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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의 2015전쟁,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1-07 09:09


◇지난 11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된 한화 이글스 마무리캠프 때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지켜보며 생각에 잠긴 김성근 감독.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은 이미 전쟁을 시작했다.

파부침주(破釜沈舟). 밥솥을 깨트리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사자성어. 뒤로 물러날 여지를 두지 않고 앞을 향한 전진과 승리에만 집중한다는 뜻이다. 배수의 진을 친 것과 같은 상황이다. 승리를 위해서 불필요한 건 뭐든지 버릴 수 있다는 각오다.

전쟁은 꼭 눈앞에 펼쳐져야 이뤄지는 건 아니다. 이런 각오를 마음속에 다질 때부터, 이미 전쟁은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의 2015시즌 전쟁. 벌써부터 시작됐다. 김 감독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강팀을 위한 방법'만 있다. 그 외에 다른 것들은 과감히 버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12일로 예정됐던 선수단 시무식을 취소한 것이다. 한화 구단은 6일 오후, 공식적으로 선수단 시무식 취소 결정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실 김 감독은 이미 5일 서산 훈련장을 방문한 뒤 취소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김 감독은 당시 이런 말을 했다. "12일에 하려고 했던 선수단 시무식은 안 할 생각이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전통적으로 김 감독은 매년 초 선수단 시무식을 통해 한 시즌의 각오를 새롭게 다지곤 했다. 특히나 3년만에 프로야구 1군 무대에 복귀해 맡게 된 새 팀에서 맞게되는 정초다. 당연히 시무식이 열릴 것으로 생각됐다. 실제로 김 감독 역시 시무식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강력하게 전달하려고 했다. 시무식 날짜를 잡기 위해 스케줄을 고민했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지난 11월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때 내야수들의 수비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그런데 변수가 있었다. 12월 비활동기간에 각자 해외로 개인훈련을 떠나는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적당한 날짜를 잡기 어려웠던 것. 미루고 미룬 날이 스프링캠프 출발(15일) 사흘 전인 12일인데, 이날까지도 귀국을 완료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시무식이라는 형식을 위해 무리하게 귀국일정을 앞당기는 건 김 감독 스타일이 아니다. 선수와 팀에 본질적으로 더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다. 일부 선수들에게 예정대로 훈련하라고 했다.

또 김 감독이 서산 훈련장에서 재활군 및 2군 선수들을 살펴보니 시무식보다 훈련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는 아직도 한화 스프링캠프 참가 인원이 확정되지 않은 점과 관련있다. 김 감독은 아직까지 누구를 더 포함시켜야 할 지 고민 중이다. 그래서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더 보려고 수시로 서산 훈련장에 내려간다. 눈으로 훈련 모습을 직접 봐야 선수의 가능성을 알 수 있기 때문. 보는 시간이 많을 수록 정확한 판단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시무식보다 훈련을 강조한 또 다른 이유다.

시무식은 취소했지만, 다른 스케줄은 변경하지 않았다. 바로 7일로 예정된 코칭스태프 미팅이다. 이건 선수들의 훈련을 방해하지도 않고, 특히나 김 감독의 스프링캠프 훈련 계획과 시즌 전체에 대한 구상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다. 반드시 필요하다. 김 감독은 "코칭스태프 전체 미팅은 매우 중요하다. 여러가지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역대 최대 규모가 될 한화 스프링캠프의 참가 명단이 완성될 가능성이 크다. 또 '김성근식 지옥훈련'의 밑그림과 함께 시즌 전략의 틀도 마련될 것이다. 김 감독의 전쟁은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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