, 결론은 돌고 돌아 기본기

양 전 감독의 말대로 공을 멀리 보내고 싶은 것은 모든 타자들의 꿈이다. 사상 최초의 200안타를 기록한 서건창(넥센)도 "기존의 폼으로는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고 타구도 생각만큼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타격폼 변신을 꾀했다. 그렇다면 박병호, 스나이더가 아닌 김하성, 박동원, 박헌도 등과 같이 홈런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타자들도 담장을 넘기는 비결은 무엇일까. 다른 팀 하위 타선은 리그에서 가장 작다는 목동 구장을 넘기지 못하는데, 이들은 어떻게 공을 띄우고 있을까.

크게 세 가지다. ▲인 앤 아웃 스윙 ▲헤드 업 방지 ▲다운 앤 업 스윙 이다. 사실 이는 사회인 야구 코치들이 회원들에게 강조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기도 한데, 정확히 따르느냐 아니냐에 따라 타구 질에서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낸다.

인 앤 아웃 스윙은 오른손 타자의 경우 오른 팔꿈치를 끝까지 몸에서 붙이고 나오라는 의미다. 모든 구단의 타격 코치가 선수들을 붙잡고 매번 강조하는 원칙이다. 팔꿈치가 벌어지면 스윙이 퍼져 나오고 타구도 멀리 보낼 수 없다. 몸쪽 공 대처가 특히 어렵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올해 엄청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유한준에 대해서도 "인 앤 아웃 스윙이 되면서 확실히 눈에 타격을 떴다"고 했다. 아울러 "팔꿈치가 붙어 나오면, 타이밍이 조금 늦어도 공을 밀어서 제대로 때릴 수 있다. 흔히 타구 질이 좋다는 것은 인 앤 아웃 스윙을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넥센 코치들이 신인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두 번째 원칙은 '헤드 업'이다. 머리가 들리면 우타자의 경우 왼쪽 어깨가 일찍 열려 변화구에 대처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헤드 업은 예상치 못한 변화구 들어왔거나, 과하게 몸이 들어갈 경우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은 차치하고, 염 감독은 "머리가 고정 돼야 자신의 힘을 오롯이 쓸 수 있다. 골프 스윙과 타격의 메커니즘은 아주 흡사한데, 골프에서도 입문자를 가르칠 때 공을 보지도 말고 머리를 고정하라고 강조한다"고 밝혔다.


세 번째, 다운 앤 업 스윙은 10개 구단 중 넥센 타자들에게 유독 도드라지게 관찰되는 부분이다. 김선우 위원이 말한 '뒷 스윙은 짧고 앞 스윙은 큰' 타격 방식이다. 타격은 방망이 끝 부분인 노브가 먼저 몸 앞으로 나오고 뒤따라 헤드가 돌아 나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때 스위트 스팟에 얼마나 잘 맞히느냐에 따라 타구의 질이 결정된다. 여기서 '다운 앤 업'의 기술이 중요하다. 방망이를 히팅 포인트까지 끌고 나오기 전 까지는 '찍어 내려 친다'는 느낌으로 짧게, 공을 맞힌 뒤에는 '퍼 올린다'는 느낌으로 방망이를 크게 돌린다. 염 감독도 "앞에서(공을 때리기 직전까지의 과정) 잘 만들어 놓으면 뒤는 커 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넥센 박헌도. 스포츠조선 DB
◇김민성과 박헌도의 타격 폼이 판박이 이유

이러한 세 가지 원칙을 준수하면서 넥센 타자들은 일부 비슷한 타격폼을 갖게 됐다. 대표적으로 김민성과 박헌도가 그렇다. 선수마다 각자의 신체 조건과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동일한 폼을 공유하기란 불가능하지만, 이 둘은 홈런을 칠 때의 타격 과정과 피니쉬 동작이 마치 쌍둥이 같다. 염 감독도 "상당히 비슷한 폼"이라고 했다.

물론 선구안, 변화구 대처 능력, 볼카운트 싸움 능력 등에서 김민성이 우월하다. 박헌도가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김민성은 2013년부터 기량이 급상정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태극마크까지 달았고, 박헌도는 이제 막 '손 맛' 좀 보고 있는 타자다. 그럼에도 제대로 때렸을 때 담장을 넘기는 박헌도의 스윙은 투수에게 위압감을 심어줄 만 하다. 김하성, 박동원도 마찬가지다.

양준혁 MBC 스포츠해설위원은 "타격은 걸레를 짜는 행위"라고 했다. 공을 때려 임팩트를 가하는 순간, 방망이를 '짠다'는 느낌으로 손목을 틀어야 한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토니 그윈은 "(오른손 타자일 경우) 타격시 왼 손등이 최대한 오래 하늘을 보게 해야 한다"고 했다. 공을 맞히고 곧장 손목을 꺾는 게 아니라 충분히 뻗어줘야 한다는 의미다. 넥센 타자들은 이 부분도 최대한 지키려 한다. 홈런은 그래도 자주 나온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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