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의 인기 프로스포츠로 자리잡은 프로야구. 1982년 6개 팀으로 출범해 올해 10구단 체제를 맞았고, 이제 관중 700만~800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 7년 연속으로 경기당 평균 관중 1만명을 넘었다.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현재 한국 프로 스포츠 중 유일하게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는 종목이 프로야구다. 하지만 여전히 자립 기반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한해에 400억원 안팎의 운영비를 쓰고 있는데, 대다수 구단이 상당 부분 모기업의 직간접적인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의 경우 유니폼을 비롯해 헬멧, 모자에 붙는 광고가 모두 모기업 계열사 브랜드다. 스폰서와 광고, 마케팅 수입으로 팀을 운영하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는 물론, 삼성을 제외한 대다수 구단이 모기업의 지원금 규모를 줄이기 위한 분투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경제단체가 정부에 153건의 규제 개선을 건의했는데, 여기에 경기장 장기 임대 항목이 포함돼 있었다. 개정안에는 경기장 장기임대는 물론, 시설 재임대, 광고권에 관한 항목까지 포함돼 있다.
윤양수 문체부 스포츠산업과장은 "지난해 상반기에 프로스포츠 테스크포스팀을 만들어 프로스포츠 자생 방안을 고민해 왔다. 지난 6월부터 의원입법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경제단체가 건의한 사안을 문체부 차원에서 이미 구상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사실 프로스포츠, 특히 프로야구 경기장 장기임대 문제는 숙원사업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넘어야할 산이 있다.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문체부가 지방자치단체에 강제할 수 없다. 경기장 시설은 예외없이 지자체가 소유하고 있다. 지자체가 조례에 따라 경기장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지자체가 서울시다. 야구단이 공공재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뿌리를 내리면서 대다수 지방 구단이 지자체와 원활하게 소통을 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와 대구 신구장의 경우 기아차와 삼성그룹이 건축비의 일부를 부담해 장기 임대 형식으로 합의를 끌어 냈다. 그런데 서울시의 경우 잠실야구장 펜스 광고권을 시가 입찰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구단이 경기장 사용비를 서울시에 내고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데,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서울시가 지난 30여년간 잠실구장 건축비용을 뺐는데도 소유권을 내세워 경직된 자세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광고판매로 지난해 103억원을 벌어들였는데, LG와 두산이 투자를 해 콘텐츠를 생산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니냐"고 했다. 문체부 관계자도 서울시가 시 입장만 고집한다고 꼬집었다.
스포츠산업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다고 해도 서울시가 움직이지 않으면 실제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문체부가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실효성에 물음표가 따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문체부가 보여주기식 행정을 하고 있다는 비판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정부에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자체에 행정지도를 하고, 개정안에 부합하는 쪽으로 조례 개정을 유도하겠다"고 했다.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설사 장기임대가 이뤄진다고 해도 확실하게 기간을 보장해줘야 한다. KIA가 300억원을 투자한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의 경우 광주시가 당초 25년 장기임대를 약속했는데, 시민단체의 요구에 따라 2년 후 재검토로 바뀌었다. 프로 구단이 매년 적자를 보고 있고, 300억원을 투자했는데도 과도한 특혜라는 주장에 합의가 무너진 것이다. 구단으로선 답답할 노릇이다.
LG와 두산의 경우 새구장 선투자가 필요하다면 하겠다는 입장이다. 많은 야구인들이 잠실 돔구장을 염원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어보인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