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화 '멀티포지션 실험', 시범경기 이어질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3-04 11:10 | 최종수정 2015-03-04 11:10


한화 이글스는 스프링캠프에서 다양한 포지션 변화 실험을 했다. 내야수 송광민의 외야수 전환이나 포수 박노민의 외야수 전환 등이다. 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김성근 감독의 고육책이다. 지난 2월16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수비 훈련을 하는 송광민. 오키나와(일본)=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변화에 대한 실험은 계속된다.

3년 연속 최하위의 치욕을 벗어나려는 한화 이글스의 봄은 혹독했다. 48일간의 고치-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은 휴식을 잊고 강도높은 훈련에 매달렸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선수들의 모든 것을 바꾸고 싶어했다. 패배에 익숙해져 이기는 법을 잊어버린 정신에서부터 필요 이상으로 무거워진 몸까지. 그래서 더 혹독하게 선수들을 다그쳤다.

특히 김 감독은 '발상의 전환'을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그간의 캠프 훈련 과정을 살펴보면 김 감독의 의도가 드러난다. '쇠망치 내려치기'나 '바구니 안에서 스윙하기' 등 독특한 훈련법, 그리고 기존의 수비 포지션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 등. 독특하고 파격적인 훈련은 선수들의 고정된 생각을 깨트리고, 새로운 가능성과 경쟁력을 만들기 위한 김 감독의 선택이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멀티 포지션 실험'이다. 이번 캠프에서 상당히 많은 야수진이 기존의 자기 포지션이 아닌 새로운 포지션에서 훈련을 했다. 실제 연습경기에도 그대로 나왔다. 포수 박노민은 대부분 외야수로 뛰었고, 내야수 송광민은 외야수로, 외야수 추승우는 내야수로 변신했다. 이 밖에 여러 선수들이 주력 포지션이 아닌 곳에서 뛰었다.

이같은 '멀티 포지션 연습'은 한화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김 감독의 노림수다. 한화는 선수층이 두터운 팀이 아니다. 주전과 백업 선수들의 기량차이가 매우 크다. 김 감독은 "밖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차이가 컸다"고 말했다. 이런 환경이라면 시즌을 온전히 치러내기 어렵다. 기존 주전선수 중 누군가가 다치거나 컨디션 난조를 겪게 될 경우 여지없이 팀의 경기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

그래서 김 감독은 '멀티 포지션'을 들고 나온 것이다. 잠재력을 지닌 선수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다. 이를테면 박노민의 경우 포수로서는 약한 수비력이 문제로 지적됐지만, 타격에는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 그렇다면 포수가 아닌 다른 포지션을 연습시켜 타격을 살리는 게 전체를 위해 유용하다. 김 감독의 '멀티 포지션 연습'에는 이런 뜻이 담겨있다.

오키나와 2차 캠프부터 본격적으로 팀 훈련을 소화하고, 경기에도 나선 송광민은 또 다른 케이스다. 지난해 주전 3루수로 맹활약했는데, 시즌 막판 팔꿈치를 다쳤다. 그에 대한 재활을 하느라 겨우내 매달렸다. 다행히 이제 팔꿈치 상태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완전히 안심하긴 이르다. 자칫 시즌 중 또 통증이 재발할 위험이 없지 않다. 그렇다면 송구에 대한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결국 김 감독은 송광민의 '외야수 전환'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오키나와 마지막 연습경기였던 지난 2일 넥센전에 송광민이 외야수로 선발출전한 것이 그 사례다.

송광민의 어깨에는 문제가 없다. 게다가 타격에 관해서는 이미 충분히 검증됐다. 팀의 중심타선에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송구 시 부담이 덜 한 외야수로 내보내면서 공격력을 살리는 게 대안일 수 있다. 아무래도 내야, 특히 3루수는 외야수보다는 송구를 많이 해야하고, 그 과정에서 팔꿈치에 부담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조금씩 다르지만, 어쨌든 이런 '멀티 포지션'의 목적은 하나다. 결국은 팀 전력의 강화에 있다. 따라서 이런 실험은 시범경기 때에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외야에 나가는 송광민이나 박노민을 자주 보게 될 듯 하다. 그렇게 해서 가능성이 충분히 검증되면 정규시즌에도 포지션 변경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