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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종운 감독이 선임 후 한 일과 뒷얘기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4-11-02 11:58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는 사임한 김시진 감독의 후임으로 이종운 감독을 선택했다. 지난달 31일 구단의 낙점을 받고 계약기간 3년, 총액 8억원에 사인했다. 구단의 제안을 받고 위기에 빠진 자이언츠의 신임 사령탑에 올랐다. 그리고 이틀의 시간이 지났다. 이 감독은 주루 코치에서 바로 선수단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수직 상승했다. 그런데 최근 구단 내부 잡음을 풀어야 하는 중책을 떠맡게 됐다.

"우리 집안 얘기는 말조심하자"

이 감독은 선수들과 소통하기 위해 매일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1일 선수단의 고참급 선수 몇 명과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그가 선수들에게 말한 골자는 이렇다. "앞으로 나를 믿고 따라와주기 바란다. 선수단 내부에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나를 통해서 해달라. 그래야 내가 선수들의 얘기를 대변할 수 있다. 나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면 내가 구단에 무슨 할 말이 있겠나. 그리고 모두가 말조심을 하자. 외부 사람들에게 얘기하지 말고 구단 내부에서 해결해보자. 선수들은 나를 믿고 운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달라."

이 감독은 무척 조리있게 말했다. 최근 구단 내홍으로 단어 선택에 신경을 많이 썼다. 자칫 자신도 말실수를 해 선수단, 프런트, 경영진이 감정을 다치는 걸 피하기 위해 신중하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언론에서도 이번 구단 내부 마찰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간곡하게 협조를 부탁했다. 더이상의 폭로전이 아닌 구단 내부에서 풀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뉘앙스였다.

걸려온 전화만 500통에 달했다

이 감독은 프로야구사에서 전무후무한 위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팀을 맡았다고 볼 수 있다. 감독의 선임 결정이 난 지난 31일 이 감독 생애 가장 많은 전화를 받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약 500통의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코치 시절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500통 중에 대부분이 받지 못한 전화였다.

이 감독에게 지금 처한 상황은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그는 갈등의 골이 깊은 선수단과 프런트 그리고 경영진을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 선수단의 책임자로서 선수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동시에 프런트와 경영진의 입장과도 조율을 해야 한다. 그래서 이 감독은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이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이 감독은 "선수들의 얘기를 듣고 있고, 또 더 들을 것이다. 그래서 프런트와 경영진에 전할 말은 하고, 또 해서는 안 될 말은 분명하게 선을 긋겠다"고 했다. 그리고 선수들이 훈련에 매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왜 이종운이 최종 낙점을 받았을까

롯데 구단은 이종운 감독이 이번 내홍을 풀어낼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이 감독은 경남고에서 오랜 시간 선수를 길러냈다. 또 롯데 프랜차이즈 선수다. 올해 구단에 합류, 재활군에 이어 1군으로 승격했다. 경남고 출신 제자들이 여러 명 뛰고 있다. 롯데 그룹 최고위층에 전달된 최종 감독 후보는 5명 이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수가 롯데 구단을 잘 아는 지도자였다고 한다. 이름만 대면 바로 알만한 후보들이다. 그중에서 이종운 감독이 낙점이 된 건 종합적인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주루코치로 일하면서 이번 시즌 말미에 선수단 내부의 분위기를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봤다. 외부인사가 와서 분위기 파악에 시간이 걸리는 것 보다 바로 선수들과 진심이 담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적임자로 이종운 감독을 본 것이다. 물론 경남고 시절 유망주를 길러낸 지도력도 인정을 받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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