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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SK와 LG는 끝까지 간다.
만약 SK가 2승을 거두고, LG가 롯데에 패하면 극적으로 4위를 차지, 가을무대의 마지막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SK는 에이스 김광현을 내세웠다. 그런데 타선의 핵심 김강민과 최 정, 그리고 베테랑 유격수 박진만이 모두 부상으로 출전할 수 없는 상태였다.
SK 입장에서 부상선수의 공백으로 인한 일말의 불안감은 있었다. 그러나 에이스 김광현의 등판과 1.5군으로 구성된 두산의 타선을 고려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그런데 '고춧가루 부대'로 변신한 두산은 무서웠다.
1회 고영민의 우선상 2루타와 김현수의 땅볼타구로 가볍게 선취점을 얻었다.
김광현의 공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제구는 제대로 잡히지 않았고, 공의 예리함은 떨어졌다. 3회에도 정수빈 고영민 김진형 김현수에게 연속안타를 허용, 3실점했다.
4회에도 김진형과 김현수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1실점. 4회까지 0-5로 뒤진 SK.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SK는 5회 선두타자 이명기의 좌전안타와 이재원의 우전 적시타로 첫 득점,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6회 무사만루 상황에서 박계현의 밀어내기 볼넷, 이명기의 우전안타, 이재원의 좌전 2타점 적시타로 극적인 동점에 성공했다.
5-5 동점상황에서 두 팀의 승부는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10회초 SK는 박계현의 볼넷과 이명기의 우전안타가 나왔다. 이때 두산 우익수 쪽에 자그마한 수비실수가 나왔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박계현은 3루까지 내달렸다. 타자주자 이명기도 2루에 안착.
결국 조동화와 이재원의 값진 연속 희생플라이가 나왔다. 7-5로 전세를 뒤집은 SK는 윤길현이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최주환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으며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허경민을 병살처리하며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두산의 고춧가루 세례를 극복한 값진 1승. 결국 17일 SK-넥센, LG-롯데전의 결과에 따라 마지막 4강 한 자리가 결정나게 됐다.
지난 시즌에도 그랬다. 넥센과 LG, 그리고 두산이 시즌 끝까지 2~4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결국 LG가 우여곡절 끝에 2위를 차지했고, 넥센은 3위로 밀렸다. 두산은 4위.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4, 5위가 결정되는 드라마틱한 순간이 연출된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