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FA 우선협상기간, 이제 없앨 때가 됐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12-01 17:45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심상치 않다. '우선협상기간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FA 제도에는 원 소속구단과 우선협상이라는 독특한 방식이 있다. 기존 선수에 대한 권리를 최대한 인정해주는 식이다. 이 기간, 다른 구단이 해당 선수와 접촉할 경우 '탬퍼링(사전접촉)'으로 처벌을 하도록 돼있다.


원 소속팀이었던 롯데 자이언츠가 제시한 4년 총액 88억원의 조건을 거절하고, 4년 84억원을 제시한 두산 베어스로 이적한 FA 장원준.
잠실=정재근 기자cjg@sportschosun.com/2014.08.30/
야구규약 제169조(FA계약위반 처분)에 따르면, 구단은 계약무효에 3년간 1차지명권을 박탈당한다. 해당임직원은 1년간 직무정지를 당하고, 선수는 당해 연도 FA신청자격 박탈 및 1년간 임의탈퇴선수로 공시된다.

하지만 FA 제도가 탄생한 뒤, 탬퍼링으로 인해 제재를 받은 구단이나 프런트, 선수는 단 하나도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사법기관도 아니고, 실질적으로 탬퍼링 위반을 적발할 가능성은 낮다. 당사자들이 아니라고 발뺌하면 그만이다.

각 구단들은 매년 탬퍼링을 하지 말자고 손을 맞잡지만, 막상 FA 시장이 개장하면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등을 돌린다. 결국 매년 수많은 탬퍼링 의혹들이 쏟아지고, 뒤에서 상대를 헐뜯는다. 그리고 '우리도 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다른 구단이 또 같은 방식으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최근 FA 시장의 몸값이 제어가 힘들 정도로 높게 형성되면서 우선협상기간을 폐지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원 소속구단과 협상시 선수들의 태도가 문제다. FA들끼리 제시받은 금액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구단과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한다.

여기에 팬들이 만들어준 '프랜차이즈 스타' 혹은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상징성은 그들에겐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그 순간만큼은 구단과 위치가 역전된다. 선수가 '갑'이 돼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탬퍼링이 이뤄진다면, 해당 선수 영입을 원하는 다른 구단 역시 "원 소속팀보다 무조건 더 줄게"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삼성 라이온즈 윤성환은 올해 FA 시장에서 롯데 자이언츠 장원준과 함께 투수 최대어로 꼽혔다. 윤성환은 4년 총액 80억원에 삼성에 잔류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4.11.11/
우선협상기간은 선수층이 얇았던 과거 현실을 반영한 제도다. 이제 국내 프로야구도 치솟은 FA들의 몸값 만큼 성장했다. 선수 한 명 없다고 순위가 급격히 추락하는 시대도 아니고, 또 그런 선수를 영입한다고 갑자기 우승후보가 되는 세상도 아니다.


문제는 구단들의 자세다. 각 구단들은 당시 처한 상황에 따라 움직임을 달리 한다. 당장 놓치면 안되는 선수가 있는 팀은 당연히 우선협상기간 존속을 외칠 것이다. 반면 실탄이 충분하고 영입할 선수가 있다는 판단이 들면, 우선협상기간 없이 완전히 오픈하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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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협상기간, 이제 발전적으로 생각해 결정할 시기가 왔다. 구단들 역시 선수들의 몸값이 말도 안 되게 치솟는 것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당장 눈앞의 이해관계 대신, 멀리 내다 보는 혜안이 필요해 보인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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