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에 대한 실험은 계속된다.
이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멀티 포지션 실험'이다. 이번 캠프에서 상당히 많은 야수진이 기존의 자기 포지션이 아닌 새로운 포지션에서 훈련을 했다. 실제 연습경기에도 그대로 나왔다. 포수 박노민은 대부분 외야수로 뛰었고, 내야수 송광민은 외야수로, 외야수 추승우는 내야수로 변신했다. 이 밖에 여러 선수들이 주력 포지션이 아닌 곳에서 뛰었다.
이같은 '멀티 포지션 연습'은 한화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김 감독의 노림수다. 한화는 선수층이 두터운 팀이 아니다. 주전과 백업 선수들의 기량차이가 매우 크다. 김 감독은 "밖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차이가 컸다"고 말했다. 이런 환경이라면 시즌을 온전히 치러내기 어렵다. 기존 주전선수 중 누군가가 다치거나 컨디션 난조를 겪게 될 경우 여지없이 팀의 경기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
오키나와 2차 캠프부터 본격적으로 팀 훈련을 소화하고, 경기에도 나선 송광민은 또 다른 케이스다. 지난해 주전 3루수로 맹활약했는데, 시즌 막판 팔꿈치를 다쳤다. 그에 대한 재활을 하느라 겨우내 매달렸다. 다행히 이제 팔꿈치 상태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완전히 안심하긴 이르다. 자칫 시즌 중 또 통증이 재발할 위험이 없지 않다. 그렇다면 송구에 대한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결국 김 감독은 송광민의 '외야수 전환'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오키나와 마지막 연습경기였던 지난 2일 넥센전에 송광민이 외야수로 선발출전한 것이 그 사례다.
송광민의 어깨에는 문제가 없다. 게다가 타격에 관해서는 이미 충분히 검증됐다. 팀의 중심타선에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송구 시 부담이 덜 한 외야수로 내보내면서 공격력을 살리는 게 대안일 수 있다. 아무래도 내야, 특히 3루수는 외야수보다는 송구를 많이 해야하고, 그 과정에서 팔꿈치에 부담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조금씩 다르지만, 어쨌든 이런 '멀티 포지션'의 목적은 하나다. 결국은 팀 전력의 강화에 있다. 따라서 이런 실험은 시범경기 때에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외야에 나가는 송광민이나 박노민을 자주 보게 될 듯 하다. 그렇게 해서 가능성이 충분히 검증되면 정규시즌에도 포지션 변경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