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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타자 송광민', 야신은 왜 파격적 선택을 했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4-01 18:46


"놀랄 것 없다. 일년 내내 이렇게 갈거야."


13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KBO리그 시범경기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송광민이 2회 타석에서 내야땅볼을 치고 1루에 전력질주하고 있다.
대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3.13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73)의 선수 기용과 경기 운용법은 독특하다. '파격'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정도로 고정관념을 깨트릴 때가 많다. 하지만 김 감독의 관점에서는 별로 특별한 게 아니다. 경기에 이기는 것에만 집중하다보면 포지션이나 타순등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게 김 감독의 철학이다. '조직'을 위해서는 '나'를 버려야한다는 평소 지론이 담겨있다.

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15 KBO리그 홈개막전에도 이런 파격적인 운용법이 나타났다. 이날 김 감독은 어깨 통증 때문에 개막 엔트리에 빠졌던 송광민을 엔트리에 올리며 선발 출전명단에 넣었다. 포지션은 당연히 좌익수다. 그런데 타순이 상당히 의외다. 송광민은 1번 타자로 출전했다.

'1번타자'는 송광민과는 매우 거리가 먼 타순이었다. 2006년에 한화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 지난해까지 7시즌(군복무 2년 제외) 동안 486경기를 소화한 송광민이 선발 1번타자로 나온 것은 불과 17번 뿐이었다. 데뷔 3년차였던 2008년에 10차례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송광민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는 단 한 번도 선발 1번타자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김응룡 감독 체제에서 1번타자로 7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가장 최근 경기는 지난해 10월1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 이때 송광민은 3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도대체 왜 김 감독은 이처럼 낯선 타석에 송광민을 내보냈을까. 보통 1번타자로는 선구안이 좋고, 출루율이 뛰어나며 발이 빠른 선수를 내보낸다. 송광민은 장타력이 좋은 타자이긴 해도, 출루율이나 발이 빠른 타자는 아니다. 일반적인 '리드오프'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난해까지 1군 486경기 동안 겨우 17번만 1번타자로 선발 출전한 것이다.

그러나 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발이 느리지 않느냐는 지적에 "일단 (베이스에)나가야 뛸 수 있는 거 아니야?"라며 스피드는 1번 타자의 선택에서 우선순위의 조건이 아니라고 했다. 김 감독이 송광민을 파격적인 1번 타순에 배치한 이유는 바로 이날 두산 선발인 유희관 때문이었다.

데이터를 중요하게 여기는 김 감독이 선발 라인업을 구성하면서 보니 송광민이 지난해 유희관에게 강한 모습을 보였던 것. 실제로 송광민은 지난해 유희관에게 10타수 4안타(2루타 1개)로 강했다. 상대 타율이 4할에 이른다. 이는 한화에서 4타석 이상 유희관과 상대한 타자 중에서 김경언(4할)과 함께 가장 높은 수치다.

결국 팀 공격의 첨병으로 유희관에게 가장 강한 송광민을 낙점한 것. 마찬가지로 상대 타율이 좋은 김경언은 클린업 트리오의 머리인 3번 타자로 집어넣었다. 1번타자는 상대적으로 가장 많은 타석에서 유희관을 상대할 수 있다. 더불어 하위타선에서 기회가 만들어지면 이걸 득점으로 연결하는 역할도 해줘야 한다. 도저히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송광민이 가장 적합한 1번타자 감이었던 것.


김 감독은 "(이런 식의 선수기용은)별로 새삼스러울 게 없다. 앞으로 우리팀은 한 시즌 내내 이런 식으로 가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는 결국 고정관념이라는 틀을 깨트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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