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KBO리그 KIA타이거즈와 롯데자이언츠의 21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롯데 타선을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광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4.21/
올시즌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 개막전에 선발 등판한 유일한 국내 투수. KIA 타이거즈의 좌완 에이스 양현종(27)은 시즌 개막에 앞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감독들이 가장 영입하고 싶은 투수로 꼽혔다.
지난해 16승을 거둔 양현종은 지난 겨울 해외진출을 놓고 우여곡절이 있었다. 구단 허락하에 해외진출이 가능했는데,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메이저리그행이 무산된 후 일본 프로야구 진출을 원했으나 구단 반대로 불발됐다.
심리적인 허탈감으로 인해 흔들릴 수도 있었지만 차분하게 마음을 정리하고 시즌을 준비했다. 지난 시즌 많은 투구 이닝(171⅓ 이닝)을 감안해 스프링캠프 기간에 불펜 피칭없이 어깨를 관리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양현종같은 에이스는 스스로 알아서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다"며 모든 훈련 일정을 일임했다. 더딘 투구 일정 때문에 개막전 선발 등판이 어려울 수 있다는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착실하게 몸을 만들고 컨디션을 끌어올린 양현종은 지난 28일 LG 트윈스와의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승리를 챙기지 못했지만 개막전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올시즌 5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1.95. 나무랄데 없는 성적이다. 32⅓이닝을 던져 피안타율이 2할5푼2리, 피홈런이 1개다. 선발로 나선 5경기 모두 6이닝 이상을 던졌고, 4차례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2015 KBO리그 KIA타이거즈와 롯데자이언츠의 21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IA 양현종이 롯데 4회초 무사 선두타자 최준석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있다. 광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4.21/
에이스의 역할도 확실했다. 2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7이닝 3안타 1실점을 기록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양현종의 호투 속에 KIA는 3대2로 이겨 홈 6연패, 최근 4연패의 수렁에서 빠져 나왔다. 볼넷을 5개나 내주고 몇차례 실점 위기를 맞았지만 꿋꿋하게 이겨냈다. 팀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양현종은 "6회에도 구속이 떨어지지 않았다. 코치님이 계속 던질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셔서 7회에도 계속 던지겠다고 했다. 내 승리보다 팀이 연패중이어서 어떻게든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이전 경기에 비해 구속이 떨어지고 제구력이 흔들렸는데도 노련하게 경기를 끌고갔다"고 했다. 불펜이 불안한 KIA에서는 선발 투수가 최대한 이닝을 끌어줘야 한다. 이런 면에서 양현종은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그렇다면 올시즌 양현종을 국내 최고 투수로 꼽을수 있을까. 고민을 하는 전문가들이 꽤 있을 것 같다.
양현종의 비교대상이 될 수 있는 투수가 삼성 라이온즈 윤성환(34)이다. 물론 스피드만 놓고 보면 양현종이 낫다. 시속 140km 중후반을 던지는데 21일 롯데전에서는 145km까지 찍혔다. 140km 정도인 윤성환보다 위력적이다. 그러나 투구 효율성을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양현종은 21일 롯데전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제구력을 더 가다듬어야 겠다"고 했다. 이날 경기까지 볼넷이 17개나 된다. 21일 경기에서도 3번이나 선두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2회초 실점도 연속 볼넷에서 비롯됐다.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하고 어렵게 경기를 끌어갔다. 다행히 위기에서 집중력을 쏟아내 잘 넘겼으나 불안했다.
8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KBO리그 삼성과 롯데의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삼성 윤성환과 롯데 이상화가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투구를 준비하고 있는 윤성환.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4.08
4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1.44를 기록한 윤성환은 25이닝 동안 볼넷이 딱 1개다. 21일 NC 다이노스전에 선발 등판한 윤성환은 7이닝을 볼넷없이 2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윤성환은 볼넷을 안 내주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고 했다. 그는 "사실 마운드에서 상대 타자와 싸우다보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돌아보면 볼넷을 적게 내준 시즌에 성적도 좋았다"고 했다.
9이닝당 볼넷이 윤성환이 0.36개, 양현종이 4.73개다.
투구 이닝이 적은데 삼진도 28개를 기록한 윤성환이 25개의 양현종에 앞선다. 힘으로 윽박지르지 않고 정교한 제구력을 앞세워 상대 타자의 허점을 파고든다. 이닝당 출루허용율(WHIP) 또한 윤성환(1.00)이 양현종(1.39)보다 낫다. 전체적으로 안정감있게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물론, 시즌 초반 기록에 따른 평가다. 21일 현재 윤성환과 양현종은 평균자책점 1~2위에 올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