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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률 8할9푼, 이건열 감독은 동국대를 어떻게 바꿔놓았나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4-11-05 06:36


제주 전국체전에서 우승한 동국대 야구부 선수들이 메달을 목에 걸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동국대학교

"프로에서 여러 포지션을 경험한 게 큰 도움이 됐다."

이건열 감독(51)이 지휘하는 동국대가 37년 만에 대학야구 전국대회 4관왕에 올랐다. 동국대는 3일 제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전국체전 대학야구 결승전에서 인하대를 8대1로 누르고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1977년 최동원의 연세대가 4개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37년 만의 4관왕이다.

지난해 3관왕에 올라 판을 뒤흔들었는데, 올해는 더 강해졌다. 춘계리그와 대학야구선수권대회, KBO총재기대회에 이어 전국체전 우승까지 차지했다. 올해 열린 6개 대회에서 절반이 넘는 4개 대회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기록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올해 공식경기 33게임에서 29승4패, 승률 8할7푼9리를 기록했다. 지난해의 24승6패, 승률 8할을 가볍게 넘어섰다. 아무리 대학야구가 관심 밖에 있다고 하지만, 이쯤되면 동국대 야구를 다시 봐야할 것 같다.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동국대 야구부는 어떻게 대학 최강으로 우뚝 설 수 있었을까. 이건열 감독의 지도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동국대 82학번인 이 감독은 2012년 12월에 모교 지휘봉을 잡았다. 25년 간의 프로생활을 거쳐 대학팀을 맡은 이 감독은 기술적인 부분이나 경기력보다 먼저 인성교육과 기본기를 강조했다고 했다. 다소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들리지만, 운동의 근본과 닿아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 감독은 "우리 사회에는 운동선수는 무식하다거나, 매너가 안 좋다는 편견이 있다. 이런 부분을 깨고 선수들에게 야구선수, 동국대 선수라는 자부심을 심어주고 싶었다. 그래야 야구를 잘 할 수 있고, 설사 야구를 그만둔다고 해도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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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야구부 선수들이 시상식 후 이건열 감독을 헹가래치며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동국대학교
이 감독은 선수들이 슬리퍼를 끌고 다니거나,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한다. 그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야구도 잘 하지만, 동국대 야구선수는 매너가 좋다는 얘기다. 한해 1~2차례 교수를 초청해 인성교육을 진행하고, 이 감독도 수시로 예절교육을 한다고 했다. 인성교육은 자연스럽게 자기밖에 모르는 선수들에게 개인보다 팀이 먼저라는 생각을 심어줬다.


기본기와 체력은 동국대 야구의 근간이다. 이 감독은 "신입생에게 윗몸일으키기를 시켜보면 대다수가 50개를 넘기지 못한다. 고등학교에서 기본기 훈련, 체력훈련 대신 이기는 기술만 가르쳐서 그런 것 같다. 스무살 안팎이면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나이인데, 체력과 기본기가 없으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이어 "화려한 플레이도 좋고 특이한 타격폼도 좋지만, 프로에 가서 개성을 살리면 된다. 대학에서는 대학선수답게 정석대로 해야한다"고 했다. 이 감독은 동국대의 강점이 공수에서 터무니없는 플레이, 실수가 적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간혹 실책이 나올 수도 있지만, 우리 팀에서는 베이스커버를 안 들어간다거나 이런 기본을 망각한 플레이는 없다"고 했다.

동국대 1학년 선수들은 경기에 거의 출전하지 않는다. 하루 2~3시간 기본기 훈련, 체력훈련에 집중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다. 이 감독은 "야구는 재미있게 해야 실력이 늘고 동기부여가 된다. 몸이 아프거나 컨디션이 안 좋으면 야구장에 못 나오게 한다. 1학년의 경우 대학생활을 즐겨보라는 차원에서 자유시간을 많이 준다"고 했다.


이건열 동국대 감독. 사진출처=동국대학교 홈페이지
프로야구선수 이건열은 만능이었다. 포수부터 내야수, 외야수까지 거의 전 포지션을 소화했다. 그는 "다양한 포지션 경험이 선수를 지도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성적이 나자 프로팀들도 동국대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지난해 졸업생 12명 전원이 프로에 입단했는데, 올해는 10명 중 8명이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았거나 신고선수로 프로팀 유니폼을 입는다. 몇 년 전까지 동국대 경기에는 프로팀 스카우트를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프로에서 주목하는 팀, 대학야구에서 가장 핫한 팀으로 탈바꿈했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이건열 매직'이라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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