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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5강 가능성, 야구인들 반신반의[익명서베이]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5-03-10 07:50


본지는 그동안 야구인들을 상대로 많은 설문조사를 했다. 그때마다 드는 의문은 이들이 말하는 것이 정말 솔직한 대답이었을까 였다. 학연이나 지연 등의 선후배 관계, 친분 등으로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답을 할수도 있지 않을까. 자신의 이름이 공개되면 상대가 곧바로 그 대답에 실망하거나 오해할 수도 있기에 소신껏 말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가끔 비보도를 전제로 솔직한 생각을 물어볼 때 비로소 속마음을 내보이는 야구인들.

그래서 설문 참가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는 '익명 서베이'를 시도했다. 야구계의 민감한 사안에 대해, 혹은 선수, 팀에 대한 평가를 솔직하게 할 수 있도록 설문 참가자의 소속이나 이름을 전혀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설문 조사를 하기로 했다. 혹시 신원이 유출되면 설문 참가자가 곤란할 수 있기 때문에 인터뷰를 진행한 담당기자들끼리도 취재원 보호를 위해 명단공유를 하지 않았다. 커튼 뒤에서 솔직하게 말하는 야구인들의 시각을 공개한다. 1편은 요즘 가장 뜨거운 한화 이야기다. <편집자주>


올시즌 최고의 관심을 받고 있는 팀은 한화 이글스다. 3년 연속 꼴찌의 수모를 겪은 한화는 올해 '야신'으로 칭송받는 김성근 감독을 팀을 부흥시킬 인물로 모셔왔다. 김 감독은 우승이란 목표아래 겨우내 혹독한 훈련을 했다. 한화의 훈련은 모든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 감독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기사로 쏟아졌고, 힘든 훈련을 하는 한화 선수들의 곡소리도 야구팬들에게 직접 알려졌다. '야신'이 한화를 새롭게 강팀으로 바꿔줄 것이란 기대는 점점 커졌다. 그 기대는 야구팬들을 야구장으로 불러모았다. 지난 7∼8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LG 트윈스의 시범경기는 유료화에도 불구하고 매진되는 기현상을 낳았다. 그만큼 한화가 얼마나 달라졌을까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크다는 것. 팬들의 기대는 높아졌다. 과연 한화와 그동안 상대했고, 봐왔던 각 구단의 선수, 코치, 프런트들은 한화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들도 한화가 좋아질 것이란 예상을 하고 있을까. 평가 대상이 야구계 대 선배인 김 감독이기에 많은 야구인들이 대답을 꺼릴 수 있는 질문을 익명서베이로 실시했다. '야신의 한화는 5강에 들어갈 수 있을까.'

야구인들의 생각은 반으로 나뉘었다. 한화를 제외한 9개 구단의 선수, 코칭스태프, 프런트에게 질문한 결과 총 27명 중 14명이 '한화의 5강은 힘들다'고 답했고, 13명은 '5강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퍼센티지로 보면 '못 간다'가 51.9%, '갈 수 있다'가 48.1%였다. 한화의 반전이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약간 더 많았다.

한화의 5강을 힘들다고 본 야구인들은 대부분 "아무리 김성근 감독이라고 해도, 전력이 어느정도 보강이 됐다고 해도 단숨에 팀이 좋아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A코치는 "1군과 백업 선수들간의 기량차가 크다"며 선수층이 두텁지 모산 한화의 약점을 지적했고, B프런트는 "한화도 좋아졌지만 다른 팀들이 더 강하다"라고 했다. C선수는 "그정도 보강으로 전력이 급상승하지 않는다"라며 2년 동안 많은 액수를 투자해 외부 FA를 데려온 것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의 스타일이 선수들에게 익숙하지 않다는 점도 한화의 성적을 5강 아래로 본 이유 중 하나였다. C선수는 "선수들이 김 감독님의 야구를 확실히 익히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다"라고 했다. D프런트는 "마무리 훈련부터 해왔지만 아직 선수들이 그 훈련을 받아들일 몸상태가 아닐 것이다"라며 "초반엔 좋은 성적이 날 수도 있겠지만 후반엔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SK 와이번스가 김 감독이 부임한 2007년 우승한 것에 대해선 "SK때 가능했던 것은 전임 조범현 감독의 훈련 스타일이 비슷했기 때문에 선수들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내년이면 모를까 올해 한화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E프런트도 "30대가 많은 한화는 과거 20대 선수가 주축이었던 SK때와는 다르다. 시즌을 치르면서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한화의 5강을 점친 이들은 그동안의 전력보강과 경험을 쌓은 유망주들의 실력이 김 감독의 지휘하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봤다. F코치는 "멤버만 본다면 5강 이상도 가능해보인다. 더구나 유능한 감독님까지 모셔왔다"라며 한화의 돌풍을 예상했다. G프런트도 "지난해에도 멤버가 좋았는데 올해 외부 보강으로 더욱 강해졌다"면서 "김 감독님의 능력도 있지만 팀 전력 자체가 강해졌다"라고 했다. H선수는 "FA를 잘 영입했고, 외국인 투수들도 잘 데려갔다. 타선의 잠재력이 터질 타이밍도 됐다"며 선수 구성 자체가 좋다고 했다. 한화의 전력에 그동안 보여준 김 감독의 능력에 한표를 던진 이들도 많았다. I코치는 "영감님이라면 가능하다"고 김 감독의 능력을 한화 5강의 제1 요인으로 꼽았고, J코치도 "야신이 있으니까 5강 충분하다"라고 했다.

올시즌 한화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야구인들의 예상도 제각각이었다. 뚜껑을 열기전까진 정말 아무도 모른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한화 이글스가 올시즌 5강에 들어 가을야구를 할 수 있을까. 7,8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LG 시범경기가 매진되며 한화에 대한 기대치가 극에 달했다. 야구인들은 한화의 5강 가능성에 대해 약간은 회의적이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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