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적응, 강정호의 비법은 '확신과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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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및 현지 언론의 뜨거운 관심은 기본이고, 이제는 동료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있다. 웃고 떠들고 장난치면서 마치 오랜 팀 메이트같은 모습이 나온다. 클린트 허들 감독 역시 강정호의 훈련 모습을 빠짐없이 챙겨보며 "타석에서 공격적인 모습이 매우 좋다"고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스프링캠프 5일째인 1일(한국시각). 강정호는 이미 완벽하게 새 팀에 적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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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한국시각) 피츠버그 스프링캠프 5일차. 강정호는 이날 역시 다양한 타격훈련을 소화했다. 자체 청백전을 이틀 앞두고 있는 만큼 실내 티배팅을 시작으로 그라운드 라이브배팅과 배팅 머신 타격, 배팅볼 타격 등 다양한 훈련프로그램을 거침없이 소화해냈다.
특유의 호쾌한 풀스윙이 계속 이어졌다. 한국에서처럼 타격 준비자세에서 왼쪽 다리를 살짝 드는 '외다리 타법'을 유지하면서 간간히 장타를 날려 훈련을 지켜보던 허들 감독의 감탄을 이끌어냈다. 허들 감독은 강정호의 모든 훈련 과정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연습 후에는 세세한 조언과 칭찬을 함께 전했다. 특히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강정호에 대해 "일찍부터 캠프에 합류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특히 공격적인 모습이 좋다"는 호평을 쏟아냈다.
이런 평가는 강정호가 캠프 초반부터 자신감있는 모습을 뿜어냈기 때문이다. 강정호는 플로리다 캠프에 주눅들지 않는 당당한 모습으로 임하고 있다. 특히 넥센 시절과 같은 타격폼을 고수하며 거침없이 배트를 돌리는 모습이 허들 감독에게 어필하고 있다.
강정호는 이날 훈련 후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내가 타석에서 자신있게 공을 치는 걸 좋게 봐주시고 있다. 늘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하라'는 이야기를 해주신다"며 "타격폼을 바꾸라는 얘기는 못들었다. 미국 스타일은 원래 자기만의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자신만의 '학다리 타법'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호 스타일'로 메이저리그에 적응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이어 강정호는 "지금 몸상태는 굉장히 좋다. 작년 이맘때는 (연습)경기를 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약간 늦게 라이브배팅 단계에 들어섰다"고 현재의 훈련 페이스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마치 프로 신인때와 비슷한 느낌"이라는 말을 했다. 긴장이 된다는 이야기. 당연하다. 한국에서의 커리어는 '참고자료'일 뿐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강정호는 분명히 이런 긴장감에 눌리고 있지는 않았다. 그는 "한국 신인 때와 다른 것도 있다. 그 당시에는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다. 그저 '내가 할 것을 한다'는 생각을 갖고 차분하게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긴장감 속에서도 여유를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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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뚜렷한 소신과 확신이 강정호의 자신감의 원천이라면, 유연한 변신 능력은 강정호의 또 다른 무기다. 메이저리그 환경에 살아남으려는 강정호의 노력은 여러 변신을 통해 감지되고 있다.
강정호는 일단 훈련 과정에서 기술적인 부분은 일단 자기 스타일을 유지하기로 한 듯 보인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는 상당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음식과 웨이트트레이닝 패턴, 그리고 수비 포지션에 대한 자세다.
이런 변화의 목적은 명확하다. 험난한 메이저리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강정호는 "특별한 생활의 변화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한국에 있을 때와 달리 야식은 가급적 먹지 않고 있다. 야식을 먹는 것보다는 꾸준히 먹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영양 섭취 패턴을 바꿨다고 했다. 야구 선수들은 야간 경기를 하고 난 뒤에 늦은 저녁을 먹는 습관이 있다. 스프링캠프 때도 비슷하다. 야간 훈련 뒤 거의 대부분 선수들이 야식을 먹는다.
하지만 강정호는 이걸 없앴다. 밤에 늦게 먹는 음식이 몸에 부담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꾸준하게 규칙적으로 짜여진 음식을 먹는 패턴으로 바꿨다. 여기에 웨이트 트레이닝 패턴 변화도 곁들였다. 강정호는 넥센 시절 대표적인 '헬스 보이'였다. 틈만 나면 웨이트 트레이닝실에서 기구와 씨름했다. 이런 일이 매일 반복됐다.
그런 강정호가 미국에서는 변했다. 강정호는 "넥센 때는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는데, 여기서는 3일에 한 번, 한 시간 정도씩만 한다. 아무래도 162경기를 치러야 하니까 그런 패턴의 훈련을 하는 것 같다. 팀의 훈련 방침에 내가 따라간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야식 포기'와 '웨이트 트레이닝 줄이기'는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의 험난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시도한 '변신'들이다. 모두 팀에서 권장하는 대로 자신을 맞춰갔다. 이런 훈련 노하우에 관해서는 쓸데없는 자존심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강정호는 수비에 대해서는 유연한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아직까지는 어떤 포지션에 나가게 될 지 모르겠다. 지금은 시키는 대로 어디서든 잘 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게 지금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낯선 환경에서 자신만의 포지션을 고집하는 건 어리석다. 어떤 포지션에서라도 일단은 메이저리그 무대에 남아 오래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게 중요하다. 강정호는 이 평범한 진리를 이미 깨닫고 실천 중이다. 스프링캠프에서 강정호가 피츠버그의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든 건 당연하다.
브래든턴(미국 플로리다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