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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에서 여러 포지션을 경험한 게 큰 도움이 됐다."
기록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올해 공식경기 33게임에서 29승4패, 승률 8할7푼9리를 기록했다. 지난해의 24승6패, 승률 8할을 가볍게 넘어섰다. 아무리 대학야구가 관심 밖에 있다고 하지만, 이쯤되면 동국대 야구를 다시 봐야할 것 같다.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동국대 야구부는 어떻게 대학 최강으로 우뚝 설 수 있었을까. 이건열 감독의 지도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 감독은 "우리 사회에는 운동선수는 무식하다거나, 매너가 안 좋다는 편견이 있다. 이런 부분을 깨고 선수들에게 야구선수, 동국대 선수라는 자부심을 심어주고 싶었다. 그래야 야구를 잘 할 수 있고, 설사 야구를 그만둔다고 해도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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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기와 체력은 동국대 야구의 근간이다. 이 감독은 "신입생에게 윗몸일으키기를 시켜보면 대다수가 50개를 넘기지 못한다. 고등학교에서 기본기 훈련, 체력훈련 대신 이기는 기술만 가르쳐서 그런 것 같다. 스무살 안팎이면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나이인데, 체력과 기본기가 없으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이어 "화려한 플레이도 좋고 특이한 타격폼도 좋지만, 프로에 가서 개성을 살리면 된다. 대학에서는 대학선수답게 정석대로 해야한다"고 했다. 이 감독은 동국대의 강점이 공수에서 터무니없는 플레이, 실수가 적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간혹 실책이 나올 수도 있지만, 우리 팀에서는 베이스커버를 안 들어간다거나 이런 기본을 망각한 플레이는 없다"고 했다.
동국대 1학년 선수들은 경기에 거의 출전하지 않는다. 하루 2~3시간 기본기 훈련, 체력훈련에 집중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다. 이 감독은 "야구는 재미있게 해야 실력이 늘고 동기부여가 된다. 몸이 아프거나 컨디션이 안 좋으면 야구장에 못 나오게 한다. 1학년의 경우 대학생활을 즐겨보라는 차원에서 자유시간을 많이 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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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이 나자 프로팀들도 동국대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지난해 졸업생 12명 전원이 프로에 입단했는데, 올해는 10명 중 8명이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았거나 신고선수로 프로팀 유니폼을 입는다. 몇 년 전까지 동국대 경기에는 프로팀 스카우트를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프로에서 주목하는 팀, 대학야구에서 가장 핫한 팀으로 탈바꿈했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이건열 매직'이라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