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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kt 외인 3총사 '옥춘이형, 저희 걱정 마세요'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01-08 10:56


◇미국 LA에서 함께 신체검사를 받은 시스코-마르테-어윈(왼쪽부터)이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제공=앤디 시스코

'옥스프링 선배, 긴장 푸세요!'

2015 시즌 1군 무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막내 구단 kt 위즈. 첫 시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국내 선수 수급에 대한 목마름을 느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외국인 선수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kt는 신생팀 자격으로 올시즌, 그리고 내년 시즌 총 4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 기용할 수 있다.

일찌감치 선수 구성을 마쳤다. 타자 앤디 마르테가 가장 먼저 도장을 찍었고, 투수 앤디 시스코-필 어윈이 합류했다. 마지막으로 롯데 자이언츠 출신 크리스 옥스프링이 들어왔다. kt 조범현 감독은 "옥스프링은 구위도 구위지만, 한국 무대가 처음인 나머지 세 선수의 리더 역할을 기대하는 것도 크다"고 밝혔다. 2007~2008 시즌 LG 트윈스에서 뛰었고, 2013~2014 시즌 롯데에서 공을 던진 옥스프링은 한국이 낯선 선수들에게 최고의 동료이자 선생님이 될 수 있다. 한국야구와 타자들의 특성부터 생활까지 옥스프링만 따라하면 큰 문제가 없을 듯.

그런데 옥스프링이 새 동료들을 만나면 뻘쭘할 수도 있겠다. 자신이 어깨에 힘을 주며 이것저것 알려주려 하는데, 선수들이 모두 한국 문화에 어느정도 적응을 해있다면 옥스프링도 당황하지 않을까.

kt 새 외국인 3총사의 '한국 배우기' 열정이 뜨겁다. 시즌 전 자세와 의지만 놓고 보면 특급 외국인 선수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 사람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한국 야구와 새 팀에 적응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소식이다. 단순히 한국 음식을 접해보고, 맛있다고 사진을 찍는 수준이 아니다. 급이 다르다. 외국인 선수 사정에 밝은 한 프로야구 관계자는 "kt 외국인 선수들을 지켜보라. 충분히 사고를 칠 수 있는 선수들의 모습"이라고 귀띔했다. 무슨 뜻일까.

선두 주자는 시스코다. 시스코는 지난해 kt 소속으로 퓨처스리그에서 이미 한국 분위기를 익힌 선수. 옥스프링의 리더 역할을 대신 수행해도 될 정도로 적극적이다. 시스코, 어윈, 마르테는 최근 미국 LA에서 모두 모였다. 구단 지정병원이 LA에 있고, 정해진 기간 안에 신체 검사를 받으면 됐는데 시스코의 주도 하에 세 선수가 같은 날짜를 잡아 신체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함께 숙소를 잡고 1박2일간 한국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인사를 나누고 친분을 쌓았다. 특히 시스코는 두 사람에게 한국 특유의 선후배 문화와 예의에 대해 열띤 강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뿐 아니다. 시스코는 지난 시즌을 마친 후 자택이 있는 미국 시애틀에서 한국어 수업 수강증을 끊었다. 시애틀은 한인 문화가 많이 발달돼있는 도시. 한국 마트 단골이 돼 어떤 한국 마트 김치가 더 맛있는지 찾아다닐 정도로 한국 사랑이 남다르다. 그리고 매일 한국 뉴스를 검색하는데, 단순히 야구 뉴스만을 보는게 아니라 경제, 사회 뉴스도 관심있게 지켜본다. 아무래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지명도, 몸값(총액 32만달러)이 떨어지고 사실상의 2군 테스트를 거쳐 살아남았기에 코리안 드림을 위한 열정이 더욱 강할 수 있다.


◇어윈이 LA 한국 식당에서 갈비구이 식사를 즐기고 있다. 젓가락질도 능숙해 보인다.
 사진제공=앤디 시스코
지난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공을 던진 어윈도 남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한국 공인구를 보내달라'라는 것이었다. 이어 12월 말 아예 한국을 직접 찾았다. 영어강사로 활동 중인 친구와 1주일 간 한국 생활을 하며 예비 적응을 마쳤다. 한국 음식에 완전히 매료됐다는 후문. 어윈은 구단에 "스프링캠프 전 한국에서 선수단과 인사를 하고 함께 훈련하고 싶다"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프로야구 선수 비활동 기간. 그래서 구단은 "현지에서 운동하다 스프링캠프 개막에 맞춰 합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며 만류했다.


국내 여러팀이 탐을 낼 정도로 수준급 실력을 갖춘 타자 마르테도 방심없이 맹훈련 중이다. 고국인 도미니카공화국에서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1주일 중 6일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중이다.

현장에서는 "한국 프로야구는 특성이 있다. 아무리 이름값이 높고, 몸값이 비싼 선수라고 해도 한국야구,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한다. 실력과 함께 특유의 한국야구 문화에 적응을 잘하는 선수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라고 입을 모은다. 당장 지난해 루크 스캇(SK 와이번스)과 야마이코 나바로(삼성 라이온즈)가 이를 여실히 증명했다. 역대 최고 레벨 선수라고 평가받았던 스캇은 불명예 퇴출을 당했다. 강팀 삼성에서 계륵이 될 것이라던 나바로는 완벽한 적응력으로 한국시리즈 MVP가 되며 재계약에 성공했다.

일단 한국야구 적응 보증수표 옥스프링을 필두로, 나머지 세 사람도 시작 전부터 긍정의 요소들을 마구 뿜어내고 있다. 외국인 선수 농사만 성공적으로 된다면, 객관적 전력 열세라는 kt도 충분히 반란을 꿈꿀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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