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무로이 칼럼]롯데사태, 5년전 일본 사례의 교훈은?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4-11-04 07:19


최근 롯데 자이언츠의 내분 소식을 접했다. 롯데 선수단이 비판했던 운영부장과 친분이 있는 일본 구단 관계자와 대화를 하다가 수년 전 일본에서 일어났던 사건 얘기가 나왔다. 5년 전인 지난 2009년에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벌어진 소동이다.

그 해 지바 롯데는 팀 분위기가 이상했다. 구단주 대행이 이례적으로 시즌 시작 전에 "성적에 상관없이 올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끝나는 보비 발렌타인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결정 뒤에 구단주 대행과 가까운 여성간부의 강경한 뜻이 있었다는 것이 알려졌다. 그 때부터 발렌타인 감독을 선호하는 팬들이 이 간부를 실명으로 비판하기 시작했다.

지바 마린스타디움(현 QVC 마린 필드)의 외야 오른쪽 스탠드에는 경기와 전혀 상관 없는 프런트에 대한 비판의 글을 담은 피켓과 현수막이 펼쳐졌다. 지바 롯데가 하위권을 맴돌면서 팬들의 비판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그런데 2009년 9월 26일 홈경기 때 결정적인 일이 벌어졌다. 외야석에 걸린 현수막의 구단 간부 실명 뒤에 '사형'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이다. 이날 지바 롯데는 6대2로 이겼고, 홈런 1개를 포함해 3타점을 기록한 내야수 니시오카 스요시(현 한신)가 히어로 인터뷰에 나섰다. 마이크를 잡은 니시오카는 소감을 말한 뒤 우측의 스탠드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오늘도 이곳에는 야구선수를 꿈꾸는 많은 어린이들이 와 있습니다. 선수를 보고 꿈을 꾸고 관중석의 환호성을 듣고 열심히 하자고 각오를 다지는 어린이들도 있습니다. 올 시즌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제가 여러 말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만 한마디 하겠습니다. 비판 현수막으로 어린이들의 꿈을 깨트리지 마세요. 저는 이 팀을 강 팀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정말로 롯데를 사랑한다면 현수막을 내려주세요."

니시오카의 이 말이 프런트를 비판해 온 일부 응원 그룹의 심기를 건드렸다. 다음 날인 9월 27일에 이 응원 그룹은 니시오카를 '위선자'라고 비난하는 현수막을 올렸고, 니시오카의 응원을 보이콧했다. 니시오카가 타석에 들어서 때마다 니시오카를 비판하는 그룹과 평소처럼 니시오카를 응원하는 일반팬들이 심하게 대립했다.

결국 일반팬들이 니시오카를 비판하는 그룹에 "나가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그 그룹은 그 해를 마지막으로 지바 마린스타디움을 떠났다.

어느 나라나 프런트와 선수, 프런트와 팬의 갈등은 있다. 야구를 생활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팬들이 불만을 터트릴 때가 있다. 하지만 선수까지 그런 행동을 하면 어떻게 될까.

프로야구 선수는 많은 사람에게서 존경을 받는 존재다. 일반 노동자와 색깔이 다르다. 프로야구 선수가 구단에 대해 불만을 갖거나 팬들이 구단에 불만을 갖고 있을 경우 선수는 어떤 행동을 해야할까. 정답은 5년 전 니시오카의 히어로 인터뷰에 있지 않을까.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