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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건 있었다. 하지만 풍성하진 않았다. 2% 부족했다.
1회 두산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선두타자 민병헌이 2루타를 때려냈다. 정수빈의 깊숙한 우익수 플라이에 민병헌은 3루로 향했다. 김현수가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쳤다. 깔끔한 선취점.
기본적으로 양현종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공이 대체로 높았다. 로메로의 좌전안타와 양의지의 우전안타가 이어졌다. 오재원이 좌익수 파울 플라이로 아웃됐다. 양현종에게 1회는 힘들었다.
결국 2-1 역전.
양현종은 맘 먹은대로 제구를 하지 못했다. 불안한 모습이 많았다. 결국 3회 위기를 맞았다. 선두타자 민병헌에게 다시 안타를 내준 양현종은 정수빈의 희생번트로 1사 2루의 핀치에 몰렸다. 김현수에게 볼넷을 내준 양현종은 로메로를 삼진 처리했다. 하지만 양의지에게 1B 이후 던진 2구째 140㎞ 패스트볼이 높게 형성됐다. 결국 양의지가 휘두른 타구가 좌측 펜스를 살짝 넘어갔다. 살짝 넘어간 홈런 타구가 아쉬웠던 부분. 하지만 기본적으로 공이 높았기 때문에 장타를 맞을 확률이 높았다.
유희관은 "1회에 들어가 보니까 나 뿐만 아니라 양현종 역시 많이 긴장한 것 같았다. 내 공 자체가 높았고, 결국 장타를 맞았다"고 했다.
유희관은 1회 실점한 뒤 빠르게 회복했다. 유희관-양의지 조합의 최대강점이 나오기 시작했다.
양의지는 의도적으로 커브의 비율을 높혔다.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제구가 불안한 유희관의 공으로 KIA 타선을 감당하긴 쉽지 않았다. 때문에 볼 배합의 변화로 상대 타선에 혼란을 주려는 목적.
또 하나는 유희관의 컨디션이었다. 양의지는 "감독님도 항상 주문하는 부분이지만, 제구가 불안할 때 커브를 던지면 투구 밸런스를 찾기가 쉬워진다. 그 공을 던지면서 유희관의 컨디션을 회복하게 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효과는 완벽했다. 2회부터 4회까지 단 1개의 안타만을 내주며 호투.
하지만 6회 위기가 왔다. 선두타자 김주찬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유희관은 "이날 홈런도 맞고 안타도 맞다보니까, 좀 더 완벽하게 던지려고 했던 것이 사구로 연결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브렛 필에게 중월 2루타. 정수빈의 절묘한 펜스 플레이가 없었다면, 1루 주자 김주찬은 충분히 홈에 들어올 수 있는 타구. 4-2, 2점 차에서 무사 2, 3루의 위기.
나지완에게 유희관은 3개의 싱커를 연속으로 던졌다. 결국 대비하고 있던 나지완은 중전 2타점 적시타를 쳤다. 아쉬웠던 선택이었다.
유희관은 "(양)의지의 사인대로 던졌다면 좋았을 텐데. 내가 고집을 부려 계속 싱커를 던졌다. 다음 경기에는 유념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양현종은 무너지지 않았다. 상, 하위타선이 고른 두산을 맞아 악전고투했다. 양현종은 4회부터 볼 배합을 바꾸기 시작했다. 역시 커브를 섞으면서 좋지 않은 제구력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7회 선두타자 김재호에게 가운데 몰린 공을 던진 뒤 좌중간 안타를 맞았다. 김재호는 무리하게 2루를 노리다, 김주찬의 정확한 송구에 2루에서 아웃됐다. 그러나 양현종은 여기까지였다.
양현종은 끝내 불안했던 제구력을 떨쳐내지 못했다. 물론 최악의 컨디션 가운데 6회까지 책임졌다는 부분은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유희관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두 선수는 '에이스의 풍모'가 있었다. 하지만 기록 상 두 선수의 맞대결은 2% 부족한 아쉬움이 있었다. '명품 투수전'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광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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